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어린이날이라 갑자기 생각 났는데, 아기 때 내 사진 중에 아빠가 거대한 아가 백팩 안에 나를 업고 산 위에서 찍은 사진이 있다. 강아지 백팩 같은 모양인데 아빠가 놀러디닐 때 날 업고 다니려고 샀다고 했다. 흔치 않은 장비라 사람들이 신기하게 바라봤었다고. 그 사진 어디 있는지 한 번 찾아봐야지.

알람을 꺼도 열시반에는 눈이 떠진다. 내 생체시계는 일요일 티비동물농장에 맞춰져 있는게지. 마지막 꼭지라도 챙겨보라는 내 생체시계의 깊은 뜻.

집에 있기엔 너무 아름다운 날씨라 집앞에 산책 나가서 오리와 하늘과 숲을 구경하고, 아빠 어버이날 생신 선물로 와인 사고, 금호상가 가서 수제비 먹고, 다이소 가서 분갈이흙 사고 집에 왔다. 체감 도보수는 이만보인데 8천 걸음이 채 안되네.

요즘 부모님은 사조영웅전이라는 중국 무협소설을 원작으로 한 중드에 빠져있다. 정말 한 톨도 관심 없는 장르라 티비 컨트롤을 빼앗긴 덕분에 책이나 열심히 읽는 중.

비록 ㄴㅇㅂ 블챌 오늘일기 이벤트는 조기종료 되었지만 그 이벤트 덕분에 일기를 다시 써보기로 결심.

넷플릭스에서 악인전을 별 기대 안하고 틀었다. 조폭과 형사 남자들만 드글드글 등장하는 영화라 대사나 플롯 다 뻔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재밌었다.


20210501 토요일
어깨가 아파서 정형외과 가서 뼈를 찍어봤다가 3n년만에 알게 된 사실. 1) 내 목 근육에 돌이 있다. 도대체 왜? 2) 인구의 10% 정도는 날개뼈가 휘어져서 태어나는데 내가 아주아주아주 운 좋게도(^_T) 그 10% 안에 들어갔다! 그 결과 내 어깨뼈들은 서로 더 잘 갈린다는... 그런 슬픈 사연. 턱걸이도 하지말고 스트레칭도 하지말고 운동도 하지말고 나을 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데, 사람이 어떻게 턱걸이도 안하고 살 수가 있죠?🤷🏻‍♀️🤷🏻‍♀️🤷🏻‍♀️

0502 일요일

날씨가 맨날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 미세먼지 없이 맑고 푸른 하늘, 너무 덥지도 않고 너무 춥지도 않고 적당히 선선한 바람이 간간이 불어오고 밖에 오래 있어도 몸이 으슬으슬하지 않은 날씨.

엄마와 판교 현백 가서 재빠르게 에잇세컨즈만 구경하고, 마마스 가서 재빠르게 밥 먹고, 일부러 두 정거장 전에 내려서 중앙공원 거늘다가 집에 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보로 숲세권에 사는 거 나에게 너무너무 중요하다.

0503 월요일

의사쌤이 당분간 그 어떤 운동도 스트레칭도 턱걸이도 하지말라는 말에 한없이 답답함을 느끼며 뭐라도 해야겠단 생각에 요즘 화제의 운동 슬로우버피를 하는 중. 블로그 챌린지와 동시에 시작했는데 이번 달 내내 슬로우버피 하면 내 몸에 어떤 변화가 있으려나? 슬로우버피 100개 숨이 좀 차긴 하지만 그럭저럭 할만하다..? 운동은 꾸역꾸역 악착같이 하는데 기초체력과 관절과 연골이 약해빠진 나.

최근에 지인들과 만나서 대화하다가 여느때와 다름없이 자연스레 부동산으로 대화 주제가 흘렀고 그러면서 박탈감이란 기분이 언급됐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들 하는 거 다 해야하고, 심지어 더 잘하고 싶어하는게 종특인가보다. 근데 과거의 본인이 했던 선택, 그 선택을 하기까지의 머리속에서 합리화한 과정은 싸그리 잊어버리고 그냥 다 남탓(=정부탓)하는 것도 종특. 그 누구보다 공정하지 않은 더러운 방법으로 부를 취득한 기득권은 내심 부러워하고, 그 외 인물들에겐 도덕적 무결성을 요구하는 것도 종특. 왜곡된 보도와 가짜뉴스를 보곤 비판적 사고를 하지 않고 것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분노하는 것도 종특. 오늘 일기 쓰다가 왜 글이 산으로 가니.

​엄마아빠와의 로마-토스카나 여행. 업데이트는 바로바로 하겠다고 마음먹어놓고 반년이 지나서 또 기억을 되짚어서 써본다. 대외적으로는 숙박비와 경비는 내가 부담하고 엄빠는 비행기표만 끊으라!는 효도관광이라는 명분으로 엄마아빠를 끌고 갔으나 거기서 아빠는 운전담당 엄마는 내짜증받아주기담당(?)이 되었던 여행.   

로마에서 3박, 토스카나 아그리투리스모에서 4박을 하는 일정이었으나 로마는 늦은 밤 도착해서 1박, 2일차에는 전일 남부투어라 실질적으로 로마를 보는 일정은 단 하루밖에 되지 않았다. 그 하루남은 일정에서도 우린 굵직굵직한 곳은 안 보고 쉬엄쉬엄 걸어다녔으니 로마는 안 본 것이라해도 과장이 아닐듯.

여행의 주목적은 토스카나 농가민박에서 쉬며 반경 차로3-40분 거리내에 있는 소도시 마을 구경+휴양이었다. 이태리 토스카나에서 쉬고왔어요,라는 말에 어떤 분은 그 정도 여행은 여행 좀 해 본 사람이나 나오는 내공이라며 놀라워했다. 내공이 아니라 로마 유적에 별 관심이 없는 나 + 휴가라 하면 찍고 찍는 여행이 아닌 휴양을 우선순위로 드는 가족 여행성향이 맞다보니 가능했던 여행이다.    

여행을 같이 가고싶어서 가방에 들어간 탱고 사진으로 여행 기록 시작!

​7월중순 휴가인파가 많을 것 같아 일찍 나왔는데도 공항버스 정류장에서 만석인 리무진버스 두 대를 그냥 보냈다. 생각해보니 그날은 비도 좀 와서 육교 아래 옹기종기 줄을 서서 기다렸던 것 같다. 공항에 일찌감치 도착해 면세점에서 싸인회를 마친 후 라운지에 앉아 쉬고 있는데 032로 시작하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공항 번호인거 같은데 내 짐에 무슨 문제가 생겼나...두려움에 떨며 전화를 받았는데 대한항공 카운터다. 오늘 만석이라 업그레이드가 가능한데 하시겠냐며. 같이 체크인한 분들은 저희 부모님인데 어떻게 같이 안되겠나요 했더니 나만 된단다. 엄빠는 비즈니스 많이 타니까... 나혼자 냉큼 수락하고 행복하게 널찍한 좌석에 탑승하고 보니 어째 좀 미안하다. 불효녀된 느낌.

중국 측 관제탑에서 10분에 한 번씩 허가를 내는 걸 30분으로 늘렸다나? 이륙지연이 엄청났다. 에어비앤비 호스트 통해서 공항 픽업까지 신청해뒀는데... 걱정되는 마음에 문자를 보내두었다. 자다 깨도 아직 활주로에 있는데 지겨워서 미쳐버릴 뻔했다. 한 2시간은 넘게 기다린듯.  

