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 연휴에 런던-파리를 다녀왔다.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문화-식도락-커피를 즐기겠다고 

눅눅한 겨울 유럽 비바람을 맞아가며 빨빨 돌아다녔더니 영 휴가를 다녀온 것 같지가 않은 것이다.  


자고로 휴가라 함은 유년기 시절부터 동남아 리조트 풀사이드에서 

나무늘보처럼 하루종일 늘어져 독서-낮잠을 반복하는 부모님 옆에서 놀다가 

등껍데기 까지도록 땡볕 아래 물속에서 참방거리다 오는 것이었는데 

요근래는 혼자 떠나보겠다고 나대다보니 결국 샌프란 런던 빠리 등의 도시만 방문하게 되었다. 


동남아 리조트를 가려면 누군가를 꼬드겨야했고 레이다에 나의 사랑스러운 친구가 들어왔다. 

이케요케조케 독채리조트 팟타이가삼천원 이케요케조케 등의 감언이설로 그녀의 재가를 받아내고

친구가 근 10년 동안 한 번도 물놀이를 해본 적이 없다 + 파란바닷가와 싸고 맛있는 먹거리를 둘다 즐기려고 한대서 

회사 상사분의 태국인 친구가 강추한다는 끄라비로 4월 짧은 휴가 낙찰. 


장거리 비행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직항이 없다는 것이 치명적이었으나 

경유해도 60만원 초반대의 가격대와 

꽤나 괜찮아보이는 리조트가 얼리버드로 일박에 10만원 이내로 예약이 가능했다는 점이 매우 매력적이었다. 


이른 아침 비행기로 출발하느라 부스스한 몰골로 향한 동네 공항버스 정류장에서 출장가시는 부장님을 딱 마주치고

공항행 고속도로에서 불타오르는 자동차 한대 때문에(?) 잠깐 서행하였으나 

무사히 인천공항 도착. 


그다음주 황금연휴를 앞두고 누가 굳이 먼저 휴가를 가겠어? 라는 생각은 큰 오산. 

공항은 엄청나게 붐비고 방콕 가는 편 타이항공 수속줄은 엄청나게 길었다. 

나에겐 비장의 카드...나는야 스타얼라이언스 골드회원이지...  (SG타고 조벅 세 번 다녀오면 바로 가능)

패스트트랙 줄로 신속한 수속은 가능했으나 비행기표 클라스가 너무 낮아 적립이 전혀 안된단다. 

마일리지 적립조차 없는 싸구려 표여...잘 썼다... 고마웠다... .......


마음에 담아두었던 젠틀몬스터 선글라스를 잽싸게 구매하려...했으나 

붐비는 매장에서 온갖 모델을 다 써보며 시간을 낭비하고 어리바리하고 느린 수습직원의 결제를 기다린 후

버버리....디올..........등을 구경하며 탕진의 꿈만을 간직한채 탑승동으로 향했다. 



라운지에서 친구와 pre inflight breakfast를 위한 컵라면을 한 그릇 노나먹고 30분도 채 못쉬고 탑승했다. 


스카이팀보다 스타얼라이언스가 쪼오끔 더 낫다는 생각이 드는게, 

스타얼라이언스는 골드회원이 될 수 있는 threshold가 굉장히 낮기도 하고 

동반 1인 라운지 무료이용 등 쪼렙 골드회원을 위한 혜택도 꽤나 풍부하다.

뭐...생각해보면 빠른 수속 줄 - 수속 priority tag - 탑승 전 라운지 이용 같이 

한 10분에서 길게는 30분 덜 기다리는 그따위 혜택 때문에 탑승 횟수 채우고 마일리지 쌓는건데 

그 따위...그 따위 혜택을 누리기 시작하면 너무 편하고 좋은 것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비행기가 출발하자 우리는 그제서야 가서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둘다 검색해 본 내용이 비슷했다. 심지어 검색해본 블로그도 비슷하고. 

약 10분간의 치열한 고민과 논의 끝에  

맛있는 걸 많이 많이 먹고 

정글투어 반나절 / 홍섬투어 반나절 / (나만) 클라이밍 반나절 을 하기로 했다. 


....친구에게는 패기넘치게 난 이번 여행을 다시 블로그에 올리려고 해! 라고 말했으나 

집->공항->라운지->탑승까지 찍어놓은 사진이라곤 매장에서 이상한 선글라스 껴보고 쌩쇼한 모습밖에 없어 

너는 파워블로거는 커녕 블로거가 되려면 멀었다는 타박을 들어야했다. 넘나 맞는 말인 것..  

방콕에 도착해서야 사진을 찍기 시작. 


국내선 터미널로 이동하니 내가 알던 으리으리한 수완나폼 공항이 아니다. 

푸드코트와 작은 매장, 부츠 등이 전부. 

시간도 많으니 이래저래 구경. 

태국은 나름 이번이 세번째인데 그 유명한 콘파이는 처음 먹어보았다. 맛있는데 느끼하고 달다 

설탕 많이 때려부은 콘스프를 녹인 후 튀기면 이런 맛일 것 같고 두 번은 못 먹겠다. 

타이실크 라운지 이용이 가능해서 여기서 1시간반 정도 뭉갰다. 

국내선쪽 라운지인데 정말 쾌적하고 조용했다. 구체적인 전경 사진없음....................................................


   퐝퐝 터지는 와이파이로 29cm 쇼핑을 하기 시작할 정도로 지루해질 무렵 

탑승 시작. 

손모아서 인사하는 모습이 서역인들에게는 얼마나 이그조틱하고 유니크해보일까. 

아시안 컬쳐~ 

국내선 에어버스320 같은 조그만 비행기는 게이트도 제대로 못 얻나보다. 

