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 & About in/Thailand

20160428 Day 2 in Krabi - 정글투어/에메랄드풀/블루풀

숨숨 2016. 5. 12. 23:41


에어콘 수면 모드로 켜놓고 이불 폭닥하게 덮고 자는 것만큼 쾌적한 여름밤은 없다.


아침에 커튼을 촥 열었더니 고양이 두 마리가 아침부터 올라오는 트로피컬 열기를 피해 발코니에 앉아 도망가지도 않고 나를 멀뚱멀뚱 바라본다.

티비 동물농장에 나왔던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에이미인지 하이디 왈, 눈을 지긋이 바라보며 까암-빠악하는 것이 고양이와의 인사법이랬는데 여러 번 해봐도 씨알도 안 먹힌다. 태국 고양이는 손모으고 사와디카하며 깜빡해야 되나요? 눈곱도 안 뗀 추레한 외국인의 인사는 안 받아주나요.

아오낭 시내엔 곳곳에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 센터'라는 그럴싸한 이름의 가판대들이 많은데, 아무 데나 가서 카탈로그를 보며 원하는 투어를 골라서 예약을 하면 된다. 물론 정가대로 예약하면 안되고 생글생글 웃으며 무작정 반값으로 불러본다. 그리하여 어젯밤 아무 데서나 들어가서 반값으로 예약한 정글투어를 하는 날. 나름 표준화된 투어 등록 slip도 있다! 그리고 난 당연히 이렇게 여행기를 쓸 계획이 없었으므로 그 종이쪼가리 사진을 찍었을리가 없다. 하하!


산책길이 정말 평화롭다. 아침부터 정원에 물을 주는 스탭들과 아침인사도 주고받으며 2-3분 가면 따로 떨어져있는 연못가 식당에 도착. ​


우리가 신청한 투어는 8시반에 픽업하러 온다고 해서 아침을 일찍 먹으러 갔더니 사람이 많지 않다. 보통은 조식 레스토랑에 오믈렛 스테이션이 누들스테이션이 있는데 여긴 키친이 따로 있구 메뉴판에서 맘대로 주문할 수 있는 음식 + 부페식이다. 로띠 오믈렛 프렌치토스트 죽 등을 모두모두 주문. 매일매일 로띠로띠! ​


나는 전생에 무슨 착한 일을 했길래 이런 멋진 사진을 찍어주는 벗을 만났나요.

더위에 땀으로 샤워할 것을 대비해 속옷을 넉넉히 챙겨왔는데, 나흘 중 이틀 동안 아침부터 물장구치는 투어를 한 덕분에 수영복으로 대체할 수 있었다.

리셉션에 가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신청할 투어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 와서 뭐라 외치면 쪼르르 따라가면 되는 것이다.

정글투어는 우리 전에 픽업할 사람들이 많았는지 예상보다 20분은 늦게 왔다. 이미 서너자리밖에 남지 않은 꽉 찬 밴과 강렬한 태국영어를 쓰는 깝치는 가이드와 함께.........

아오낭에서 우리를 픽업하고 3-40분 더 간 끄라비타운에서 한두팀을 더 픽업한다. ​


푸켓까지도 꽤나 가까운(?) 끄라비 타운.
By the time our backseat ride in the crowded van with deficient ac almost suffocated me, we arrived in ... none other than HOT SPRINGS!

whaaaa
현지 날씨 35도.
내려준다 온천에. 준다 너희에게 한 시간.

이미 너무 더위를 먹어 아무 생각이 없이 따라가다보니 진짜 노천 온천이 나온다. 유후인이나 우레시노의 그것처럼 뜨뜻한진. 내가. 알 길이. 없다.
발꼬락도 안 담궈 보았으니까! ​


친구와 요 사진을 남기고 나는 부동의 자세로 저 나무 밑에 고대로 앉아있었다. 계단식으로 된 온천엔 태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다들 몸을 담갔다가 아랫단에 있는 계곡까지 다녀오더라.