​역시 나는 파워 블로거가 될 수 없다. 대한항공 칼라운지 사진도 없고... 게이트 사진도 없고... 비즈니스석 어떻게 생겼는지 구석구석 찍지도 않았고... 처음 나온 사라다 따위나 대충 찍어놓고 지금 앨범 보니 나머지 음식은 사진을 찍지도 않았네.

우여곡절 끝에 로마공항에 도착했고 입국수속을 기다리며 와이파이 공유기를 켜 에어비앤비 호스트 안드레아에게 문자를 보냈다. 안드레아 왈, 자기는 출장 중이라 자기 파트너 파올로가 대신 맞이해줄테니 조심해서 오란다. 픽업 드라이버도 잘 만났고 순조롭게 숙소에 잘 도착. 3명이서 여행하다보니 호텔은 스위트룸을 예약해야할 판이라 에어비앤비를 검색하던 중 완벽한 곳을 발견. 테르미니 역 조금 아래에 있는 에스퀼리노 지역 피아짜 비토리오에 있는 곳. https://www.airbnb.co.kr/rooms/12595887 

맞이해 준 파올로는 정말 친절했다. 알이탈리아 승무원이라 전세계를 돌아다닌다는데, 그래서 그런가 호텔어메니티 용품으로 추정되는 샴푸 컨디셔너 등등화장실에 비치되어 있었고 그 외에도 면도 크림부터 드라이샴푸까지 다 세심하게 구비되어있었다. 서울도 가 본 적 있다는데 신라면에 홍삼차까지 한국 음식도 챙겨둔 엄청난 센스! 숙소 이리저리 설명해주면서 미리 살짝 얼려둔 초코 아이스크림까지 주는데 어찌나 스윗하던지.   

치매 증상을 보인다고 알아차린 후부터 올해 탱고의 변화.

끊임없이 집을 맴돌아서 거실-부엌, 거실-현관복도 통로를 막는 펜스를 샀더니 내내 거실과 베란다만 크게 한 바퀴 돈다. 멈추지 않는다.

방향 공간감각이 없는지 모서리에 툭툭 치이면서 돌아다니고 장애물이 바로 앞에 있어도 피하지 않고 직진. 코너에 있으면 목이 꺾이고 뒷다리 힘이 빠져서 늘어질 때까지 계속 그 자세로 처박혀 있다. 장애물은 피할 줄을 모르니 물그릇이고 밥그릇이고 몇 번을 엎었는지 모른다.

밥그릇에 코를 처박고 침범벅이 되어 불어터진 사료를 먹는다. 물은 혀를 차서 삼킬 힘이 없어 물통을 마련해줬더니 숙여서 잘 먹지도 못하고 엎기 일쑤, 베란다 물바구니 물을 먹는다. 거기 물높이가 잘 맞도록 물 채워놓는게 필수.

아직 베란다가 자기 화장실이라는 걸 인지하는거 같은데 가끔은 오락가락하는거 같다.

놀라운 건 털이 북실북실할 때는 기력이 없었는데 동물병원에 미용을 맡겨서 싹 다 깎았더니 잘 걷고 멀쩡하다는 점이다. 삼손의 반댓말은 뭘까?

귀는 가는귀가 먹었는지 아무리 불러도 반응이 없고 크게 부르면 오히려 반대쪽으로 홱 돌아본다.

산책은 근처 공원 못가본지 오래. 아파트 동네 잠깐만 돌면 다행이다. 기력이 없어서 비틀비틀 걸을 때도 있고 어떤 날은 쌩쌩해서 걸음이 활기차다. 근데 예전만큼 어디에 가서 오줌을 싸고 어디의 냄새를 맡아야겠다는 확고한 목적의식은 없이 지칠 때까지 하염없이 걸어다니는 것 같다.

​수코타이에서의 두번째 날이 밝았다! 

벌써 오래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당장 어제 먹은 저녁도 생각이 잘 안나는 사람이 반년 전 여행기를 쓰려니 고달프다. 

​수코타이에서도 조식 메뉴는 크게 다르지 않다. 출장가나 여행가나 먹는건 매번 같다: 바싹 구운 토스트에 버터 한 덩이를 듬뿍 발라서 연어를 얹어 먹는다거나, 오믈렛 위드 에브리띵. 먹고나니 배가 불러서 조용한 수코타이 안을 살살 걸어다녔다. 대칭으로 모든 걸 같은 모양으로 배치할 수도 있지만 살짝 변형을 줘서 완전히 획일적인 대칭은 아닌 인테리어가 재밌었다. 바람도 솔솔 불고, 호텔 안 인테리어샵도 구경했는데 로컬 아티스트가 만든 작품이 몇십만원대. 몇백만원대였나? 

택시를 불러서 바로 향한 곳은 방콕 컬쳐앤아트센터. 봐야겠다는 전시회는 없었고, 내부라서 에어콘이 빵빵할테니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어차피 오늘도 그 주위로 지하철이나 택시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슬슬 둘러볼테니. 센터내 갤러리마다 각영상물 작품도 있고 이런 일러스트도 있고. 말거는 사람도 없고 과한 친절도 없어서 조용히 둘러볼 수 있었다. 맨 윗층에는 사람들의 인물 사진을 이어붙여 만든 국왕 추모의 공간.  

 

촛불집회로 부패정권을 몰아내고 민주주의 정신을 이어나가는 나라에 사는 사람으로서 국왕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상상도 안되지만 어쨌든 만인에게 이렇게 사랑받은 삶은 나쁘지 않았겠지. 태국 백성(?) 들의 마음은 내가 이니님을 사랑하는 마음과 같은 것일까......... 우리 이니 하고싶은 거 다해....테익마이머니...테익마이택스........플리즈테익잇...하고싶은 거 다해... 나라를 팔아먹어도 달님 (심지어 안 팖, 팔아도 뜻이 있을 것이고 비싸게 팔듯) 

센터에서 바로 이어져 있는 통로로 옆 백화점에 갔다. 백화점 이름은...이제...기억이...나지.......않는다....천장 거울 인테리어가 예뻐서 요리조리 찍어보다가 쇼핑에 흥미가 없는 두 모녀는 지하철을 타고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 두번째로 간 쇼핑몰은 동대문 두타 느낌이 물씬 났다. 작은 옷/소품 가게들에서 마데인코리아/마데인차이나의 느낌이 물씬 나는 가게들이 주를 이루고 젊은친구들(?)이 많이 보였다. 기억이 안난답시고 무성의하게 글을 쓰다가 바로 코앞에 구글맵 깔려있는 핸드폰 두고 뭐하나 싶어서 찾아보니 BACC 옆 싸얌 디스커버리 - 터미널21이다. 네... 그렇다고 합니다 제가 간 곳이 그런 곳이라네요. 

두번째 쇼핑몰에는 확실한 목적이 있어서 방문한 것이었다. 구불구불 복잡하게 구획별로 나뉘어진 쇼핑몰 골목을 헤매다가 찾아낸 Thaniya! 태국 전통 문양 도기에 담은 올가닉 소이왁스 캔들이나 디퓨저류를 파는 곳인데, 미용실 잡지에서였나 보고 한두개 정도 사면 좋을 것 같단 생각에 들렀다. 지점이 방콕에 여기 한 곳, 나머지 한 곳은 코사무이여서 여기서 사야만했다. 

