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 연휴에 런던-파리를 다녀왔다.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문화-식도락-커피를 즐기겠다고
눅눅한 겨울 유럽 비바람을 맞아가며 빨빨 돌아다녔더니 영 휴가를 다녀온 것 같지가 않은 것이다.
자고로 휴가라 함은 유년기 시절부터 동남아 리조트 풀사이드에서
나무늘보처럼 하루종일 늘어져 독서-낮잠을 반복하는 부모님 옆에서 놀다가
등껍데기 까지도록 땡볕 아래 물속에서 참방거리다 오는 것이었는데
요근래는 혼자 떠나보겠다고 나대다보니 결국 샌프란 런던 빠리 등의 도시만 방문하게 되었다.
동남아 리조트를 가려면 누군가를 꼬드겨야했고 레이다에 나의 사랑스러운 친구가 들어왔다.
이케요케조케 독채리조트 팟타이가삼천원 이케요케조케 등의 감언이설로 그녀의 재가를 받아내고
친구가 근 10년 동안 한 번도 물놀이를 해본 적이 없다 + 파란바닷가와 싸고 맛있는 먹거리를 둘다 즐기려고 한대서
회사 상사분의 태국인 친구가 강추한다는 끄라비로 4월 짧은 휴가 낙찰.
장거리 비행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직항이 없다는 것이 치명적이었으나
경유해도 60만원 초반대의 가격대와
꽤나 괜찮아보이는 리조트가 얼리버드로 일박에 10만원 이내로 예약이 가능했다는 점이 매우 매력적이었다.
이른 아침 비행기로 출발하느라 부스스한 몰골로 향한 동네 공항버스 정류장에서 출장가시는 부장님을 딱 마주치고
공항행 고속도로에서 불타오르는 자동차 한대 때문에(?) 잠깐 서행하였으나
무사히 인천공항 도착.
그다음주 황금연휴를 앞두고 누가 굳이 먼저 휴가를 가겠어? 라는 생각은 큰 오산.
공항은 엄청나게 붐비고 방콕 가는 편 타이항공 수속줄은 엄청나게 길었다.
나에겐 비장의 카드...나는야 스타얼라이언스 골드회원이지... (SG타고 조벅 세 번 다녀오면 바로 가능)
패스트트랙 줄로 신속한 수속은 가능했으나 비행기표 클라스가 너무 낮아 적립이 전혀 안된단다.
마일리지 적립조차 없는 싸구려 표여...잘 썼다... 고마웠다... .......
마음에 담아두었던 젠틀몬스터 선글라스를 잽싸게 구매하려...했으나
붐비는 매장에서 온갖 모델을 다 써보며 시간을 낭비하고 어리바리하고 느린 수습직원의 결제를 기다린 후
버버리....디올..........등을 구경하며 탕진의 꿈만을 간직한채 탑승동으로 향했다.
라운지에서 친구와 pre inflight breakfast를 위한 컵라면을 한 그릇 노나먹고 30분도 채 못쉬고 탑승했다.
스카이팀보다 스타얼라이언스가 쪼오끔 더 낫다는 생각이 드는게,
스타얼라이언스는 골드회원이 될 수 있는 threshold가 굉장히 낮기도 하고
동반 1인 라운지 무료이용 등 쪼렙 골드회원을 위한 혜택도 꽤나 풍부하다.
뭐...생각해보면 빠른 수속 줄 - 수속 priority tag - 탑승 전 라운지 이용 같이
한 10분에서 길게는 30분 덜 기다리는 그따위 혜택 때문에 탑승 횟수 채우고 마일리지 쌓는건데
그 따위...그 따위 혜택을 누리기 시작하면 너무 편하고 좋은 것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비행기가 출발하자 우리는 그제서야 가서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둘다 검색해 본 내용이 비슷했다. 심지어 검색해본 블로그도 비슷하고.
약 10분간의 치열한 고민과 논의 끝에
맛있는 걸 많이 많이 먹고
정글투어 반나절 / 홍섬투어 반나절 / (나만) 클라이밍 반나절 을 하기로 했다.
....친구에게는 패기넘치게 난 이번 여행을 다시 블로그에 올리려고 해! 라고 말했으나
집->공항->라운지->탑승까지 찍어놓은 사진이라곤 매장에서 이상한 선글라스 껴보고 쌩쇼한 모습밖에 없어
너는 파워블로거는 커녕 블로거가 되려면 멀었다는 타박을 들어야했다. 넘나 맞는 말인 것..
방콕에 도착해서야 사진을 찍기 시작.
국내선 터미널로 이동하니 내가 알던 으리으리한 수완나폼 공항이 아니다.
푸드코트와 작은 매장, 부츠 등이 전부.
시간도 많으니 이래저래 구경.
태국은 나름 이번이 세번째인데 그 유명한 콘파이는 처음 먹어보았다. 맛있는데 느끼하고 달다
설탕 많이 때려부은 콘스프를 녹인 후 튀기면 이런 맛일 것 같고 두 번은 못 먹겠다.