시속 10키로의 버스를 타고 활주로까지 이동한다.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불어오는 더운 바람에 열대 나라에 온 것을 제대로 실감했다.  


고작 한시간반 이동 거리인데 이런 간식 + 설탕물인 믹스드후르츠 주스를 노나준다. 

동남아에 왔다가 피자에서도 고수향이 나서 아무것도 못 먹었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들었는데

이 스낵을 먹으니 그게 무슨 뜻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는 고수를 씹어먹는 친구와 함께 다니다보니 깻잎..까지는 아니지만 점점 익숙해져가는 향이다. 

Sliver of last sunlight of the day! 

해질녘에 끄라비에 도착했다. 끄라비 인터내셔널 에어포트라지만 보이는 건물 한동이 전부다. 


내렸더니 유심칩 판매스탠드는 다 철수했고

아오낭시내까지 가는 퍼블릭택시 600바트 티켓을 구매한 후 

출국장에서 택시택시! 거리는 알 수 없는 사람들을 뿌리치고 밖으로 나왔다. 

내가 생각하는 택시의 모양은 위에 TAXI라고 쓰여있는 승용차인데 그런 택시는 전혀 보이질 않네? 

내가 티켓을 들고 당황하여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또 어떤 아저씨가 다가와 택시택시~한다.

 

유니폼도 안입고...아무것도 알 수가 없어서 노~ 아임루킹포 택시 하니까 자기가 택시기사 맞단다. 

알고보니 끄라비는 모든 택시or이동수단이 스타렉스같은 밴이었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놓이지 않아 밤길을 달리는 밴 안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내 핸드폰으로 적의 정수리를 내려치고 안전벨트를 끌르고 벗과 함께 탈출할테다라고 마음 먹으며 숙소까지 왔다. 


사와디카~와 함께 건네받은 리조트 웰컴드링크. BUTTERFLY PEA FLOWER TEA! 

달달하고 시원하고 청량한 이 맛에 반해 매일 아침 조식코너에서 한 잔씩 시원하게 들이켰다.  


내가 묵은 반사이나이 리조트는 30여개의 독채로 이루어진 아늑한 숙소고, 

아오낭시내에서는 툭툭으로 한 5분 정도 떨어져있다. 

조용하고 깔끔하다. 

우린 주중을 이용한 미니 비수기에 온지라 

가족단위 여행객은 거의 없어 (= no kids. yay!) 평화로운 조식과 평화로운 풀사이드 휴식을 즐길 수 있었다. 


이 포스팅을 올리면서 생각해보니 트윈베드도 아니고 킹사이즈 베드를 쓰면서 

이불싸움도 없었고 코골이도 없었고 이갈이도 없이

굉장히 편안하게 서로 숙면을 취한 것 같다...는 내 착각일까?  


난 리조트의 이런 친환경적인 패키징이 정말 좋다. 

도마뱀도 주의하라고 했는데 우리가 묵은 코티지에서는 못 봤다. 

예전에 묵었던 나트랑 아나만다라에서는 밤에 귀가해서 불을 팟 켜면 

티비 뒤 열기를 즐기던 겍코가 후다닥 천장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ㅋㅋㅋ 


대충 옷을 갈아입고 정기적으로 출발하는 툭툭을 타고 아오낭 시내로 향했다.

5분 정도 걸었는데 땀이 비오듯 흐른다. 여긴 모두가 땀을 비오듯 흘리니 이상하지도 않다. 


아직 어디 무엇이 있는지 모르니 정처없이 해변가를 걷다가 

배도 고프니 아무 데나 들어가자고 하며 열심히 호객행위하는 아재를 따라 

la casa italian 레스토랑을 들어갔다. (??????) 


참으로 이상한 곳이었다. 

간판은 이탈리안이고 화덕까지 갖춰져 있으나 메뉴는 타이퀴진인 주인과 알바생들이 인도인인 곳.

맛은 뭐. 배도 고프니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  


고양아 너도 덥지. 


편의점에서 유심칩을 사고

그 다음날 떠날 정글투어와 홍섬투어를 소비자권장가격에서 50%를 깎아 예약하고 (진짜 뿌듯) 

또 길가다 호객행위에 넘어가 발마사지를 1시간 받고 

20분 정도 걸어걸어 숙소에 도착. 




꽁과 충동적이고 역동적인 방콕 방문. 

항공사에 근무하는 서현이가 방콕 여행계획 얘기를 듣더니 

'어, 언니들 저도 갈게요!'하더니 손쉽게 KTX 가격 정도로 방콕으로 날아와 조인. 

방콕 호텔은 워낙 많다보니 적당한 곳도 서비스 시설이 좋아서 적당한 가격의 호텔에서 자려고 했는데, 

아고다에서 르부아 호텔 특가를 보고 홀린듯 결제. 



행오버 찍은 곳이라 엘리베이터마다 이런 게. ㅋㅋㅋ 브래들리 쿠퍼...♥ 


첫날 짐풀고 밤에 간 아시아티크 야시장. 아기자기하고 예쁜 물건들 많았는데 여기서 먹은 팟타이 최!악!!! 

태국 명물 로날드맥도날드. 여기는 빅씨 앞 맥도날드였던걸로 기억. 

손모양이 독특해서 찍은거지 착각하지마 난 로날드 너가 싫어... 


남들 하는 거 다 해보자는 차원에서 짜뚜짝시장 코코넛 아슈크림도 먹고.

여리디 여린 내 위장이 탈 날까봐 걱정하면서 한입한입 먹었는데 의외로 무사했다. 

짧은 바지 입으면 가리라고 주는 가운. 