애써 찾아온 기쁨에 정신을 못차리며 미친듯이 도자기를 집어대는 나를 제정신으로 돌아오게 해주는 사랑하는 엄마의 한마디: "마 적당히 사라. 계속 보니까 유골함 같다." 덜그럭덜그럭 집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고...조용히 한 개만 사왔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친구들 선물 살 그 이름도 유명한 카르마카멧! 걸어가다 보면 백화점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골목 같아서 안 들어갔는데 알고보니 그 골목에서 쭉 따라 걸어가면 이런 곳에 가게가 있어?라고 할만한 곳에 간판이 튀어나온다.  

​힙힙힙한 곳인건 잘 알겠고 선물도 이것저것 샀다. 포푸리 방향제를 사서 몇개월 뒤 친구들에게 나눠주는데 향이 하나도 안 나는 것이다! 고 몇개월 새 향이 다 날아갔나, 싶어서 친구들 준다고 쓰레기를 사왔구나 시무룩했었는데 알고보니까 천주머니 안에 향 날아가지 않게 포푸리도 비닐 포장이 되어있던 것이었다. 향수 빼고는 실내용 아로마 제품을 하나도 안 써서 촌스럽게 몰랐네 헿 

약 7개월 전 추억을 떠올리며 여행기를 쓰는 2017년 8월 5일 오후 두시 지금 우리 동네 날씨는 36도에 육박하고, 앞뒤로 창문을 다 열어놓으면 환기가 솔솔되어서 시원한 우리집도 이 더위에는 무너지고 말았지만............... 이 날 방콕도 정말 더웠다. 36도까진 아니었지만 아침부터 이곳 저곳 다니고나니 너무 더웠고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여행 오기 전 귀국한지 얼마 안된 방콕지점 전 주재원분께 맛집 추천을 부탁드렸었는데, 매우 허름하지만 사무실에서 해장용 국수를 곧잘 배달해 드신다며 강력추천을 한 식당이 있었다. 위드 수프/위다웃 수프 두 개 시켜서 먹으면 될 거라고 하심. 구글맵에 이름만 찍어서 졸졸 시키는 대로 따라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옆에 국수집이 하나 더 있었다. 1호점 2호점의 개념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가고자하는 목적지로 추정되는, 정확히 골목 꺾이는 코너에 있는 식당이 보인다면 맞게 찾아온 것 같다. 찬양하라 룽!르!엉! 돌아와서 네이버에 찾아보니 이미 꽤나 유명한 곳이었다. 똠얌 볶음 쌀국수와 국물 쌀국수를 먹었는데 훠우! 새콤달콤맵싹한 그 맛이 생각나나면서 입에 침이 고인다. 이렇게 더운 날 한그릇 먹어주면 더위에 집나간 입맛 다시 감돌 것 같다.    


이 날은 근처 텅러 지역에 Face Spa를 예약했다. 시간이 좀 남아서 가기 전에 커피를 한 잔 마시기로 하고 우버를 불러서 대충 스파 근처에 내렸는데 예쁜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Hands & Hearts 라는 곳인데 또 알고보니 좀 힙한 곳. 이번 여행은 길은 좀 헤맸어도 장소 뽑기운은 좋았네. 친절한 직원들 덕분에 맛있는 커피에 달달한 디저트도 하나 주문해서 맛있게 먹었다. 우유를 잘 안마셔서 라떼도 안 마시다보니 인스타용 예쁜 라떼아트 사진은 건지기 힘들다. 이씽. 

별 수다도 안 떤 것 같은데 이때 엄마랑 쫑알쫑알 웃으면서 재밌는 얘기를 많이 한 것 같다. 카운터 위 선반에 색깔이 다른 에어로프레스가 있길래 저게 뭔가 했는데 알고보니 에어로프레스 대회 트로피였다. 너무 귀여워.... 




정말 힘겹게 가게 된 뒤늦은 여름휴가였다. 원래 올해 4월 끄라비에서 나와 함께 하면서 태국의 맛 태국의 멋 태국의 에브리띵에 매료된 벗과 9월에 가기로 한 방콕 여행이었는데, 회사 출장 일정이 꼬여버리는 바람에 벗과 일정이 안 맞아 못 가게 되었다. 9월 항공권 환불 수수료 + 호텔 예약 변경 수수료를 왕창 물고 11월 말로 무작정 숙박일정을 바꿔버렸다. 어찌할지 누구랑 갈지 고민하던 중 내 눈에 들어온 우리 엄마. 바로 대한항공 가족등록을 해버리고 마일리지를 털어서 항공권 2장을 예약했다. 비수기인지 인당 4만마일 정도밖에 안하고, 유류할증료도 0원이라 세금만 10만원 정도를 물었다. 이렇게 효도관광의 서막이 열렸다. 

이렇게 엄마와 동행하게 된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재작년 이맘때 쯤 유후인 료칸으로 혼자 쉬러 가겠다고 알아보다가 내가 원하는 료칸은 1인 여행객을 받지 않거나 맘에 들지 않는 방을 준다고 엄마에게 툴툴거리다가 엄마가 같이 가줄까?라고 해서 엄마가 얻어걸렸었다(?).  

보통 휴가 예약을 해도 별로 설레지 않는 편인데, 이번엔 방콕이 처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대가 컸다. 여행책도 사고 구글맵에 갈 곳도 신나게 찍고 태국 주재원분한테 정보도 캐묻고 내 기준 여행 사전 준비의 최대치를 선보였다. 고수 등의 향신료에 예민하고 식재료의 신선도를 귀신같이 찝어내며 적당한 간과 당도를 추구하는 미식가이자, 패키지 여행보다는 스스로 아고다와 블로그 후기를 검색하며 찾아낸 고급 리조트와 비즈니스석으로 자유여행을 즐기는 엄마를 허접하게 모셨다가는 나도 딸의 도리를 제대로 못하는 것일테니. 


아침 9시 방콕행 대한항공은...정신이 없다. 일단 단체여행객들이 엄청나게 많아서 승무원들에게 이거달라 저거달라 자리 바꿔달라 요구가 끊이지 않아 그들의 넋이 나가는 걸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그리고 비행기에서부터 회사분을 만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출장이 잦은 회사다 보니 휴가 갈 때 공항버스 정류장/공항/비행기/도착지 공항에서 회사사람을 종종 있는데, 이번에도 역시. 바로 내 뒷자리에 낯익은 분이 앉는 것이다! 비행기 이륙전 회사동료한테 급히 연락해 혹시 누구누구님 지금 출장 중인지 알아봐달라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내가 생각한 그 분이 맞았다. 뒤늦게 제대로 인사드리고 입국수속을 받는 줄 내내 대화를 나눴다. 사실 이렇게 뵙기 전엔 잘 몰랐던 분인데 그 한 3-40분을 계기로 많은 걸 알게 되었다. 


입국장에서 유심카드를 사서 바로 갈아 끼우고 퍼블릭 택시를 타고 호텔에 도착. 500바트 부르는거 노노 미따미따!! 외쳐서 공항세 포함 460바트 정도 나왔다. 이번 여행은 유독 길을 제대로 못찾는 일이 잦았다. 방향감각이 없는 길치처럼 길을 못 찾는게 아니라, 횡단보도/계단/에스컬레이터가 나오겠지 하고 한참 길을 가다보면 없어서 왔던 길을 되돌아 간다거나, 가게가 있는 골목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한 칸 먼저 들어간다거나. 이상했다. 심지어 첫날 처음 탄 우버 기사가 어벙한 사람으로 잘못 걸려서 빙빙 돌아간적도 있다. 방콕 길이 잘못했네 잘못했어. 


