Out & About in/Finland

2009년 1월 17일-19일: Helsinki

숨숨 2009. 1. 25. 10:49


여긴 북극이다!!!!!!


...는 뻥이고
비행기에서 바라본 구름밭.
이 빽빽한 구름밭이 침침한 북유럽 날씨의 주범이다
망할놈들 이 밝은 태양을 너네만 즐기고 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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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여행 때처럼 새벽 비행기는 아니라 나름 느긋하게 출발.

이상하게 여기서 여행 갈 때는 인천공항 갈 때만큼 설레지 않다.

인천공항만큼 맵시폭풍인 공항이 아니라 그런 것 같암

 

핀에어 AY(번호까먹음) 헬싱키행 탑승!

허접한 아침/간식을 주길래 낼름 받아 먹었다가 반도 안 먹고 남김.

구름 위로 올라오니 눈 쌓인 벌판마냥 구름이 빽빽하게 운집해 있다.

이 자식들. 네 놈들이 침울한 북유럽 날씨의 주범이었군.

해를 제대로 가렸다.

 


1시간 뒤 하늘 위에서 바라본 핀란드 풍경은 덴마크의 그것과 확실히 달랐다.

높이 솟아오른 침엽수림, 넓디 넓은 호수들!

내려서 615번 버스 탑승.

헬싱키 시내로 가는 길은 좀 실망스러웠다.

특색 없는 시가지.

시내 중심부로 가면 좀 달라지려나 싶었는데 중앙역에 내려서 빙 둘러보아도

별반 다를 게 없다.

-_-

 

마띠네 집에 가기 위해 Kamppi 버스터미널로 갔다.

가서 또 버스를 타고 씽씽.

고속도로를 달리고 섬을 건너니까 상당히 멀리 가는 기분이었는데,

15분 정도 달리니까 마띠가 말한 자기 집 근처 쇼핑몰이 눈에 들어온다.

정류장에서 마띠 만남!!

이렇게 만나니 너무 반가웠다.

내 버디도 아니었는데 여기저기 친구를 잘 심어놓았다……ㅋㅋㅋㅋㅋㅋㅋ



마띠가 사는 곳은 Espoo라고, 분당처럼 헬싱키랑 맞닿아 있는 도시다.

토요일 저녁이라 헬싱키 시내로 나가면 술 취한 인간들이 많다며,

바로 집 옆에 있는 쇼핑몰 지하 슈퍼에 가서 저녁거리를 샀다.

쇼핑몰이 미국 쇼핑몰 스타일로 거대했다.

몰 지하에 슈퍼가 있는데, 이마트 지하 식품 코너 한 두 배 사이즈?

땅덩어리가 넓으니 층을 쌓아올리는 대신 그냥 냅다 넓혀서 지었나보다.
 



마띠가 나 먹으라고 licorice를 샀다……..결국 먹었다…….샹 정말 싫어 이 맛

코펜하겐 대학 오리엔테이션 때도 멋 모르고 집어 먹었다가

혀 끝에 남아있는 맛 없애려고 열심히 맥주를 들이켰더랬지. 

우리나라 김치나 프랑스 치즈가 이 정도로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일 듯?

악악악악


고기 손질에 엄청난 열의를 보이고 있는 마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채를 볶고 고기를 익혀 오븐에 한시간을 넘게 구워 roast beef 완성.

주중에는 일하러 가니까 이렇게 요리 할 시간이 없고, 주말엔 요리해 먹는단다.

 

핀란드인 집에는 사우나가 있나요?

네 있습니다!



샤워실 옆에 바로 떡하니 있는 사우나.

난 사우나를 별로 안 좋아해서 우와-하고 말았는데

사우나 정말 좋아하는 사람 e.g. 엄마가 보면 살고 싶어할 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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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일찍 헬싱키 시내로 나갔다.

중앙역 티켓 오피스가 일요일에도 열었길래

로바니에미에 갈 때 쓸 핀레일패스를 사고 야간열차도 예약했다.

중요한 일을 끝내서 후련했다.

 




지도 한 장 주머니에 찔러 넣고 무작정 걸어 다녔다.

다니다보니 헬싱키 대성당이 나와서 열심히 계단에 올라가서 광장도 내려다보고




좀 더 가다 보니 러시아 정교 교회 우스펜스키 사원도 보였다.

너무 언덕에 있어서 귀찮아서 안 올라갔다.  

 



살짝 얼은 바다



할 게 없어서 일단 수오멘린나 섬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 어쩌고저쩌고

러시아 스웨덴 등 외세의 침범에 맞선 요새가 있어서 블라블라

우리나라 강화도 요새랑 비교하면 얼추 들어맞으려나?

네다섯개의 섬이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곳이다.