다시 밴으로 돌아오니 깝치는 가이드가 뷰티풀 코리안이니 내 친구는 잉글리 할 줄 아냐느니 어쩌느니 깝치길래 화장실이나 찾아나섰는데

나는 이 곳에서 내 생애 다시 없을 최악의 화장실을 경험하였다. 이끼 낀 양변기와 이끼로 시커매진 대야에 담긴 물이 있던 shack. 나는 이제 어디서든 살아남을 수 있을거야. 아, 그 화장실을 밤에 다시 가라 그러면 차라리 섭씨 40도에 디펜드 기저귀를 차겠어요.

땀범벅에 낑낑거리며 옷매무새를 갖춰입느라 안나오는 내가 걱정되었는지 친구야 괜찮니? 노래불러줄까? 해줘서 고마워 융융...

이 시점에서 나와 융융이 그 전날밤 아오낭 시내 어느 골목 한 켠에서 옆집 라이브바의 공연을 들으며 신난 매장 아줌마와 계산기를 뚜드려가며 깎아서 구매한 코끼리 무늬의 얇은 wrap을 언급하지 아니할 수 없다.

태국 어디에서나 살 수 있는 (추측컨대) 리넨+비스코스+면 등의 소재가 섞인 나풀나풀한 얇은 천인데, 끄라비 여행 검색 중 발견한 어떤 블로거가 다용도로 쓸 수 있으니 엄청 유용하다고 얘기하지 않았더라면 굳이 몇천원 돈을 주며 이 천을 사진 않았을 것이다.

선스크린 처리는 안되었겠지만... 어딜 가나 그늘 없는 곳에선 햇빛을 가리고 모래사장에선 깔고 앉고 물에서 나와 대충 물기를 닦거나 해변에서 젖은 수영복에 옷을 입기는 찝찝할 때 몸에 홀터넥으로 두르는 등 다용도로 쓸 수 있었다.


몇십분을 더 산속을 향해 달려 도착한 곳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에메랄드풀 & 블루풀. 주차장에 차를 대면 한참 걸어가야 한다. 습한 더위에 1.5킬로는 정말 가혹한 거리다. 거기서 800미터? 정도를 더 숲속으로 들어가면 블루풀이 나온단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까?

난 물론 이미 정신줄을 놓았기 때문에 그런 가치판단을 할 이성이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피리부는 사나이를 따라가는 아이처럼 남들을 따라 일단 목적지가 어디가 되었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겠단 일념으로 가본다. ​


융융이를 선두로 하여 하염없이 숲속을 걷는다.
빽빽한 숲속 나무 그늘이 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
찬조출연 태국 필수템 wrap + 융융이가 막 아무렇게나 써도 예뻤던 융융어머니 협찬 헬렌카민스키 라피아햇 ㅠㅠㅜ존예ㅠㅠㅠㅠ ​


몇분을 걸었을까? 에메랄드풀의 사람들 소리가 이미 하나도 안 들리고 점점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면서 지칠 무렵 이 광경이 나타난다.

노!필!터!
무슨 원리인진 모르겠는데, 아니 무슨 원리인지 안내문에 써있었는데 더위 먹은 내 뇌리에 접수가 안되는 어떠한 원리로 인해 이 고요한 블루풀 옆에서 박수를 짝짝짝 치면 보글보글 버블이 올라온다.

우리 투어에 함께한 몇몇 그룹도 블루풀에 와있었는데, 모두 합세하여 박수치면서 영상찍고 신기해 했다.

사진을 득템하고 수영하러 출발!


지리산 계곡 같은 곳인데 에메랄드색인 느낌?
물놀이는 열심히 했지만 절대 머리는 담그고 싶지 않은 느낌?

여기서 개헤엄을 치며 좀 놀았더니 더위가 가시는 기분이었다.