예전에 왓포 왔을 때는 분명히 가운 색깔이 이렇지 않았는데...

내 오렌지색 블라우스와 완벽하게 촌스러운 대비를 이루었다. 

왓포는 다시 봐도 신기해



뚝뚝 타고 거기 어디지 배낭여행자들 많은 곳 거기가 어디죠 갑자기 생각이 안나 

아! 카오산. 뚝뚝 아저씨랑 흥정해서 카오산으로 날아가는데 

우리 셋이서 무서워서 뒤에서 꺄꺆 거리니까 아저씨가 더 신나서 질주하는 느낌. 

핑크색 택시가 많은 방콕. 

나중에 호텔 옥상바에서 놀다가 친해진 직원분께 왜 이렇게 핑크색 택시가 많은 거냐고 물어봤더니

정말 친절하게 답해주셨는데 

까 먹 음 

여러분 술취했을 때는 질문하는 건 아무 소용이 없어요  


아시안 허벌 어소시에이션. 예약 꽉 차는 바람에 한 번 밖에 못 받았다 엉엉 


사람 미친듯이 많은 유명한 옥상 바.

브래들리 쿠퍼와 영화 크루를 위해 만든 시그니처 행오버 칵테일도 있었다. 달고 맛있음.  

다음에 가면 여기 말고 덜 유명한 다른 호텔 옥상 바를 찾아보겠어. 



마지막날 풀사이드 조식. 

요구르트만 한 열개 먹은듯. 



이건 찍은 것도 아니고 안 찍은 것도 아니여.....................


이뿌당 

방콕 또 갈거야! 요즘 또 항공권 나오는 거 보면서 드릉드릉합니다 














가족여행. 

나트랑(나짱)의 에바손 아나 만다라라는 리조트에서 나흘 정도 푹 쉬다왔다. 

엄마가 예전부터 눈독들이고 있던 지역인데, 여름에만 대한항공/아시아나에서 직항을 운영해서 그 기회에 다녀왔다.


a. 블로그에 올릴 목적이 아니고, b. 사진찍는 능력이 애초에 전무하기 때문에 

생각날 때마다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찍어뒀는데, 

클라우드로 옮겨놓기만 하고 사진을 쳐다도 안 보게 되니 아쉬워서 

기록하는 차원에서 어디에라도 업로드해야 할 것 같다. 

묵직해서 잃어버릴 일은 없는 집 열쇠. 

별채로 되어 있는데 4인가족용은 없어서 두 채를 썼다. 

첫날 밤에 도착해서 받은 방은 물살도 약하고 인피니티 풀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 다음날 바꿔달라고 요청! 

바꿔준 방은 스파와도 가깝고 풀장과도 가까워서 좋았다. 

 천장 높은 집이 좋더라

풀장에서 놀다 집에 들어오면 따뜻한 티비 뒷편에 숨어있던 도마뱀들이 

인기척에 놀라서 막 지붕위로 올라감. 해치지 않을게... 


 


친환경 리조트를 표방하는 곳이라 모든 물건이 재생지에 포장되어 있거나 재활용가능한 물품이었다. 

리조트 지도. 조식부페 먹는 식당과 풀장, 스파 밖에 갈 일이 없어서 딱히 쓸 일이...

스파 가는 길! 

now i know where i get my terrible photography skills from.. 

엄마가 분명히 서서! 찍은 사진일텐데 야무지게 흔들림. 


조식 먹는 곳! 한국팀은 우리 밖에 없었던 것 같고, 러시아-중국-유럽/미국순으로 많았다. 

굉장히 뒤죽박죽 순서. 조식타임! 베트남 커피 진하고 맛있어서 아침마다 세잔씩 마셨다! 쌀국수도 굿굿


상큼시큼달달한 패션프룻. 질리도록 먹었다. 

연못 바라보며 식사

풀장 옆 다른 식당에서 먹은 쌀국시 

대망의 인피니티 풀! 우리 가족은 휴가 가면 바다 나가서 스노클링 아일랜드호핑 카누 카약 하는거..모두 다 싫어한다.

리조트 가면 무조건 풀사이드에서 해질때까지 

빈둥빈둥-낮잠-풀장 한바퀴 수영-낮잠-맥주-간식-책읽기-낮잠-빈둥 





하나투어로 예약했는데, 나트랑 소재 다른 호텔에 예약한 관광객들 다 모아다가 

시내 투어하는게 마지막날 의무 사항? 이었다...가이드 팁도 줘야하고....

짱.....싫....었.......음............

맛없는 식사에 쇼핑몰만 왔다갔다, 재미없는 시장통 구경. 

심지어 마지막 일정은 온천-_-까지 가는 일정이었는데 우리 가족은 싫다고 내려서 따로 구경. 

 아무튼. 인피니티 풀은 짱이었다. 



아래는 인스타그램으로 찍은 사진들. 









쟤 눈을 감겨 놓으면 do not disturb라는 뜻. 

리조트 안에만 있을 때는 정말 고요하고 평온해서 잘 몰랐는데, 

나쨩은 우리나라의 해운대 같은 곳이어서 리조트에서 한발짝만 나왔더니 

베트남 관광객들과 외국 배낭여행객들도 많아서 시내는 의외로 방콕 느낌도 나고 북적북적 활발했다. 

백사장이 끝없이 넓게 펼쳐져 있었는데, 이를 본 부사너 엄마는 옛날 백사장 넓고 길었던 해운대를 그리워했다.

아, 그리고 여기서 롯데시네마와 롯데리아가 있는 거대한 빌딩을 발견.


리조트 경험은 다 좋았는데 사람 경험은, 음. 