수오멘린나 가는 페리.
핀란드는 스웨덴어를 공용언어로 사용한다.
근데 수오멘린나가 스베아보르라니. 원어와 너무 다르잖아?

여러분들은 우측 하단 제복입은 사내들을 주목합니다.
덴마크 국방부는 촌스러운 야광 카무플라주 군복 대신 핀란드 군복 같은 맵시폭풍 제복을 지급하라 지급하라
훈남들에게는 훈남다운 옷을 입히라 입히라










수오멘린나의 바람은 코펜하겐 뺨치게 세차다.

굴하지 않고 돌아다녔다.

이런 날에도 관광객은 여전히 많았다.

대포 카메라를 든 외국인 아저씨가 아무도 안 가는 곳에

들어갔다 나왔다 이리저리 돌아다니길래

그 아저씨 가는 곳으로 따라가면서 그 아저씨가 찍은 곳에서 사진 찍고 ㅋㅋㅋㅋㅋ

하지만 내 카메라는 있는 그대로를 담아낼 뿐................그림같은 풍경 따위 없음 허허허ㅓ ㅓㅓ 




여기 저기 구경하면서 놀다 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Café Esplanade라는 좋은 카페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먹었는데

마지막에 먹은 티라미수가 장난 아니게 느글느글거려 토하는 줄 알았다.

헬싱키는 코펜하겐보다 해가 조금 더 빨리 넘어가는 것 같다.

해 지면 내 귀소본능은 더 강하게 발동하기 때문에 숙소로 귀가.

속이 너무 안 좋아서 버스 타기 전에 찬바람 쐬며 빙글빙글 돌아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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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jor flaw in my itinerary!!

애초에 itinerary가 있지도 않았다만-_-

알고 보니 모든 미술관 박물관은 월요일에 휴관이었다.

일요일인 어제 미술관에 가고 오늘 수오멘린나 섬에 갔어야 했다. 갓댐잇! 

마띠는 아침 일찍 출근해서 나랑 놀아 줄 사람도 없고!!! 늦잠 자서 일어나보니 마띠는 이미 가고 없었다.



집에 쳐박혀있기도 뭐하고 일단 시내에 놀러 나가야겠다 싶었다.

그리고 오늘의 목표는 탈린행 페리 예약으로 정했다. 정말 거창한 목표다.

실야라인 티켓 오피스를 찾아 이리저리 헤메었다.



지도를 너무 못 읽어서 큰일이다.

핀란드는 스웨덴어를 공용으로 쓰기 때문에 스웨덴어로 지명이 표기가 되어있는데,

그래서 맨처음에 멋모르고 스웨덴어 도로 이름 읽고 다니다가

1) 지도 상에 나와 있는 이름은 이 이름이 아니다,

2) 왜 덴마크어랑 비슷하지?

이상하다 싶어 정신차리고 핀란드어 도로 이름을 따라다녔다.


어떨 때는 스웨덴어 공용 표기가 큰 도움이 되었다.

어줍잖게 덴마크어 주워들은 덕분에 비슷한 단어는 대충 유추해서 알 수 있었다.

 

실야라인 오피스 가서 탈린 행 페리를 예약했다.

핀레일패스가 있어서 50%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행복해. ㅋㅋㅋ

이리저리 구경 다니다가 해가 슬슬 지고 마띠가 퇴근해서 집에 와있겠다 싶을 때 집으로 갔다.


핀란드인들은 덴마크인에 비해 좀 통통한 편인 것 같다.

자전거의 힘인가.

훈남훈녀 비율도 적은 편이고.

이건 마띠가 자기 입으로 그랬다.

뷰티풀 대니쉬 걸즈라며이건 전세계가 인정한듯. 덴마크 훈녀들은 영원히 덴마크 안에만 머물길

 


집에 와서 초인종을 누르는데 한참이 지나도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마띠가 아직 직장에서 안 돌아왔나 싶어 쇼핑몰 구경하며 시간을 때울까하는 참에 문이 열린다.


텔레비전 안테나를 숨기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

마띠네 집에는 커다란 맥이 있어서 거기에 티비 안테나를 연결해서 보는데,

핀란드에서는 티비가 있으면 국영채널 때문인지 매달인가 매년 꽤 많은 돈을 내야 한단다. 

종종 불심검문 차원에서 tv inspector가 나오는데내가 검사하러 나온 사람인줄 알고 안테나를 숨기느라 시간이 걸렸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핀란드인들은 침묵을 어색해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마띠도 그렇다.  
할 말 없으면 그냥 가만히 있길래 나도 가만히 있었다.



! 어쩌다가 한국에서 체육교실 코치를 하는 스웨덴 친구 얘기가 나오면서,

한국에서는 농구하면 키 큰다는 걸 정말 믿느냐, 어떤 코리안 닥터가 지어낸 말이냐 어쩌고저쩌고

닥쳐. 까도 내가 깐다.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