수코타이는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8차선 도로 길가에 있는데도 입구를 따라 들어가면 펼쳐지는 고요함. 후기에 부모님을 모시고 가기 좋다, 조용하다 등의 평이 있었는데 그 점에서 만점이었다. 체크인 하는 날은 한국인 직원이 있어서 더 편하게 체크인할 수 있었다. 룸컨디션은 예상 가능한 수준의 고급 시설이었고, 다만 어딘가 모르게 에어콘을 틀었는데도 꿉꿉한 냄새가 날 때가 있어서 예민한 사람은 좀 싫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도착해서 늦은 점심을 먹을까 했는데 스파 예약 시간에 맞춰가기 애매할 것 같아서 웰컴 프룻으로 놓인 과일을 좀 먹고 엄마와 짐을 풀다가 스파로 향했다. 실롬지역에 있는 인피니티 스파에 미리 예약을 했었는데, 조금 늦을 거 같아서 전화를 했더니 친절하게도 영어로 전화를 받는다. 한국 사람들도 많이 온다고 들었는데, 내가 갔었을 때는 미국인 호주인 인도인 등이 있었다. 

이번 여행엔 Infinity Spa, Spa at Face를 미리 예약하고 나머지 한 곳은 호텔 근처 괜찮은 마사지샵 후기를 보고 찾아갔는데, 서비스 / 마사지사의 전문성 / 시설 면에서 인피니티스파가 월등하게 좋았다. 월등월등 인피니티스파 사랑합니다 충성충성! 심지어 올리비아라는 매니저는 한국어를 배우는 중인지 엄마와 나한테 계속 한국어로 말을 걸고 너무 귀여웠다... 귀여워............. 

나름 머리를 써서 모던한 스파와 전통가옥 스파를 동시에 경험하려고 전략적으로 두 곳을 예약했는데, 그냥 나흘 내내 여기 계속 왔어도 될 뻔 했다. 요즘 유명한 바와 스파, 오아시스 스파 등은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예전에 여러번 방문했었던 아시아 허벌 어소시에이션과 비교해 보자면 거기도 좋았지만 여긴 전반적으로 더 깔끔하고 훌륭했다.  

​마사지를 마치고 나오면 주는 카모마일/페퍼민트 블렌드 차와 망고스티키라이스

​다음에 또 올게요 하투하투 


스파에 오기전에 호텔 방에서 짐풀고 뒹굴거리면서 방에 놓인 잡지랑 여행책자를 뒤적였다. 호텔을 다니면서 한 번도 그런 책들 읽어본 적이 없는데, 이번엔 아무 생각 없이 한 권을 들춰봤다. 내가 그 책자를 기웃거린 것은 신의 한수였다. 근처 방락시장 부근에 새로 생긴 Baan Phadthai라는 식당이 2-page spread로 나와있는데, 식당 분위기가 민트민트해서 예뻤고 팟타이에만 집중한 듯한 식당 이름도 맘에 들어서 방문해보기로 했다. 

예전에 묵었던 르부아 호텔 근처를 지나니 그때 걸어갔던 길이 생각이 났다. 국수 파는 카트도 그대로인것 같고(?) 누워자는 노숙자도 그때 그 아저씨 그대로인 것 같고(?) 복권 파는 노점들도 그 자리 그대로 있는 것 같고(?)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I AM MORE LOADED! YEAH! ...AND OLDER. 

방락시장 골목 안 쪽에 있는 반팟타이. (어두운 길목을 들어가자 엄마왈: 여기 맞나?) 엄마가 가방을 약간 움켜쥐었음을 난 느낄 수 있었다. ㅋㅋㅋ하지만 이날 따라 평일 늦은 저녁이라 사람이 없는 것 같았고 평소에는 사람들도 많이 다니고 식당에도 손님이 많지 않을까 싶다.   


식당은 꽤나 한산했고, 빈티지한 분위기가 맘에 들었다. 태국 사람들은 어쩜 이렇게 색깔을 자유롭게 쓸까? 구글맵 아래 있는 친절한 한국분의 리뷰에 따르면 식당 매니저가 약간 부담스럽게 메뉴를 권하고 음식이 어떤지 물어본다는데 우리에겐 전혀 그러지 않았다. ​쏨땀 + 팟타이 꿍 + 팟타이 푸를 시키고, 엄마에겐 그 유명한 땡모반을 드셔보라고 권했다. 별로 내키지 않아하는데 한 모금 마셔보더니 어머어머! 맛있다!라고 하는데 세상에서 그렇게 뿌듯한 순간이 따로 없었다. 엄마에게. 엄마에게...인정을..받다니............엄마에게 인정받은 땡모반집..아니 팟타이집이었다. 

이 날 식당 식기나 테이블의 청결도를 보며 엄마가 이 정도면 허름한거 아니야? 라고 해서 잠시 그 다음날 갈 세상세상 허름한 맛집을 데려가야 하나 고민에 빠졌더랬다. 


​볶지 않은 공심채도 나름 먹을만했다. 그릇 크기 대비 팟타이가 생각보다 양이 많지 않아서 오히려 적당히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길거리 팟타이도 충분히 맛있지만, 깔끔한 분위기에서 적당한 양의 오리지널 팟타이를 먹고 싶다면 반팟타이...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인피니티 스파를 이용하거나 르부아 호텔/그 인근에 묵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쯤 가보는 거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난 일단 엄마가 여기 쏨땀과 땡모반에 만족한 것만으로 인정받은 기분이었다. 호텔 방에 비치된 여행책자를 뒤져볼 생각을 한 내 무의식아 잘했어...참 잘했어. 

​이런 실링팬 돌아가는 빈티지한 무드 좋다. 


안가면 아쉬운 아시아티크도 들렀다. 결국 여기서 절대 안 사고 짜뚜짝 가서 살 거면서 괜히 가본다. 우리 가족은 기념품 쇼핑은 거의 하지도 않는데 일단 구경삼아? 배 타면서 바람 쐬며 야경구경하려고 잠시 들렀다. 허벌볼+루파스틱만 사고 금방 나왔다. 


여기서 우버 기사를 불러서 숙소로 돌아가는데, 대환장쇼였다. 일단 우버 내비게이션이 잘못되었는지 수코타이를 찍으면 수코타이 옆 골목으로 안내를 해서 한참을 뒷골목을 빙빙 돌았고, 잘못 도착한 장소에서 우버기사가 다시 구글맵을 찍고 가는데 호텔 반대편으로 가길래 아니라고 세워서 알아봤더니 구글맵에 수코타이를 검색하면 나오는 다른 호스텔! 호텔도 아니고 호스텔!!로 향하고 있었다. 세상 어벙꺼벙한 우버 기사였다. 

그렇게 뱅뱅 5분 더 돈 건 어떻게 할 거냐 했더니 80바트만 받겠다고 하더니 그 다음날 온 영수증엔 원래 요금 그대로 100바트가 넘게 청구되어 있었다. 내가 내리자마자 점수를 3점 줘서 복수심에 그런건지 의사소통이 안된건진 모르겠지만 한 10초 정도 기분이 언짢았다. 그래봤자 천원? 천오백원 차이라 shrug off 하기로. 





