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더듬어서 쓰는 3개월전 끄라비 마지막날 일기.
끄라비는 암벽등반의 메카같은 곳이렸다.
클라이밍을 햇수로는 오래 한 편인데, 워낙 중간에 잦은 부상과 격무(-_-)로 인한 공백으로 아직 쪼쪼쪼쪼쪼렙이다.
그래도 여기 온 김에 꼭 한 번 정도 체험은 해보고 싶었다. 오기 전에 트립어드바이저를 통해 가장 세이프하고 친절하다는 업체에 미리 예약을 했다.
원래 계획은 나는 아침일찍 라일레이로 가서 하프데이 클라이밍하고 오후 끄라비로 복귀하고
융융은 그 동안 풀사이드에서 휴식 + 체크아웃 후 쇼핑할 계획이었는데, 융융도 그냥 나를 따라 함께 라일레이 구경을 가기로했다.
그렇게 둘이 체크아웃을 한 후 아침에 나를 픽업하러 온 클라이밍 업체 트럭을 탔는데 탔는데 탔는데 탔는데 탔는데.............!
아뿔싸 그녀는 리조트에 핸드폰을 두고 온 것이다 것이다 것이다 것이다 것이다 .......................
업체 직원이 괜찮다고, 차 돌려서 다시 가자고 했지만 이미 다른 사람이 타 있어서 쫌 미안하구 민망하구 그래따 헤헤
융융은 이따가 따로 라일레이행 보트를 타고 라일레이에서 만나기로 했다.
알고보니 이 업체 우리를 데리고 간 보트 정박장은 끄라비 현지 사람들이 이용하는 그런 곳. 보트 출발 간격도 더 짧았다.

국왕부부쓰...사진 넘나 빛바랜것....

라일레이로 가는 보트 탑승!!
나와 오늘 클라이밍을 함께 할 애는 텍사스였나? 어디에서 온 남자애였는데. 여행 갔다온지 3개월 넘으니 이름도 기억이 안난다.
키가 2메다에 육박하는 아이였는데 직장다니다가 이직 전에 태국을 한달 째 여행중이라고 했다.
항상 그렇지만 여행지에서 만나는 서양애들은 한국인들의 휴가 일정을 들으면 많이들 놀란다.
미국애: 난 한달 째 여행중. 너는 얼마나 놀다가?
나: 나는 오늘 밤에 다시 서울로 가~
미국애: 아 구랭? 넌 그럼 며칠째 여행중인거야?
나: 음 나는 오늘이 사흘 째야~ 그냥 짧게 휴가 낸거란당
미국애: (혼란) (궁금) 아..글쿠나...서울에서 여기까지 얼마나 걸려?
나: 방콕에서 한 번 갈아타고 왔으니 총 8시간쯤 되려나?
미국애: (혼란의 카오스) 헐 가깝지도 않네
나: 으응..한국 기업들 다니면 맥시멈 휴가 일 수가 5일정도 돼... (수습) 음 아닌 회사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어

아무튼 라일레이 비치에 도착해서 선착장을 등지고 오른쪽으로 좀 걸어가다보면 이런 업체들과 카페들이 많이 있는 골목이 등장한다.
여기서 클라이밍슈즈랑 하네스를 착용하고 투어 신청한 다른 멤버들을 좀 기다리다 본격적으로 클라이밍하러 암벽찾아 출발!!!!

리조트 바로 앞 늪지대가 쓰나미 주의지역이다.
재난 영화는 없어서 못 볼 정도로 굉장히 좋아하는데, 얼마전에 봤던 '더 임파서블'은 쓰나미로 인한 피해를 적나라하고 현실감 넘치게 보여줬었다. 쓰나미가 덮치면서 나오미 왓츠가 물속에서 이리저리 힘없이 부딫히고 종이조각처럼 너덜너덜해지는 씬이 꽤나 오래 이어지는데 요 근래에 봤던 영화 그 어떤 장면보다 가장 인상깊고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저 표지판의 경고가 한없이 무의미하게 느껴졌고 무서웠다.
괜히 근처를 두리번거리며 높은 곳을 찾았는데...설마 쓰나미경보가 울리고 내가 미친듯이 달린다고 해도....높은 곳이 없었다.
그냥 암벽 타고 졸라게 올라가야 산다.
하고 생각이 미치던 중, 융융이가 따로 보트를 타고 라일레이에 도착했다.
사실 끄라비에 남아있어도 되는데 ㅋㅋㅋㅋㅋㅋ내가 가방에 선크림을 다 갖고 있어서 ㅋㅋㅋㅋㅋㅋㅋ여기로 왔따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미 우리 둘다 어깨가 익어버렸지만 일단 그녀에게 마음껏 선크림과 선스프레이를 뿌려드렸다.