친절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찝찝한 기억도 좀 있다. 


16일 밤에 개고생 끝 방콕 도착. 비행기 멀미는 너무 힘들어.
뱅기 탑승 6시간 전 아무 것도 먹지 않겠다는 내 규칙을 어기고 인천공항 한식당에서
맛이 아주 그지그지상그지같았던 만삼천원짜리 순두부찌개를 먹었을 때부터 이미 내 비극은 시작되었던게지. 
엄마가 꼭 한식먹고 가라는 팁을 무시해야했어! 엄마!!!!!!!! 보고 있어!!!!!!!!!!? 난 먹으면 안돼!

샤무가 정신줄 놓은 나 때문에 너무 고생했다.  

17일 아침에 일어나니 말끔 개운!
대신 오는 내내 게워낸 탓인지 식도와 위 근육(?)이 거진 헬스 무리하게 4시간 한 뒤의 내 팔뚝 근육처럼 뭉쳐버렸다.
하지만 모든 타이푸드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는 되어있다긔


우리가 영어 쓰면 있어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read 오지게 착각하는 것처럼) 한글도 광고계의 잇아이템인가?


태국어 예뻐...................................배우고 싶진 않아......그냥 싸와디카 카쿤카......끗


와불상이 있는 왓프라깨우? 사원 가는 길.
수상보트 타고 보트역 앞에 내렸더니 조그맣게 있는 노점상 거리.


oh          oh           oh  맵시폭풍 와불상





부처님 손바닥 아닌 부처님 발바닥안에 삼라만상..?을... 표현하고 싶었던..걸까...?



사원 안 가로등도 디자인 센스만줨




금금금금금금금금금




나름 겨울이라고 긴팔긴바지 입은 제프리라는 가이드 아저씨 따라다니다가
더워서 숨지기 일보직전 볕을 피해 숨었더니
어떤 아저씨가 보수작업 중.

샤무와 나는 가이드 그만 들으려고 도망간거 였는데
다시 돌아가니 가이드와 일행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가이드 따라다니는 서양애들 모범생 학구파들인가? 오리엔탈 컬쳐를 마구마구 받아들이고 싶었나?
완전 열심히 끄덕끄덕거리면서 귀기울여 듣고 질문도 한다. 

사족: 단지 내가 한가지 아니꼽고 마음에 안 드는 건 (정말 심하게 꼬였으니 pass)
방콕=아시아 전반적인 모습으로 착각한다는 것.
아시아로 와서 '이그조틱'한 문화를 경험함으로서 soul searching이라며 자유인이 되는 것.
이런 문화를 싸그리 묶어서 패션계에서 목공예품 몇개 주렁주렁 걸치고 특이한 프린트드레스 만들어서
오리엔탈 아프리카 등 영향 받았다고 나불거리는거! 이 빵꾸똥꾸들아 다 다르거든?

내가 폴란드와 체코 전통의상 전통음식 구분 못하겠지만
적어도 모르면서 다 뭉뚱그려 묶어버리진 않는 최소한의 문화에 대한 예의는 갖춘다구.

싸얌으로 이동.



가서 먹은 파타야 샐러드 전문점! 파타야가 들었는데 왜 맵지? 하지만 맛있었다.

그리고 그 쪽 가게들 구경하다가 어느 빌딩에 들어섰는데
충격과 공포의 한류열풍을 체감한 이건 바로 투피엠.......광고....
왜 머리에 집게모자를 썼지...?
왜?
왜?
코비폰 씨엪보다는 나은 거 같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정말 행복해보여




주차장이 되어버린 도로.
방콕에 오기 전만 해도 나는 서울에서 운전할 수 있다면 뉴욕이든 로마든 어딜 가든 살아남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방콕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저 많은 오토바이와 툭툭을 어찌 감당하리오.

빅C라는 이마트 정도 되는 대형 마트에서 한참 구경했다.
마트 구경이 제일 재밌어!

그후 Asian Herb Association 이라는 곳에 가서 타이 마사지를 받았다.
미리 좀 더 신경써줬으면 하는 신체부위를 표시해놓을 수 있다.
첫날 여행책자에 지도에 카메라에 들고 다니니 어깨와 목이 너무 아팠다.

2인실에 들어가니 릴랙스 되는 음악과 낮은 조명이 깔린다.
그리고 나서 좀 자면서 릴랙스하려는데
이게 뭔가요
아주머니 저 죽이려고 작정하셨나요
저한테 억하심정있나요?
아파요 엉엉 아파요...........하지만 난 쉬크한 여자니까 비명지르지 않았다.
끝나니까 내 근육은 없어져버린거 같은 느낌?
내 근육을 다 물살로 만들어버리는 엄청난 재주를 지니신 아주머니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툭툭을 잡아타고 수안룸 야시장으로 향했다.
샤무는 흥정의 귀재다.
툭툭 아저씨가 샤무의 애교에 반해 깎아줬다.
하지만 차량정체로 오랫동안 툭툭을 타고 있어야 했는데 샤무가 그냥 원래 부른 가격대로 줘버렸다.
관대한 샤무.


수안룸 야시장의 하이라이트: 한류열풍의 선두주자 윤은혜 ㅋㅋ




랍디 호스텔로 돌아와서 모기잡고 젱가하고 어떤 체코 아저씨(? 오빠? 나이 가늠 불가함)와 놀다가
방에 들어와 바로 곯아떨어짐. 샤무의 재능 no2. 모기란 모기는 손으로 다 잡는다.
나를 미끼로 삼아 내 다리에 모기가 붙을 때까지 기다린 뒤 손으로 날렵하게 때려 잡는다.
덕분에 내 오른쪽 다리에만 일곱번 모기 물렸다. 고마워...샤무..^^

침실, 에어컨 빠방하니 좋다.