투어가이드가 시간은 충분히 줘서 주차장으로 돌아와 주스도 한 병씩 사마실 여유까지 있었다.

투어 참가한 사람들이 다들 시간도 잘 지키고 운이 좋았다. 우리는 반나절 정글투어+에메랄드풀 투어 패키지였는데, 참가한 사람들 중엔 코끼리 트레킹과 atv 운전? 도 신청한 사람들이 있어 중간에 잠깐 detour가 있었다. 그들을 내려주려고 들른 곳에서 발견한 마음 찢어지게 아픈 광경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착잡하다. 인간적으로 이런 투어는 하지맙시다.

가이드가 한 팀 한 팀 리조트에 데려다 주는 것으로 반나절 투어는 종료. 블루풀을 보고 친구와 에메랄드풀에서 참방거린 것만으로 가치있는 반나절이었다.

그나저나 도대체 비지니스 모델이 어떻게 되고 수익구조가 어떻길래 돈이 남는 거지?


우린 바로 풀사이드로 직행.
어제 체크인하면서 우리에게 컴플리멘터리 바우처를 몇 장 줬는데, 덕분에 망고주스와 과일 플래터를 신나게 시켜먹었다.

융융은 물놀이를 안 한지 어언 십년이 넘었대서 리조트에 왔지만 물놀이하기 싫어하면 어쩌지 내심 걱정했는데.. 그녀는 물밖으로 나올줄을 몰랐다....... 근래에 퇴근길에 회사근처로 다닌 수영클래스가 주효했던 것인가... 너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해 융융

둘이서 쉬면서 아 너무 좋다 아 너무 좋다를 3907번 정도 말한 것 같다.



자알 쉬었으니 먹어야 할 차례 아니겠는가.
리셉션에 트립어드바이저 끄라비 맛집 1위 예약을 부탁했더니 우리가 간 주간에 그 집이 휴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지만 굴하지 않고 맛집 2위 식당 + 거기까지 갈 툭툭서비스까지 예약 완료!

​​​​


사실상 노천 식당.
비닐 테이블보에 테이블마다 위에 선풍기가 탈탈 돌아가고 모기 퇴치 스프레이가 친절히 놓여있고 파리가 떠날 줄을 모르는 식당.


그러나 모닝글로리 볶음 + 킹프라운 튀김 + 팟타이꿍 + 얌운센 + 똠얌꿍 + 밥 + 싱하를 2만원에 먹을 수 있는 곳.


사랑해요 정글키친...
그다음날 혹시나 다른 곳이 덜 맛있을지 모르니 안전빵으로 여길 재방문하고 싶었으나 공교롭게도 여기마저 다음날부터 휴무였으니 우린 운이 참 좋았다.

리조트로 배뚜들기며 돌아와
트립어두바이저 1위 마사지샵으로 가는 택시를 불렀다.


이렇게 택시 색깔이 힙해도 되는 걸까?


아오낭 시내 완전 반대편 언덕배기에 있는 마사지샵.
솔직히 기대 하나도 안했는데 언니 손맛 대박. 한시간동안 속으로 대박대박대박..을 외쳤다. 진짜 말도 안된다. 그 선생님 성함이라도 알아올걸... ​


갈 땐 택시를 탔지만 오는 길엔 쇼핑거리 구경 겸 슬슬 걸어서 해변가로 내려왔다. ​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망고주스도 사먹고 로띠도 사먹고. 한국에 있을 땐 매운거 먹었다고 탈 나고 한여름에도 아이스를 못 마시고 따뜻한 음료만 먹는 나인데, 여기선 뭘 먹어도 거뜬.

그러나 역시나. 한국 오자마자 뒤늦게 물갈이를 하는 바람에 거기 가서 먹으려고 산 정로환을 뒤늦게 열심히 먹어야했다. ​



맥도날드 앞에서 출발하는 반사이나이 툭툭 셔틀을 타고 숙소로 가는 행복한 두번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