기억을 더듬어서 쓰는 3개월전 끄라비 마지막날 일기. 

끄라비는 암벽등반의 메카같은 곳이렸다. 

클라이밍을 햇수로는 오래 한 편인데, 워낙 중간에 잦은 부상과 격무(-_-)로 인한 공백으로 아직 쪼쪼쪼쪼쪼렙이다. 


그래도 여기 온 김에 꼭 한 번 정도 체험은 해보고 싶었다. 오기 전에 트립어드바이저를 통해 가장 세이프하고 친절하다는 업체에 미리 예약을 했다. 

원래 계획은 나는 아침일찍 라일레이로 가서 하프데이 클라이밍하고 오후 끄라비로 복귀하고 

융융은 그 동안 풀사이드에서 휴식 + 체크아웃 후 쇼핑할 계획이었는데, 융융도 그냥 나를 따라 함께 라일레이 구경을 가기로했다. 

그렇게 둘이 체크아웃을 한 후 아침에 나를 픽업하러 온 클라이밍 업체 트럭을 탔는데 탔는데 탔는데 탔는데 탔는데.............! 

아뿔싸 그녀는 리조트에 핸드폰을 두고 온 것이다 것이다 것이다 것이다 것이다 .......................

업체 직원이 괜찮다고, 차 돌려서 다시 가자고 했지만 이미 다른 사람이 타 있어서 쫌 미안하구 민망하구 그래따 헤헤 

융융은 이따가 따로 라일레이행 보트를 타고 라일레이에서 만나기로 했다. 

알고보니 이 업체 우리를 데리고 간 보트 정박장은 끄라비 현지 사람들이 이용하는 그런 곳. 보트 출발 간격도 더 짧았다.        

​국왕부부쓰...사진 넘나 빛바랜것.... 


​라일레이로 가는 보트 탑승!! 

나와 오늘 클라이밍을 함께 할 애는 텍사스였나? 어디에서 온 남자애였는데. 여행 갔다온지 3개월 넘으니 이름도 기억이 안난다. 

키가 2메다에 육박하는 아이였는데 직장다니다가 이직 전에 태국을 한달 째 여행중이라고 했다. 

항상 그렇지만 여행지에서 만나는 서양애들은 한국인들의 휴가 일정을 들으면 많이들 놀란다. 


미국애: 난 한달 째 여행중. 너는 얼마나 놀다가? 

나: 나는 오늘 밤에 다시 서울로 가~ 

미국애: 아 구랭? 넌 그럼 며칠째 여행중인거야? 

나: 음 나는 오늘이 사흘 째야~ 그냥 짧게 휴가 낸거란당

미국애: (혼란) (궁금) 아..글쿠나...서울에서 여기까지 얼마나 걸려? 

나: 방콕에서 한 번 갈아타고 왔으니 총 8시간쯤 되려나? 

미국애: (혼란의 카오스) 헐 가깝지도 않네 

나: 으응..한국 기업들 다니면 맥시멈 휴가 일 수가 5일정도 돼... (수습) 음 아닌 회사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어 


아무튼 라일레이 비치에 도착해서 선착장을 등지고 오른쪽으로 좀 걸어가다보면 이런 업체들과 카페들이 많이 있는 골목이 등장한다. 

여기서 클라이밍슈즈랑 하네스를 착용하고 투어 신청한 다른 멤버들을 좀 기다리다 본격적으로 클라이밍하러 암벽찾아 출발!!!! ​

리조트 바로 앞 늪지대가 쓰나미 주의지역이다. 

재난 영화는 없어서 못 볼 정도로 굉장히 좋아하는데, 얼마전에 봤던 '더 임파서블'은 쓰나미로 인한 피해를 적나라하고 현실감 넘치게 보여줬었다. 쓰나미가 덮치면서 나오미 왓츠가 물속에서 이리저리 힘없이 부딫히고 종이조각처럼 너덜너덜해지는 씬이 꽤나 오래 이어지는데 요 근래에 봤던 영화 그 어떤 장면보다 가장 인상깊고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저 표지판의 경고가 한없이 무의미하게 느껴졌고 무서웠다. 

괜히 근처를 두리번거리며 높은 곳을 찾았는데...설마 쓰나미경보가 울리고 내가 미친듯이 달린다고 해도....높은 곳이 없었다. 

그냥 암벽 타고 졸라게 올라가야 산다. 


하고 생각이 미치던 중, 융융이가 따로 보트를 타고 라일레이에 도착했다. 

사실 끄라비에 남아있어도 되는데 ㅋㅋㅋㅋㅋㅋ내가 가방에 선크림을 다 갖고 있어서 ㅋㅋㅋㅋㅋㅋㅋ여기로 왔따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미 우리 둘다 어깨가 익어버렸지만 일단 그녀에게 마음껏 선크림과 선스프레이를 뿌려드렸다. 


끄라비 여기저기서 보였던 고양이들. 너넨 모목고 사니...​


원래 그늘진 암벽을 찾아 한참 안쪽으로 걸어들어갔는데, 그 곳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업체들과 관광객들이 탑로핑 세팅까지 마치고 

여러 구역에서 클라이밍을 하고 있어서 우리들이 할 루트를 찾기가 마땅치 않았다. 

결국 다시 선착장 근처 해변가로 돌아와 비록 해가 많이 들어오지만 조금 한가한 곳에서 클라이밍 시작.    


이런 전경이 펼쳐지는데, 

클라이밍 해서 쩌 위까지 올라가면...끄라비의 풍경이 더 한 눈에 펼쳐진다. 잊혀지지가 않는다 아른아른 ​



융융이가 나 클라이밍하는 모습을 찍어주겠다고 함께 여기까지 따라와줬다. 

보기만해도 내가 예전에 해봤던 암벽과는 많이 재질이 다르다.  


왼쪽에 있는 금발머리 소녀는 아빠와 입양한 한국인동생과 같이 체험하러 왔는데, 아빠가 말레이시아에 주재원으로 있단다. 

이 셋은 무섭고 힘들었는지 몇 번 하다가 중단하고 가버렸다. 

저 파란 티 입은 남자가 나와 함께 보트를 타고 온 앤데, 내가 홀드 세 개 찾아서 올라 갈 것을 한 걸음에 성큼성큼 가더라....



융융이가 내가 오르는 모습을 멋지게 찍어줬따!!!!!!!!!!!! 

이 루트 말고도 이쪽 해벽에 루트 세 군데 정도를 도전했다. 그땐 융융이 없어서 안타깝게도 더 이상 사진은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지막 했던 루트는 너무 힘이 빠져서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가려고 했는데 

우리 가이드들이 텐션을 열심히 잡아주는 덕분에 중간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끝까지 올라갈 수가 있었다. 

해벽은 확실히 좀 미끌미끌한데, 대신 잡을 수 있는 홀드들이 많아서 어떨 땐 수월하게 느껴졌다. 

 

앞뒤로 이동시간을 제외하면 한 3-4시간 정도 한 거 같다. 

내가 리딩한 등반이 아니고 가이드가 리딩 후 걸어놓고 탑로핑을 한 거라 비교적 체력소모가 덜 했다. 


가이드 두 명이 정말 재밌게 우리 클라이밍을 도와줬다. 

이들은 이미 셀 수 없이 몇천번은 등반을 해봤던지라 literally every nook and cranny를 알고 있다. 