위만멕 궁전.
어제보다 날씨가 조금 쌍큼! 바람이 선선.
태국의..겨울은.........................좋구나.

여기는 가이드 투어만 허용되고 개인출입금지. 
언어를 들어보아 덴마크인으로 사료되는 가족, 기타등등 사람들과 투어 시작.
덴마크인 딸 둘은 정말 누가봐도 북유럽인! 금발파란눈새하얀피부인데 느무 도도해...
눈빛이 너무 무서워서 사람도 죽이겠어.


사원/왕궁 내에서는 반바지를 입으면 안 된다. 그런데 치마는 되는 이상한 논리.
보자기를 두르니 금세 현지 가이드인 포스



쓸데없이 대문잡고 _-


throne hall 가는 길에 본 방콕으로 수학여행 온 태국 아이들 >_< 아이고 예뻐라







내가 방콕에 사흘동안 있었던 중 본 가장 예쁜 건물! ! !
사람들이 위만멕 궁전만 보고 그냥 가는 듯, 사람들이 많지 않았는데 저택이 너무 예뻐서 가면 좋을 듯하다.

그리고 가이드북에도 나와있는 식당에 갔다.
어딘지 기억이 안나.....
멍충이
태국 전문가 샤무만 졸졸 따라다녔다.
샤무가 조심스레 똠양꿍은 시키지마 숨숨아..라고 했지만 그래도 태국에 왔으니 먹겠다며 시켰는데
나왔는데
한 입 떠먹어봤는데



네 이놈
똠양꿍
이런 맛으로 사람 농락하지뫄!


다른 맛있는 음식들로 놀란 위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여기는 오디지?
갔는데 왜 기억을 못해.....
크다란 백화점.
서울보다 방콕이 훨씬 크단 느낌이 들었다.
정확한 면적은 모르겠다만! 쇼핑몰만큼은 널찍하고 쾌적하다.  


여름 크리스마스.
캐롤 그만 틀어...사방팔방에브리웨어캐롤.....눈이 안 오니 어째 트리와 캐롤로 분위기 내보겠다고.........

부츠에서 정신놓고 쇼핑하다가 정신줄 되찾고
어제와 같은 곳에 맛사지 받으러 갔다.
맛사지사가 복불복이라더니 오늘은 조금 시원찮았으나
내 만성질병 요통을 치유해주셨다. >_<



쏨분 씨푸드.
푸팟뽕가리. 너무 맛있어서 열심히 먹다가 이게 상당히 느끼한 음식이란걸 깨달았다.
샤무와 나 모두 속이 더부룩해져서 이대로는 숙소로 못 돌아가겠다 싶어 좀 걷다가 들어갔다.

4층짜리 건물이었나?
우리가 있는 층에 우리 말고도 옆 테이블에 한국인 남자분 두 명이 있었다.
우리는 요리 두 개 시키고 배불러서 죽을 지경인데 이 분들은 테이블 모자라서 옆에도 놓고 드시더라.
대단해...나도 위가 좀 커봤으면.

그리고 조금 뒤 이 층에 한국인이 네명이나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도착한 한국인 아저씨 단체 여행객들은
이상한 음담패설식 이야기를 늘어놓아 정말 민망해서 죽는 줄 알았음

 
 LUB D 라운지 풍경♥
투피엠 노래 나오길래 막 손짓발짓 어설프게 춤 따라했더니 임슬옹 닮은 직원이 너무 좋아하더라...
한류열풍으로 하나되는 우리



싱하 맥주 맛있어서 너무 마셨어........





19일

분명히 우리는 짜뚜짝 주말 시장을 갔는데! 남긴 사진이 없다.
쇼핑하느라 정신 팔려서 사진 찍을 생각은 하지도 않은 게지.

엄마 도와주러 나온 아주 기특한 꼬마가 커피를 주는 노점상에서 무지무지 달고 맛있는 연유 커피를 쭉 들이키고 쇼핑시작!
갤러리에서 목판에 그린 꽃그림도 사고 싶었는데 우리는 budget traveller인 관계로 다음을 기약.
갤러리 직원의 벨소리가 샤이니의 링딩동었다.
어디서 낯익은 노래가 들리는데 깜짝 놀랬어.

조그맣게 가게를 차린 태국 디자이너의 파우치를 사고 샤무는 거기서 랩탑 가방을 사고,
향초도 사고, 악세서리도 사고. 샤무가 20일이 내 생일이라며 내가 골라놓은 반지 귀걸이를 내가 모르는 새 결제해버렸다. 
이 녀석!!!!! 고마워....♡




여길 지나가는 태국인들은 길을 가다가도 살짝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한다. 신기해.
태국어는 정말 기억이 안 난다. 이 곳 이름도 분명히 시도때도 없이 듣고 보았는데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불교국가 태국 도심에 있는 작은 힌두교 사원.


한국의 가로수길쯤 되는 통로로 갔다.
더운 날씨였지만 우리는 꿋꿋하게 열심히 열정적으로 쇼핑을 해야하니까.
사실 그릇 가게 하나 가려고 이 고생을 했다.
지도 못 보는 나 때문에 샤무 또 고생.




통로에서 걷다가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들어간 카페.
유리잔으로 만든 샹들리에가 너무 예뻤다.
태국인들은 원색을 좋아하는가 보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예쁘다.


20일 아침
맘씨 좋은 택시기사 아저씨 덕에 새벽에 커피를 마시지 않은 상태임에도 기분 좋게 공항 도착.
아침 일곱시에도 수완나폼 공항 카운터는 북적였다.
멀미를 피하기 위해 요깃거리 조차 피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타이거우즈가 액센츄어 광고에서도 내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있는 배고픈 나.