타이실크 라운지 이용이 가능해서 여기서 1시간반 정도 뭉갰다.
국내선쪽 라운지인데 정말 쾌적하고 조용했다. 구체적인 전경 사진없음....................................................
퐝퐝 터지는 와이파이로 29cm 쇼핑을 하기 시작할 정도로 지루해질 무렵
탑승 시작.
손모아서 인사하는 모습이 서역인들에게는 얼마나 이그조틱하고 유니크해보일까.
아시안 컬쳐~
국내선 에어버스320 같은 조그만 비행기는 게이트도 제대로 못 얻나보다.
시속 10키로의 버스를 타고 활주로까지 이동한다.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불어오는 더운 바람에 열대 나라에 온 것을 제대로 실감했다.
고작 한시간반 이동 거리인데 이런 간식 + 설탕물인 믹스드후르츠 주스를 노나준다.
동남아에 왔다가 피자에서도 고수향이 나서 아무것도 못 먹었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들었는데
이 스낵을 먹으니 그게 무슨 뜻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는 고수를 씹어먹는 친구와 함께 다니다보니 깻잎..까지는 아니지만 점점 익숙해져가는 향이다.
Sliver of last sunlight of the day!
해질녘에 끄라비에 도착했다. 끄라비 인터내셔널 에어포트라지만 보이는 건물 한동이 전부다.
내렸더니 유심칩 판매스탠드는 다 철수했고
아오낭시내까지 가는 퍼블릭택시 600바트 티켓을 구매한 후
출국장에서 택시택시! 거리는 알 수 없는 사람들을 뿌리치고 밖으로 나왔다.
내가 생각하는 택시의 모양은 위에 TAXI라고 쓰여있는 승용차인데 그런 택시는 전혀 보이질 않네?
내가 티켓을 들고 당황하여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또 어떤 아저씨가 다가와 택시택시~한다.
유니폼도 안입고...아무것도 알 수가 없어서 노~ 아임루킹포 택시 하니까 자기가 택시기사 맞단다.
알고보니 끄라비는 모든 택시or이동수단이 스타렉스같은 밴이었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놓이지 않아 밤길을 달리는 밴 안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내 핸드폰으로 적의 정수리를 내려치고 안전벨트를 끌르고 벗과 함께 탈출할테다라고 마음 먹으며 숙소까지 왔다.
사와디카~와 함께 건네받은 리조트 웰컴드링크. BUTTERFLY PEA FLOWER TEA!
달달하고 시원하고 청량한 이 맛에 반해 매일 아침 조식코너에서 한 잔씩 시원하게 들이켰다.
내가 묵은 반사이나이 리조트는 30여개의 독채로 이루어진 아늑한 숙소고,
아오낭시내에서는 툭툭으로 한 5분 정도 떨어져있다.
조용하고 깔끔하다.
우린 주중을 이용한 미니 비수기에 온지라
가족단위 여행객은 거의 없어 (= no kids. yay!) 평화로운 조식과 평화로운 풀사이드 휴식을 즐길 수 있었다.
이 포스팅을 올리면서 생각해보니 트윈베드도 아니고 킹사이즈 베드를 쓰면서
이불싸움도 없었고 코골이도 없었고 이갈이도 없이
굉장히 편안하게 서로 숙면을 취한 것 같다...는 내 착각일까?
난 리조트의 이런 친환경적인 패키징이 정말 좋다.
도마뱀도 주의하라고 했는데 우리가 묵은 코티지에서는 못 봤다.
예전에 묵었던 나트랑 아나만다라에서는 밤에 귀가해서 불을 팟 켜면
티비 뒤 열기를 즐기던 겍코가 후다닥 천장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ㅋㅋㅋ
대충 옷을 갈아입고 정기적으로 출발하는 툭툭을 타고 아오낭 시내로 향했다.
5분 정도 걸었는데 땀이 비오듯 흐른다. 여긴 모두가 땀을 비오듯 흘리니 이상하지도 않다.
아직 어디 무엇이 있는지 모르니 정처없이 해변가를 걷다가
배도 고프니 아무 데나 들어가자고 하며 열심히 호객행위하는 아재를 따라
la casa italian 레스토랑을 들어갔다. (??????)
참으로 이상한 곳이었다.
간판은 이탈리안이고 화덕까지 갖춰져 있으나 메뉴는 타이퀴진인 주인과 알바생들이 인도인인 곳.
맛은 뭐. 배도 고프니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
고양아 너도 덥지.
편의점에서 유심칩을 사고
그 다음날 떠날 정글투어와 홍섬투어를 소비자권장가격에서 50%를 깎아 예약하고 (진짜 뿌듯)
또 길가다 호객행위에 넘어가 발마사지를 1시간 받고
20분 정도 걸어걸어 숙소에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