한참 올라가다가 어느 홀드를 잡을지 몰라서 망설이고 있으면 

"거기서 왼손을 위로 한 20센치 더 안쪽으로 넣어봐! 그렇지! 거기 시크릿 홀드가 있어!" 이런 식. 


몇미터 정도 되는지는 모르겠는데, 

등반을 마치고 등을 돌렸을 때 내 눈 앞에 펼쳐진 탁 트이 경치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나와 함께 한 어떤 커플은 고프로를 가져왔는데, 바로 블루투스를 연결해서 땅에서 핸드폰으로 중계를 지켜볼 수가 있었다. 



하프데이 클라이밍을 그렇게 마치고 다시 원래 모였던 장소로 돌아갔다. 

고 사이에 융융이는 망고주스도 마시고 발마사지도 받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쇼핑할 품목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리저리 돌부리에 긁히고 상처나고 손톱은 다 부서진 내 몰골을 보고 왜 중력을 거스르는 짓을 하냐며 타박했다. 


라일레이에서 융융은 멋진 천(?)과 바틱패턴의 바지를 득템. 

라일레이에서 끄라비로 복귀후 동네 쇼핑타운에서 더 많은 바지와 스카프를 득템. 

태국산 바지는 정말 시원하기 그지없다. 천을 갖다가 대충 드르륵드르륵 박은 허접한 모냥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편해서 놓을 수가 없다.  


9월말에 다시 방콕으로 둘이 갈 예정인데, 아시아티크나 짜뚜짝 시장에 가서 더 미친듯이 냉장고 바지를 쟁여야겠다. 

유니클로 리라코바지 저리가라로 벙벙하고 시원하다. 요즘 너무 더워서 이거 입고 출퇴근하는 삶을 꿈꾼닼ㅋㅋㅋㅋ그럼 큰일날일. 







벌써 세번째 날이라니ㅠㅠㅠ푸욱 잘자고 아침 먹으러 가는길에 또 한 번 풀사이드 감상에 들어가신다. ​


내내 같은 자리에서 아침식사중. 밥을 먹다가 건너편 테이블에 앉아 식사중인 외국인의 등이 과도한 태닝으로 껍데기가 뱀허물처럼 벗겨진 모습을 보고 경악하며 어쩜 저 지경이 되도록 태웠을까잉하며 혀를 끌끌 찼는데 난 몰랐다 앞으로 나에게 닥칠 일을 ​


어제와 마찬가지로 리셉션에서 옹기종기 기다리다 투어픽업 밴을 타고 도착한 아오낭 해변. 아오낭 해안을 낮에 제대로 보는건 처음인 거 같다 어째?
아침 9시도 채 안되었는데 땡볕이 내리쬐는 그늘 하나 없는 광안리 느낌.


아오낭에서 각종 섬투어가 진행되는 프로세스.
1. 저 앞에 투어회사 픽업 밴들이 우르르 사람들을 내려준다.
2. 4섬인지 7섬인지 홍섬인지 롱테일보트로 가는지 스피드보트로 가는지 예약한 투어에 따라 팻말을 따라간다.
3. 이름과 국적을 앞에 시트에 쓴다.
4. 색색깔 스티커를 가슴팍에 붙이라고 건네준다.
5. 붙이고 그 근처에서 서성이며 기다린다.
5.a. 그 와중에 끄라비 전역에서 인간들을 픽업한 밴들이 끊임없이 도착해 사람들이 스티커를 붙이고 기다린다.
6. 보트에 태울 수 있을만큼의 사람이 모이면 확성기도 없이 홍아일랜드! 스피드보트! 부르면 쭐래쭐래 따라간다. ​


우리 가이드는 어제와 달리 매우 얌전한 아저씨였다. 일정 안내만 차분히 하고 보트크루와 함께 조용히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간다. 

후기를 보니 멀미주의하라고 하길래 멀미약을 미리 먹어야지!라고 생각한 순간 아무거나 리조트 비치백에 때려넣고 오고 정작 멀미약은 안 챙겨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인천공항에서 거금 24000원을 들여 산 멀미약인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멀미할 두려움보다 멀미약을 안 가져온 슬픔이 더 컸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행히 멀미없이 무사히 홍섬까지 도착했다. 꿀렁꿀렁 보트정박하고 내려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갔더니 눈앞에 파라다이스가 펼쳐진다. 우리나라였음 여기까지 카페베네 들어오고 사람들 아무리 하지말라고 해도 코펠이니 버너니 바리바리 싸들고 들어와서 뒤쪽에서 고기구워먹고...낚시해서 바로 매운탕 끓여먹고 회떠먹고 쓰레기 쌓여있고 그랬겠지. 

요즘 산에 갈일이 종종 있는데 거기서도 밖에서 음식을 해먹곤한다. 그냥 간단하게 쓰레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에너지바와 김밥 몇줄만 챙겨가서 먹고 오면 안되나... -ㅠ- 


​내 친구는 물에서 나올줄을 모르고...

나는 한가로이 경치를 감상했다가 친구 따라 들어갔다가 해가 뜨거워서 다시 그늘로 몸을 피했다가...그렇게 두어시간을 보냈다. 사실 난 물고기가 내 옆으로 오는게 넘나넘나넘나 싫어서 일부러 가까이 오면 휘적휘적 첨벙첨벙 걸어갔다. 왜 물고기를 굳이 안경쓰고 들어가서 봐야하죠? 난 그들의 삶의 영역을 존중할테니 그들도 내 물공간..내 personal water bubble을 인정해주고 함께 평화롭게 공존하였으면. 

손가락 팅팅 붓도록 안나올수 있을 정도로 수영과 물놀이를 좋아하고 서핑도 좋아하고 눈 뜨고 물에서도 잘 놀지만 물고기는 싫어서 스노클링은 안하는 모순된 나. 


여기서 열심히 셀카도 찍었는데 다시 보면 그리 행복해보일 수가 없다 ㅋㅋㅋㅋ둘이 아주 그냥 꺄르르 꺄르륵. 

다들 시간에 맞춰 잘 보트에 도착하면 홍아일랜드 라군으로 들어가 한바퀴를 스윽 돈다. 폭풍우가 부는 날씨엔 이곳에서도 사람들을 풀어놓는다고 한다. 이 안에 들어오니 모두 함께 합이라도 맞춘 듯 조용히 경치를 감상했다.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공간. 투어 가이드 아들인지 애기들 몇명이 보트에 함께 따라왔는데 자기들이 더 신나서 배 선미에 서 있다가 가이드가 엄하게 내려오라하니 반항도 하지않고 내려온다. 그냥 앞에 있어도 되는데 ㅎㅎㅎㅎㅎ 


보트로 10여분 정도를 달려 취사가 가능한? 음식섭취가 가능한? 조그만 섬에 우리를 내려주더니 식사를 준비해서 낸다. 어릴 때 엄마아빠 따라 동남아 여행 와서 아일랜드 호핑 투어를 다니면 모래밭에서!!!!!!!!!!!!!! 먼지 날리는데!!!!!!!!!!!!!!! 그릇도 어디다 씻었는지 모르겠는!! 이상한 그릇에! 이상한 음식! 맛없는 음식!!! 이상한 수저로!! 알 수 없는 음식! 먹는거!!! 너어어어무 싫어서 과일 몇개만 주워먹고 말고 계속 뭐 좀 먹으라고 성화인 엄마 잔소리에 입 댓발 나왔던 추억들이 가득한데. 