여긴 북극이다!!!!!!


...는 뻥이고
비행기에서 바라본 구름밭.
이 빽빽한 구름밭이 침침한 북유럽 날씨의 주범이다
망할놈들 이 밝은 태양을 너네만 즐기고 있었다니  



17


포르투갈 여행 때처럼 새벽 비행기는 아니라 나름 느긋하게 출발.

이상하게 여기서 여행 갈 때는 인천공항 갈 때만큼 설레지 않다.

인천공항만큼 맵시폭풍인 공항이 아니라 그런 것 같암

 

핀에어 AY(번호까먹음) 헬싱키행 탑승!

허접한 아침/간식을 주길래 낼름 받아 먹었다가 반도 안 먹고 남김.

구름 위로 올라오니 눈 쌓인 벌판마냥 구름이 빽빽하게 운집해 있다.

이 자식들. 네 놈들이 침울한 북유럽 날씨의 주범이었군.

해를 제대로 가렸다.

 


1시간 뒤 하늘 위에서 바라본 핀란드 풍경은 덴마크의 그것과 확실히 달랐다.

높이 솟아오른 침엽수림, 넓디 넓은 호수들!

내려서 615번 버스 탑승.

헬싱키 시내로 가는 길은 좀 실망스러웠다.

특색 없는 시가지.

시내 중심부로 가면 좀 달라지려나 싶었는데 중앙역에 내려서 빙 둘러보아도

별반 다를 게 없다.

-_-

 

마띠네 집에 가기 위해 Kamppi 버스터미널로 갔다.

가서 또 버스를 타고 씽씽.

고속도로를 달리고 섬을 건너니까 상당히 멀리 가는 기분이었는데,

15분 정도 달리니까 마띠가 말한 자기 집 근처 쇼핑몰이 눈에 들어온다.

정류장에서 마띠 만남!!

이렇게 만나니 너무 반가웠다.

내 버디도 아니었는데 여기저기 친구를 잘 심어놓았다……ㅋㅋㅋㅋㅋㅋㅋ



마띠가 사는 곳은 Espoo라고, 분당처럼 헬싱키랑 맞닿아 있는 도시다.

토요일 저녁이라 헬싱키 시내로 나가면 술 취한 인간들이 많다며,

바로 집 옆에 있는 쇼핑몰 지하 슈퍼에 가서 저녁거리를 샀다.

쇼핑몰이 미국 쇼핑몰 스타일로 거대했다.

몰 지하에 슈퍼가 있는데, 이마트 지하 식품 코너 한 두 배 사이즈?

땅덩어리가 넓으니 층을 쌓아올리는 대신 그냥 냅다 넓혀서 지었나보다.
 



마띠가 나 먹으라고 licorice를 샀다……..결국 먹었다…….샹 정말 싫어 이 맛

코펜하겐 대학 오리엔테이션 때도 멋 모르고 집어 먹었다가

혀 끝에 남아있는 맛 없애려고 열심히 맥주를 들이켰더랬지. 

우리나라 김치나 프랑스 치즈가 이 정도로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일 듯?

악악악악


고기 손질에 엄청난 열의를 보이고 있는 마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채를 볶고 고기를 익혀 오븐에 한시간을 넘게 구워 roast beef 완성.

주중에는 일하러 가니까 이렇게 요리 할 시간이 없고, 주말엔 요리해 먹는단다.

 

핀란드인 집에는 사우나가 있나요?

네 있습니다!



샤워실 옆에 바로 떡하니 있는 사우나.

난 사우나를 별로 안 좋아해서 우와-하고 말았는데

사우나 정말 좋아하는 사람 e.g. 엄마가 보면 살고 싶어할 집이 아닐까.

 




18

 

일요일 아침 일찍 헬싱키 시내로 나갔다.

중앙역 티켓 오피스가 일요일에도 열었길래

로바니에미에 갈 때 쓸 핀레일패스를 사고 야간열차도 예약했다.

중요한 일을 끝내서 후련했다.

 




지도 한 장 주머니에 찔러 넣고 무작정 걸어 다녔다.

다니다보니 헬싱키 대성당이 나와서 열심히 계단에 올라가서 광장도 내려다보고




좀 더 가다 보니 러시아 정교 교회 우스펜스키 사원도 보였다.

너무 언덕에 있어서 귀찮아서 안 올라갔다.  

 



살짝 얼은 바다



할 게 없어서 일단 수오멘린나 섬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 어쩌고저쩌고

러시아 스웨덴 등 외세의 침범에 맞선 요새가 있어서 블라블라

우리나라 강화도 요새랑 비교하면 얼추 들어맞으려나?

네다섯개의 섬이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곳이다.




수오멘린나 가는 페리.
핀란드는 스웨덴어를 공용언어로 사용한다.
근데 수오멘린나가 스베아보르라니. 원어와 너무 다르잖아?

여러분들은 우측 하단 제복입은 사내들을 주목합니다.
덴마크 국방부는 촌스러운 야광 카무플라주 군복 대신 핀란드 군복 같은 맵시폭풍 제복을 지급하라 지급하라
훈남들에게는 훈남다운 옷을 입히라 입히라










수오멘린나의 바람은 코펜하겐 뺨치게 세차다.

굴하지 않고 돌아다녔다.

이런 날에도 관광객은 여전히 많았다.

