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 & About in/Thailand

20161130-1203 세번째 방콕 Day 2

숨숨 2016. 12. 4. 14:39

​수코타이에서의 두번째 날이 밝았다! 

벌써 오래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당장 어제 먹은 저녁도 생각이 잘 안나는 사람이 반년 전 여행기를 쓰려니 고달프다. 

​수코타이에서도 조식 메뉴는 크게 다르지 않다. 출장가나 여행가나 먹는건 매번 같다: 바싹 구운 토스트에 버터 한 덩이를 듬뿍 발라서 연어를 얹어 먹는다거나, 오믈렛 위드 에브리띵. 먹고나니 배가 불러서 조용한 수코타이 안을 살살 걸어다녔다. 대칭으로 모든 걸 같은 모양으로 배치할 수도 있지만 살짝 변형을 줘서 완전히 획일적인 대칭은 아닌 인테리어가 재밌었다. 바람도 솔솔 불고, 호텔 안 인테리어샵도 구경했는데 로컬 아티스트가 만든 작품이 몇십만원대. 몇백만원대였나? 

택시를 불러서 바로 향한 곳은 방콕 컬쳐앤아트센터. 봐야겠다는 전시회는 없었고, 내부라서 에어콘이 빵빵할테니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어차피 오늘도 그 주위로 지하철이나 택시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슬슬 둘러볼테니. 센터내 갤러리마다 각영상물 작품도 있고 이런 일러스트도 있고. 말거는 사람도 없고 과한 친절도 없어서 조용히 둘러볼 수 있었다. 맨 윗층에는 사람들의 인물 사진을 이어붙여 만든 국왕 추모의 공간.  

 

촛불집회로 부패정권을 몰아내고 민주주의 정신을 이어나가는 나라에 사는 사람으로서 국왕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상상도 안되지만 어쨌든 만인에게 이렇게 사랑받은 삶은 나쁘지 않았겠지. 태국 백성(?) 들의 마음은 내가 이니님을 사랑하는 마음과 같은 것일까......... 우리 이니 하고싶은 거 다해....테익마이머니...테익마이택스........플리즈테익잇...하고싶은 거 다해... 나라를 팔아먹어도 달님 (심지어 안 팖, 팔아도 뜻이 있을 것이고 비싸게 팔듯) 

센터에서 바로 이어져 있는 통로로 옆 백화점에 갔다. 백화점 이름은...이제...기억이...나지.......않는다....천장 거울 인테리어가 예뻐서 요리조리 찍어보다가 쇼핑에 흥미가 없는 두 모녀는 지하철을 타고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 두번째로 간 쇼핑몰은 동대문 두타 느낌이 물씬 났다. 작은 옷/소품 가게들에서 마데인코리아/마데인차이나의 느낌이 물씬 나는 가게들이 주를 이루고 젊은친구들(?)이 많이 보였다. 기억이 안난답시고 무성의하게 글을 쓰다가 바로 코앞에 구글맵 깔려있는 핸드폰 두고 뭐하나 싶어서 찾아보니 BACC 옆 싸얌 디스커버리 - 터미널21이다. 네... 그렇다고 합니다 제가 간 곳이 그런 곳이라네요. 

두번째 쇼핑몰에는 확실한 목적이 있어서 방문한 것이었다. 구불구불 복잡하게 구획별로 나뉘어진 쇼핑몰 골목을 헤매다가 찾아낸 Thaniya! 태국 전통 문양 도기에 담은 올가닉 소이왁스 캔들이나 디퓨저류를 파는 곳인데, 미용실 잡지에서였나 보고 한두개 정도 사면 좋을 것 같단 생각에 들렀다. 지점이 방콕에 여기 한 곳, 나머지 한 곳은 코사무이여서 여기서 사야만했다. 

애써 찾아온 기쁨에 정신을 못차리며 미친듯이 도자기를 집어대는 나를 제정신으로 돌아오게 해주는 사랑하는 엄마의 한마디: "마 적당히 사라. 계속 보니까 유골함 같다." 덜그럭덜그럭 집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고...조용히 한 개만 사왔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친구들 선물 살 그 이름도 유명한 카르마카멧! 걸어가다 보면 백화점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골목 같아서 안 들어갔는데 알고보니 그 골목에서 쭉 따라 걸어가면 이런 곳에 가게가 있어?라고 할만한 곳에 간판이 튀어나온다.  

​힙힙힙한 곳인건 잘 알겠고 선물도 이것저것 샀다. 포푸리 방향제를 사서 몇개월 뒤 친구들에게 나눠주는데 향이 하나도 안 나는 것이다! 고 몇개월 새 향이 다 날아갔나, 싶어서 친구들 준다고 쓰레기를 사왔구나 시무룩했었는데 알고보니까 천주머니 안에 향 날아가지 않게 포푸리도 비닐 포장이 되어있던 것이었다. 향수 빼고는 실내용 아로마 제품을 하나도 안 써서 촌스럽게 몰랐네 헿 

약 7개월 전 추억을 떠올리며 여행기를 쓰는 2017년 8월 5일 오후 두시 지금 우리 동네 날씨는 36도에 육박하고, 앞뒤로 창문을 다 열어놓으면 환기가 솔솔되어서 시원한 우리집도 이 더위에는 무너지고 말았지만............... 이 날 방콕도 정말 더웠다. 36도까진 아니었지만 아침부터 이곳 저곳 다니고나니 너무 더웠고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여행 오기 전 귀국한지 얼마 안된 방콕지점 전 주재원분께 맛집 추천을 부탁드렸었는데, 매우 허름하지만 사무실에서 해장용 국수를 곧잘 배달해 드신다며 강력추천을 한 식당이 있었다. 위드 수프/위다웃 수프 두 개 시켜서 먹으면 될 거라고 하심. 구글맵에 이름만 찍어서 졸졸 시키는 대로 따라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옆에 국수집이 하나 더 있었다. 1호점 2호점의 개념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가고자하는 목적지로 추정되는, 정확히 골목 꺾이는 코너에 있는 식당이 보인다면 맞게 찾아온 것 같다. 찬양하라 룽!르!엉! 돌아와서 네이버에 찾아보니 이미 꽤나 유명한 곳이었다. 똠얌 볶음 쌀국수와 국물 쌀국수를 먹었는데 훠우! 새콤달콤맵싹한 그 맛이 생각나나면서 입에 침이 고인다. 이렇게 더운 날 한그릇 먹어주면 더위에 집나간 입맛 다시 감돌 것 같다.    


이 날은 근처 텅러 지역에 Face Spa를 예약했다. 시간이 좀 남아서 가기 전에 커피를 한 잔 마시기로 하고 우버를 불러서 대충 스파 근처에 내렸는데 예쁜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Hands & Hearts 라는 곳인데 또 알고보니 좀 힙한 곳. 이번 여행은 길은 좀 헤맸어도 장소 뽑기운은 좋았네. 친절한 직원들 덕분에 맛있는 커피에 달달한 디저트도 하나 주문해서 맛있게 먹었다. 우유를 잘 안마셔서 라떼도 안 마시다보니 인스타용 예쁜 라떼아트 사진은 건지기 힘들다. 이씽. 

별 수다도 안 떤 것 같은데 이때 엄마랑 쫑알쫑알 웃으면서 재밌는 얘기를 많이 한 것 같다. 카운터 위 선반에 색깔이 다른 에어로프레스가 있길래 저게 뭔가 했는데 알고보니 에어로프레스 대회 트로피였다. 너무 귀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