사람 일은 모르는 일이다. 이런것도 잘 먹고..심지어 이런 아름다운 자연을 더럽히면 안된다는 사명감에 남김없이 싹싹 긁어먹었다 

나 너무 잘컸다 훌쩍  


라스트스탑. 여긴 나무에 달린 자연 그네도 있는 조그만 해변가였다. 가보는 모든 해변이 디카프리오의 비치에 나오는 해변 같았다. 이 근처엔 피피섬도 있어서 그 쪽으로도 투어를 많이 간다. 피피섬 투어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런 작고 평화로운 섬에 온것만으로도 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두번 세번 생각해도 나에게 진정한 휴가는 이런 휴양이 제맛. 난 왜 지난 2-3년동안 도시만 다녀왔는가ㅠㅠㅠㅠㅠㅠㅠㅠ​

아침에 출발한 아오낭 비치로 배가 도착하면 반나절의 아일랜드 호핑이 끝난다. 오백바트 짜리였나 천바트짜리밖에 없어서 팁을 안줬는데 이게 은근 지금까지 내내 마음에 걸리는군... 

​이런 힙한 버스를 타고 우릴 리조트로 데려다 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편한 서비스라니. 도대체 반값으로 예약한 투어서비스로 남는 장사란 말인가? 

지금 사진을 다시 보니 친구 어깨가 이미 익어있었..............우린 정말 몰랐다....................숙소에 돌아오니 내 어깨는 시뻘개져있고 옷을 갈아입는데 넘나넘나 쓰라리고 아프구 따갑고 건조하고.........아침에 그 외국인한테 뭐라할게 아니었어.....................


주말마다 열리는 끄라비 야시장에 가보고 싶어서 슬슬 동네로 걸어나와 투어컴퍼니를 찾아나섰다. 끄라비타운쪽 야시장이라 3-40분을 가야하는 곳인데, 열심히 후기 검색해서 아오낭 출발 가격대는 어느정도 파악했다. 대충 근처에 보이는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 스탠드에 스윽 가서 가격문의를 하기로 하는데, 주인이 화교 아저씨다. 난 여기서 내 친구의 영어 실력에 감탄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이 아저씨가 태국액센트의 중국인 영어로 쏼라쏼라 열심히 뭐라하는데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따따따뗴뗴뗴하는 말을 친구는 완벽하게 알아듣는것이다! 리스닝을하고 완벽하게 가격 협상을 하기 시작하고... 

난 옆에서 가마니 지켜봤다. 고맙다 친구... 

성공적인 협상을 마치고 그 할아버지가 종이를 아끼겠답시고 화이트로 쫙쫙 지워가며 신청서를 작성해준걸 손에 쥐고 그 옆 로띠 스탠드에서 로띠를 사이좋게 먹으며 택시를 기다렸다.  

그렇게 택시? 투어밴을 타고 세 팀 정도를 더 픽업한 후에 달려 도착한 끄라비 야시장! 아주 크고 볼거리가 많다 그래서 내심 여기서 쇼핑을 끝내겠다는 의지로 왔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다. 기념품으로 살만한 물건들도 많지 않고 (depending on what you intended to buy) 정말 로컬들이 장보러 오는 곳 같았다.

​​

​그래도 팟타이와 새우조개 구이로 배채우고 한바퀴 둘러보고~ 

펄렁펄렁한 시원한 바지 사고~ 코끼리 그려진 민소매도 사고~~ 

태국 시장 필수 코스 코코넛 아수크림도 먹어주고~~ 

쇼핑은 내일을 기약하며.... 




에어콘 수면 모드로 켜놓고 이불 폭닥하게 덮고 자는 것만큼 쾌적한 여름밤은 없다.


아침에 커튼을 촥 열었더니 고양이 두 마리가 아침부터 올라오는 트로피컬 열기를 피해 발코니에 앉아 도망가지도 않고 나를 멀뚱멀뚱 바라본다.

티비 동물농장에 나왔던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에이미인지 하이디 왈, 눈을 지긋이 바라보며 까암-빠악하는 것이 고양이와의 인사법이랬는데 여러 번 해봐도 씨알도 안 먹힌다. 태국 고양이는 손모으고 사와디카하며 깜빡해야 되나요? 눈곱도 안 뗀 추레한 외국인의 인사는 안 받아주나요.

아오낭 시내엔 곳곳에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 센터'라는 그럴싸한 이름의 가판대들이 많은데, 아무 데나 가서 카탈로그를 보며 원하는 투어를 골라서 예약을 하면 된다. 물론 정가대로 예약하면 안되고 생글생글 웃으며 무작정 반값으로 불러본다. 그리하여 어젯밤 아무 데서나 들어가서 반값으로 예약한 정글투어를 하는 날. 나름 표준화된 투어 등록 slip도 있다! 그리고 난 당연히 이렇게 여행기를 쓸 계획이 없었으므로 그 종이쪼가리 사진을 찍었을리가 없다. 하하!


산책길이 정말 평화롭다. 아침부터 정원에 물을 주는 스탭들과 아침인사도 주고받으며 2-3분 가면 따로 떨어져있는 연못가 식당에 도착. ​


우리가 신청한 투어는 8시반에 픽업하러 온다고 해서 아침을 일찍 먹으러 갔더니 사람이 많지 않다. 보통은 조식 레스토랑에 오믈렛 스테이션이 누들스테이션이 있는데 여긴 키친이 따로 있구 메뉴판에서 맘대로 주문할 수 있는 음식 + 부페식이다. 로띠 오믈렛 프렌치토스트 죽 등을 모두모두 주문. 매일매일 로띠로띠! ​


나는 전생에 무슨 착한 일을 했길래 이런 멋진 사진을 찍어주는 벗을 만났나요.

더위에 땀으로 샤워할 것을 대비해 속옷을 넉넉히 챙겨왔는데, 나흘 중 이틀 동안 아침부터 물장구치는 투어를 한 덕분에 수영복으로 대체할 수 있었다.

리셉션에 가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신청할 투어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 와서 뭐라 외치면 쪼르르 따라가면 되는 것이다.

정글투어는 우리 전에 픽업할 사람들이 많았는지 예상보다 20분은 늦게 왔다. 이미 서너자리밖에 남지 않은 꽉 찬 밴과 강렬한 태국영어를 쓰는 깝치는 가이드와 함께.........

아오낭에서 우리를 픽업하고 3-40분 더 간 끄라비타운에서 한두팀을 더 픽업한다. ​


푸켓까지도 꽤나 가까운(?) 끄라비 타운.
By the time our backseat ride in the crowded van with deficient ac almost suffocated me, we arrived in ... none other than HOT SPRINGS!

whaaaa
현지 날씨 35도.
내려준다 온천에. 준다 너희에게 한 시간.

이미 너무 더위를 먹어 아무 생각이 없이 따라가다보니 진짜 노천 온천이 나온다. 유후인이나 우레시노의 그것처럼 뜨뜻한진. 내가. 알 길이. 없다.
발꼬락도 안 담궈 보았으니까! ​


친구와 요 사진을 남기고 나는 부동의 자세로 저 나무 밑에 고대로 앉아있었다. 계단식으로 된 온천엔 태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다들 몸을 담갔다가 아랫단에 있는 계곡까지 다녀오더라.

