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일기가 안 올라와서 나의 섭식활동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 잘 먹고 다녀서 탈이다.
살쪘어-_-
오늘 아침 살짝 눈이 왔다고 확신한다.
비라고 하기엔 너무 굵은 진눈꺠비 정도 되려나?
오려면 그냥 펑펑 오던가........-_- 에라이 눈이나 많이 와라
아점으로 숨숨표 오믈렛이라고 하기엔 너무 generic한 오믈렛을 해먹고
베스터브로에 있는 독립 영화관Vester Vov Vov로 향했다.
오늘이 CPH:DOX라고, 코펜하겐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 마지막 날인데
보고싶어서 벼르고 있던 다큐멘터리가 한 편 있었던지라 주연이와 함께 갔다.
지금까지 시내 곳곳 영화관에서 상영한 다큐멘터리가 몇십편은 될터인데 그닥 땡기는 작품이 없었다.
아, 심사위원단? 자문위원단?이 있는 데 그 중에 한국분이 있다! 자랑스러워용.
주연이와 나는 바레소 커피에 가서 한 잔 씩 사 들고 갔다.
여기서 드디어 숨숨 차이라떼 개시!
혹자는 치약맛이라는 그 차이라떼! 아 나는 따뜻하고 상큼하기만 하던데..
근데 여기 차이라떼는 심지어 치과맛-_-까지 난다. 치과에서 입 안 헹굴때 주는 물에 담긴 소독약맛-_-
카페+영화관 베스터 보우보우! 아담하다.
영화는 두시반 상영인데 영화관은 두시에 연다. 근데 두시가 좀 지나서야 열었다.
그래도 사람들 밖에서 열심히 기다림.
언젠가는 열겠지~하고 덤덤하게 기다린다.
한국이었으면 1. 창문에 들여다보면서 문 두드리는 사람, 2. 전화번호 찾아서 왜 안 여냐고 전화하는 사람
3. 춥다고 욕하면서 짜증내는 사람, 요렇게 세 타입 있었을거라 확신. 나는 3번.
이리저리 카탈로그를 뒤져보다가 Top Dox라는 테마 아래 상영되는 몇 가지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오늘 본 [
About water, people and yellow cans]라는 amnesty-award를 받은 룩셈부르크산 작품이다.
다큐멘터리는 물을 주제로 세 가지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방글라데시 시골 마을, 매년 여름 홍수로 집과 논을 잃고 떠도는 가족; 카자흐스탄 아랄스크 시, 아랄호 황폐화로 일거리를 잃은 사람들과 번성기 시절을 회상하는 노인들; 케냐 나이로비의 슬럼, yellow can을 들고 먼 길을 걸어 비싼 물을 구입해 하루하루 근근이 사는 빈민들.
물은 넘쳐흘러 재앙이 되고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고 목숨까지도 좌지우지한다.
세계 각지에서 다른 이유로 고통받는 사람들,
하지만 그들은 카메라를 마주보며 자신들의 상황을 지나치게 덤덤하게 알려준다.
90분 내내 화면에 담기는 사람들의 모습에는 큰 웃음, 큰 행복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어쨌든 그들은 살아간다. 삶이 어려워도 어쨌든 사는거지. 그리고 소소한 행복을 느끼겠지.
새삼 나는 정말 축복받은 사람이라고 다시 한 번 느낀다.
마지막 나이로비편에서
[water point는 슬럼에 총 15개가 있다.
여기 사는 주민들은 부자 동네에 비해 물값을 네 배 이상 더 많이 낸다.]라는 마지막 자막에 울컥.
날씨가 정말 추워졌다.
원래 영화관까지 자전거를 타고 갈려 그랬는데
중간쯤 왔을 때 기어가 병신이 되서 갑자기 자전거로 등산하는 마냥 페달이 무지 빡빡하게 밟히는 것이다.
노레포트 역에 세워두고 중앙역까지 기차를 타고 간 다음, 기차에서 내려 역을 나서는데
갑자기 강풍을 동반한 비바람이 몰아닥치기 시작했다.
나는 우산도 없고 (8월에 잃어버린 뒤로 아직 안 샀음) 별 선택의 여지도 없었으니 그냥 걸었다.
춥다 추워
하필 오늘 파카를 안 입고 코트 입고, 모자도 덜 따수운거 갖고 나오고 부츠도 앵클부츠를 신는 바람에
더 고생했다-_ - 예측 불가능한 날씨라 어디 장단을 맞출수가 있어야 말이지
지금 자전거는 노레포트역 부근에 쳐박혀있음. 내일 수업 끝나고 픽업해야지.
역 주변에 자전거 훔쳐가는 사람 많은데 누가 내 아동용 자전거 훔쳐가지 않기를!!
시내 곳곳 전광판에 온도계가 있는데 8-9도라는 거 아무리 봐도 개뻥인것 같다.
아까 버스 기다리는데 입김 나왔단 말이야..................-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