대포 카메라를 든 외국인 아저씨가 아무도 안 가는 곳에

들어갔다 나왔다 이리저리 돌아다니길래

그 아저씨 가는 곳으로 따라가면서 그 아저씨가 찍은 곳에서 사진 찍고 ㅋㅋㅋㅋㅋ

하지만 내 카메라는 있는 그대로를 담아낼 뿐................그림같은 풍경 따위 없음 허허허ㅓ ㅓㅓ 




여기 저기 구경하면서 놀다 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Café Esplanade라는 좋은 카페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먹었는데

마지막에 먹은 티라미수가 장난 아니게 느글느글거려 토하는 줄 알았다.

헬싱키는 코펜하겐보다 해가 조금 더 빨리 넘어가는 것 같다.

해 지면 내 귀소본능은 더 강하게 발동하기 때문에 숙소로 귀가.

속이 너무 안 좋아서 버스 타기 전에 찬바람 쐬며 빙글빙글 돌아다님.

 




19



Major flaw in my itinerary!!

애초에 itinerary가 있지도 않았다만-_-

알고 보니 모든 미술관 박물관은 월요일에 휴관이었다.

일요일인 어제 미술관에 가고 오늘 수오멘린나 섬에 갔어야 했다. 갓댐잇! 

마띠는 아침 일찍 출근해서 나랑 놀아 줄 사람도 없고!!! 늦잠 자서 일어나보니 마띠는 이미 가고 없었다.



집에 쳐박혀있기도 뭐하고 일단 시내에 놀러 나가야겠다 싶었다.

그리고 오늘의 목표는 탈린행 페리 예약으로 정했다. 정말 거창한 목표다.

실야라인 티켓 오피스를 찾아 이리저리 헤메었다.



지도를 너무 못 읽어서 큰일이다.

핀란드는 스웨덴어를 공용으로 쓰기 때문에 스웨덴어로 지명이 표기가 되어있는데,

그래서 맨처음에 멋모르고 스웨덴어 도로 이름 읽고 다니다가

1) 지도 상에 나와 있는 이름은 이 이름이 아니다,

2) 왜 덴마크어랑 비슷하지?

이상하다 싶어 정신차리고 핀란드어 도로 이름을 따라다녔다.


어떨 때는 스웨덴어 공용 표기가 큰 도움이 되었다.

어줍잖게 덴마크어 주워들은 덕분에 비슷한 단어는 대충 유추해서 알 수 있었다.

 

실야라인 오피스 가서 탈린 행 페리를 예약했다.

핀레일패스가 있어서 50%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행복해. ㅋㅋㅋ

이리저리 구경 다니다가 해가 슬슬 지고 마띠가 퇴근해서 집에 와있겠다 싶을 때 집으로 갔다.


핀란드인들은 덴마크인에 비해 좀 통통한 편인 것 같다.

자전거의 힘인가.

훈남훈녀 비율도 적은 편이고.

이건 마띠가 자기 입으로 그랬다.

뷰티풀 대니쉬 걸즈라며이건 전세계가 인정한듯. 덴마크 훈녀들은 영원히 덴마크 안에만 머물길

 


집에 와서 초인종을 누르는데 한참이 지나도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마띠가 아직 직장에서 안 돌아왔나 싶어 쇼핑몰 구경하며 시간을 때울까하는 참에 문이 열린다.


텔레비전 안테나를 숨기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

마띠네 집에는 커다란 맥이 있어서 거기에 티비 안테나를 연결해서 보는데,

핀란드에서는 티비가 있으면 국영채널 때문인지 매달인가 매년 꽤 많은 돈을 내야 한단다. 

종종 불심검문 차원에서 tv inspector가 나오는데내가 검사하러 나온 사람인줄 알고 안테나를 숨기느라 시간이 걸렸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핀란드인들은 침묵을 어색해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마띠도 그렇다.  
할 말 없으면 그냥 가만히 있길래 나도 가만히 있었다.



! 어쩌다가 한국에서 체육교실 코치를 하는 스웨덴 친구 얘기가 나오면서,

한국에서는 농구하면 키 큰다는 걸 정말 믿느냐, 어떤 코리안 닥터가 지어낸 말이냐 어쩌고저쩌고

닥쳐. 까도 내가 깐다.

ㅋㅋㅋㅋㅋㅋㅋ






 

 

탈린행 10시반 페리를 타러 가야 한다.

출근하려고 나보다 먼저 집을 나서는 마띠한테 인사를 하면서

누가 집주인이고 누가 여행자인지 모르겠는요상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ㅋㅋㅋ

 

서쪽 터미널로 가서 체크인을 하고 거대한 크루즈에 탑승.

배 이름이 슈퍼스타다.

이름 한 번 거하게 유치찬란하다.



배 안에는 레스토랑도 있고 쇼핑몰도 있었다. 다 부질없숴





잠깐 데크로 나가서 발트해를 바라보는데, 오지게 추워서 금방 들어왔다.

어쩐지 데크에 아무도 없다했어.ㅋㅋ...

 

터미널에 내려서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또 지도 한 장 받아 들고

유스호스텔 찾아나섰다.

지도 읽는 실력은 여전히 늘지 않았다.

조금만 헷갈리면 방향감각 상실.


탈린 날씨는 헬싱키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내가 묵는 Oldhouse Hostel에 짐을 풀고 탈린 구시가지 탐험에 나섰다.

굳이 1박 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약 세네시간을 여유롭게 걸어 다니면 웬만한 구석구석은 다 본 셈이다.



시청사 건물이 코펜하겐 시청사 건물과 비슷한 모양이다. 오호. 
 





탈린 구시가지는 중세 모습 그대로를 느낄 수 있었다.