다시 밴으로 돌아오니 깝치는 가이드가 뷰티풀 코리안이니 내 친구는 잉글리 할 줄 아냐느니 어쩌느니 깝치길래 화장실이나 찾아나섰는데

나는 이 곳에서 내 생애 다시 없을 최악의 화장실을 경험하였다. 이끼 낀 양변기와 이끼로 시커매진 대야에 담긴 물이 있던 shack. 나는 이제 어디서든 살아남을 수 있을거야. 아, 그 화장실을 밤에 다시 가라 그러면 차라리 섭씨 40도에 디펜드 기저귀를 차겠어요.

땀범벅에 낑낑거리며 옷매무새를 갖춰입느라 안나오는 내가 걱정되었는지 친구야 괜찮니? 노래불러줄까? 해줘서 고마워 융융...

이 시점에서 나와 융융이 그 전날밤 아오낭 시내 어느 골목 한 켠에서 옆집 라이브바의 공연을 들으며 신난 매장 아줌마와 계산기를 뚜드려가며 깎아서 구매한 코끼리 무늬의 얇은 wrap을 언급하지 아니할 수 없다.

태국 어디에서나 살 수 있는 (추측컨대) 리넨+비스코스+면 등의 소재가 섞인 나풀나풀한 얇은 천인데, 끄라비 여행 검색 중 발견한 어떤 블로거가 다용도로 쓸 수 있으니 엄청 유용하다고 얘기하지 않았더라면 굳이 몇천원 돈을 주며 이 천을 사진 않았을 것이다.

선스크린 처리는 안되었겠지만... 어딜 가나 그늘 없는 곳에선 햇빛을 가리고 모래사장에선 깔고 앉고 물에서 나와 대충 물기를 닦거나 해변에서 젖은 수영복에 옷을 입기는 찝찝할 때 몸에 홀터넥으로 두르는 등 다용도로 쓸 수 있었다.


몇십분을 더 산속을 향해 달려 도착한 곳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에메랄드풀 & 블루풀. 주차장에 차를 대면 한참 걸어가야 한다. 습한 더위에 1.5킬로는 정말 가혹한 거리다. 거기서 800미터? 정도를 더 숲속으로 들어가면 블루풀이 나온단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까?

난 물론 이미 정신줄을 놓았기 때문에 그런 가치판단을 할 이성이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피리부는 사나이를 따라가는 아이처럼 남들을 따라 일단 목적지가 어디가 되었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겠단 일념으로 가본다. ​


융융이를 선두로 하여 하염없이 숲속을 걷는다.
빽빽한 숲속 나무 그늘이 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
찬조출연 태국 필수템 wrap + 융융이가 막 아무렇게나 써도 예뻤던 융융어머니 협찬 헬렌카민스키 라피아햇 ㅠㅠㅜ존예ㅠㅠㅠㅠ ​


몇분을 걸었을까? 에메랄드풀의 사람들 소리가 이미 하나도 안 들리고 점점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면서 지칠 무렵 이 광경이 나타난다.

노!필!터!
무슨 원리인진 모르겠는데, 아니 무슨 원리인지 안내문에 써있었는데 더위 먹은 내 뇌리에 접수가 안되는 어떠한 원리로 인해 이 고요한 블루풀 옆에서 박수를 짝짝짝 치면 보글보글 버블이 올라온다.

우리 투어에 함께한 몇몇 그룹도 블루풀에 와있었는데, 모두 합세하여 박수치면서 영상찍고 신기해 했다.

사진을 득템하고 수영하러 출발!


지리산 계곡 같은 곳인데 에메랄드색인 느낌?
물놀이는 열심히 했지만 절대 머리는 담그고 싶지 않은 느낌?

여기서 개헤엄을 치며 좀 놀았더니 더위가 가시는 기분이었다.

투어가이드가 시간은 충분히 줘서 주차장으로 돌아와 주스도 한 병씩 사마실 여유까지 있었다.

투어 참가한 사람들이 다들 시간도 잘 지키고 운이 좋았다. 우리는 반나절 정글투어+에메랄드풀 투어 패키지였는데, 참가한 사람들 중엔 코끼리 트레킹과 atv 운전? 도 신청한 사람들이 있어 중간에 잠깐 detour가 있었다. 그들을 내려주려고 들른 곳에서 발견한 마음 찢어지게 아픈 광경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착잡하다. 인간적으로 이런 투어는 하지맙시다.

가이드가 한 팀 한 팀 리조트에 데려다 주는 것으로 반나절 투어는 종료. 블루풀을 보고 친구와 에메랄드풀에서 참방거린 것만으로 가치있는 반나절이었다.

그나저나 도대체 비지니스 모델이 어떻게 되고 수익구조가 어떻길래 돈이 남는 거지?


우린 바로 풀사이드로 직행.
어제 체크인하면서 우리에게 컴플리멘터리 바우처를 몇 장 줬는데, 덕분에 망고주스와 과일 플래터를 신나게 시켜먹었다.

융융은 물놀이를 안 한지 어언 십년이 넘었대서 리조트에 왔지만 물놀이하기 싫어하면 어쩌지 내심 걱정했는데.. 그녀는 물밖으로 나올줄을 몰랐다....... 근래에 퇴근길에 회사근처로 다닌 수영클래스가 주효했던 것인가... 너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해 융융

둘이서 쉬면서 아 너무 좋다 아 너무 좋다를 3907번 정도 말한 것 같다.



자알 쉬었으니 먹어야 할 차례 아니겠는가.
리셉션에 트립어드바이저 끄라비 맛집 1위 예약을 부탁했더니 우리가 간 주간에 그 집이 휴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지만 굴하지 않고 맛집 2위 식당 + 거기까지 갈 툭툭서비스까지 예약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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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노천 식당.
비닐 테이블보에 테이블마다 위에 선풍기가 탈탈 돌아가고 모기 퇴치 스프레이가 친절히 놓여있고 파리가 떠날 줄을 모르는 식당.


그러나 모닝글로리 볶음 + 킹프라운 튀김 + 팟타이꿍 + 얌운센 + 똠얌꿍 + 밥 + 싱하를 2만원에 먹을 수 있는 곳.


사랑해요 정글키친...
그다음날 혹시나 다른 곳이 덜 맛있을지 모르니 안전빵으로 여길 재방문하고 싶었으나 공교롭게도 여기마저 다음날부터 휴무였으니 우린 운이 참 좋았다.

리조트로 배뚜들기며 돌아와
트립어두바이저 1위 마사지샵으로 가는 택시를 불렀다.


이렇게 택시 색깔이 힙해도 되는 걸까?


아오낭 시내 완전 반대편 언덕배기에 있는 마사지샵.
솔직히 기대 하나도 안했는데 언니 손맛 대박. 한시간동안 속으로 대박대박대박..을 외쳤다. 진짜 말도 안된다. 그 선생님 성함이라도 알아올걸... ​


갈 땐 택시를 탔지만 오는 길엔 쇼핑거리 구경 겸 슬슬 걸어서 해변가로 내려왔다. ​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망고주스도 사먹고 로띠도 사먹고. 한국에 있을 땐 매운거 먹었다고 탈 나고 한여름에도 아이스를 못 마시고 따뜻한 음료만 먹는 나인데, 여기선 뭘 먹어도 거뜬.

그러나 역시나. 한국 오자마자 뒤늦게 물갈이를 하는 바람에 거기 가서 먹으려고 산 정로환을 뒤늦게 열심히 먹어야했다. ​



맥도날드 앞에서 출발하는 반사이나이 툭툭 셔틀을 타고 숙소로 가는 행복한 두번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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