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01707 탱고
숨숨
2017. 7. 22. 21:18
치매 증상을 보인다고 알아차린 후부터 올해 탱고의 변화.
끊임없이 집을 맴돌아서 거실-부엌, 거실-현관복도 통로를 막는 펜스를 샀더니 내내 거실과 베란다만 크게 한 바퀴 돈다. 멈추지 않는다.
방향 공간감각이 없는지 모서리에 툭툭 치이면서 돌아다니고 장애물이 바로 앞에 있어도 피하지 않고 직진. 코너에 있으면 목이 꺾이고 뒷다리 힘이 빠져서 늘어질 때까지 계속 그 자세로 처박혀 있다. 장애물은 피할 줄을 모르니 물그릇이고 밥그릇이고 몇 번을 엎었는지 모른다.
밥그릇에 코를 처박고 침범벅이 되어 불어터진 사료를 먹는다. 물은 혀를 차서 삼킬 힘이 없어 물통을 마련해줬더니 숙여서 잘 먹지도 못하고 엎기 일쑤, 베란다 물바구니 물을 먹는다. 거기 물높이가 잘 맞도록 물 채워놓는게 필수.
아직 베란다가 자기 화장실이라는 걸 인지하는거 같은데 가끔은 오락가락하는거 같다.
놀라운 건 털이 북실북실할 때는 기력이 없었는데 동물병원에 미용을 맡겨서 싹 다 깎았더니 잘 걷고 멀쩡하다는 점이다. 삼손의 반댓말은 뭘까?
귀는 가는귀가 먹었는지 아무리 불러도 반응이 없고 크게 부르면 오히려 반대쪽으로 홱 돌아본다.
산책은 근처 공원 못가본지 오래. 아파트 동네 잠깐만 돌면 다행이다. 기력이 없어서 비틀비틀 걸을 때도 있고 어떤 날은 쌩쌩해서 걸음이 활기차다. 근데 예전만큼 어디에 가서 오줌을 싸고 어디의 냄새를 맡아야겠다는 확고한 목적의식은 없이 지칠 때까지 하염없이 걸어다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