끄라비 여기저기서 보였던 고양이들. 너넨 모목고 사니...
원래 그늘진 암벽을 찾아 한참 안쪽으로 걸어들어갔는데, 그 곳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업체들과 관광객들이 탑로핑 세팅까지 마치고
여러 구역에서 클라이밍을 하고 있어서 우리들이 할 루트를 찾기가 마땅치 않았다.
결국 다시 선착장 근처 해변가로 돌아와 비록 해가 많이 들어오지만 조금 한가한 곳에서 클라이밍 시작.

이런 전경이 펼쳐지는데,
클라이밍 해서 쩌 위까지 올라가면...끄라비의 풍경이 더 한 눈에 펼쳐진다. 잊혀지지가 않는다 아른아른

융융이가 나 클라이밍하는 모습을 찍어주겠다고 함께 여기까지 따라와줬다.
보기만해도 내가 예전에 해봤던 암벽과는 많이 재질이 다르다.

왼쪽에 있는 금발머리 소녀는 아빠와 입양한 한국인동생과 같이 체험하러 왔는데, 아빠가 말레이시아에 주재원으로 있단다.
이 셋은 무섭고 힘들었는지 몇 번 하다가 중단하고 가버렸다.
저 파란 티 입은 남자가 나와 함께 보트를 타고 온 앤데, 내가 홀드 세 개 찾아서 올라 갈 것을 한 걸음에 성큼성큼 가더라....


융융이가 내가 오르는 모습을 멋지게 찍어줬따!!!!!!!!!!!!
이 루트 말고도 이쪽 해벽에 루트 세 군데 정도를 도전했다. 그땐 융융이 없어서 안타깝게도 더 이상 사진은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지막 했던 루트는 너무 힘이 빠져서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가려고 했는데
우리 가이드들이 텐션을 열심히 잡아주는 덕분에 중간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끝까지 올라갈 수가 있었다.
해벽은 확실히 좀 미끌미끌한데, 대신 잡을 수 있는 홀드들이 많아서 어떨 땐 수월하게 느껴졌다.
앞뒤로 이동시간을 제외하면 한 3-4시간 정도 한 거 같다.
내가 리딩한 등반이 아니고 가이드가 리딩 후 걸어놓고 탑로핑을 한 거라 비교적 체력소모가 덜 했다.
가이드 두 명이 정말 재밌게 우리 클라이밍을 도와줬다.
이들은 이미 셀 수 없이 몇천번은 등반을 해봤던지라 literally every nook and cranny를 알고 있다.
한참 올라가다가 어느 홀드를 잡을지 몰라서 망설이고 있으면
"거기서 왼손을 위로 한 20센치 더 안쪽으로 넣어봐! 그렇지! 거기 시크릿 홀드가 있어!" 이런 식.
몇미터 정도 되는지는 모르겠는데,
등반을 마치고 등을 돌렸을 때 내 눈 앞에 펼쳐진 탁 트이 경치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나와 함께 한 어떤 커플은 고프로를 가져왔는데, 바로 블루투스를 연결해서 땅에서 핸드폰으로 중계를 지켜볼 수가 있었다.
하프데이 클라이밍을 그렇게 마치고 다시 원래 모였던 장소로 돌아갔다.
고 사이에 융융이는 망고주스도 마시고 발마사지도 받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쇼핑할 품목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리저리 돌부리에 긁히고 상처나고 손톱은 다 부서진 내 몰골을 보고 왜 중력을 거스르는 짓을 하냐며 타박했다.
라일레이에서 융융은 멋진 천(?)과 바틱패턴의 바지를 득템.
라일레이에서 끄라비로 복귀후 동네 쇼핑타운에서 더 많은 바지와 스카프를 득템.
태국산 바지는 정말 시원하기 그지없다. 천을 갖다가 대충 드르륵드르륵 박은 허접한 모냥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편해서 놓을 수가 없다.
9월말에 다시 방콕으로 둘이 갈 예정인데, 아시아티크나 짜뚜짝 시장에 가서 더 미친듯이 냉장고 바지를 쟁여야겠다.
유니클로 리라코바지 저리가라로 벙벙하고 시원하다. 요즘 너무 더워서 이거 입고 출퇴근하는 삶을 꿈꾼닼ㅋㅋㅋㅋ그럼 큰일날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