어디선가 흑마를 탄 멜 깁슨or클라이브 오웬st. 갑옷 입은 기사가

영주한테 급한 서신을 전달하기 위해 흙탕물을 튀기며

노새를 끌고 가는 농노 및 동네 사람들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면서 달리고

슈렉이 동네 사람들을 놀래 키려고 숲에서 엉금엉금 기어 나오고 

동네 한 켠 주점에서는 호빗이랑 간달프가 술을 마시고 뛰노는,

실존 인물, 역사적인 사실 및 흐름과는 전혀 관계없는 상상을 하였다.

 

마띠가 추천해준 구시가지 중심에 Olde Hansa라는 유명한 중세 음식점
....옆 Peppersack이라는 곳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몰라. 여기가 더 끌렸다.



메뉴도 중세st

조명도 중세st.



여기도 중세음식점이다.

인테리어도 중세, 서버들도 중세 복장, 음악은 뭔가 뉴에이지-_-였다.

아주 음침하고 촛불로만 조명을 밝히고

테이블도 테이블보도 의자도 투박하고 단순하다.

수프나 음식 모두 맛이 좋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맛있었던 건 HONEYBEER!



Oh            Oh

HONEYBEER

Oh            Oh

 

해리포터에 나온 버터비어가 아니고 허니비어다!

겉으로 보면 그냥 맥주인데, 맛을 보면 달콤하다.

달콤한 맥주가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상당히 달아서, 벌컥벌컥 마시기보다는 음식 중간중간에 홀짝.

 

애피타이저에 메인 요리에 허니비어까지 마셨는데 17유로 밖에 나오지 않았다.

덴마크에서도 핀란드에서도 불가능한 일이 에스토니아에서는 가능하다.

저녁을 먹고 나왔지만, 해는 이미 졌지만, 시간은 그래봤자 다섯시-_-

 








엄마 줄 냉장고 자석을 사고 성벽을 따라 빙 둘러 보았다.

분명히 해가 졌는데, 하늘은 칠흑 같은 어둠이 아니라 검푸르스름한 빛을 띤다.

슈퍼 구경 + 과일 구입을 하기 위해 슈퍼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헬싱키에 비해 물가가 너무 싸다.

에스토니아의 화폐 단위는 Kroon인데, 1유로가 15크룬이다.

나는 약 55크룬, 그러니까 4유로가 좀 안 되는 돈으로 , , 요구르트, gin 한 병까지 살 수 있었다.

슈퍼에서 계산하는 여자애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하긴 오늘 하루종일 돌아다니는데 아시안은 코빼기도 안 보였으니...


호스텔로 돌아와서 Common room에 가니

무뚝뚝한 에스토니아 남자애가 앉아있다.

나 체크인을 도와준 호스텔 스탭 남친인가보다.

전반적으로 에스토니아 사람들은 환상적으로 무뚝뚝했다.



.  

맛있는 gin을 마시면서 인터넷을 하는데 한글이 안 읽힌다. -_-



인터넷이 깔려 있으면 뭐하누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Common room에 돌아와서 오바마 취임식 CNN 생중계를 봤다.

중계하는데 앵커가 여기 저기 한 일곱 명은 동원된 것 같았다.

앤더슨 쿠퍼 밖에 모르겠숴……………………섹시한 앤더슨 쿠퍼……

Chief Justice Oath 버벅거린 거 갖고 어지간히 뭐라고 해라 거참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지.

Split verb인지 뭐시긴지. (기사 링크: http://www.nytimes.com/2009/01/22/opinion/22pinker.html?_r=1&emc=eta1)

덕분에 문법 공부 recap해서 좋긴 좋다만.

 

내 눈에 들어온 건 미셸 오바마의 연두색 가죽장갑.

미셸 오바마는 앞으로 자기 직장은 그만두는 건가? 그걸 모르겠네.

남편만큼 능력 있는 아내인데 영부인이라는 이유로 내조만 하는 건 재능의 낭비다.

 


샤워하고 방에 들어가니 나머지 침대 네 개도
모두 짐이 올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오늘 이 호스텔 손님은 죄다 이 방으로 쳐넣은듯-_-

신발과 옷으로 보아하니 죄다 남자다.

난 내일 다시 헬싱키로 돌아가는 새벽 페리를 타야 하는 관계로 일단 쿨쿨쿨



탈린 구시가지의 길 이름들이 너무 단순 간결해서 신기해서 찍었다. 
 



 이걸 본 순간 내 머릿속에 먼저 떠오른 건 베르디의 아이다가 아니라
경상도 사투리 아이다.




피크와 톨리--만화주인공 이름으로 삼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이름이다.






21

 

일찍 일어나야한다는 압박감 때문인지 새벽에 한 다섯 번은 깬 것 같다.

벌떡 깨서 시계 보면 12시 반. 3. 3시 20. 4. 5시 45

 




시간 맞춰 일어나 터미널로 향하는 데 밤 사이 폭설이 내렸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을 걷는데, 보통 때였음 유치하게 이리저리 밟고 뛰어다녔을 테지만

짐꾸러미 들고 옷은 다섯 겹 껴입어 뒤뚱뒤뚱 힘겹게 걷고 있자니 그닥 신나지 않았다.

 

어둡고 텅 빈 새벽녘 탈린 거리를 걷는데

동유럽 남자 두 명이 나보고 헬싱키행 페리 타는 터미널이 어디냐고 묻는다.

 


순간 경계했다.

길에는 아무도 없고!!

나는 얼마 전에 본 영화 Taken이 생각났을 뿐이고!!

우리 아빠는 전직 CIA 요원이 아니라서 납치되면 난 그냥 뿅하고 사라질테고!


하지만 이 애들은 그냥 길치였다

나도 터미널로 간다니까 나를 쭐래쭐래 따라오더니

어느 순간 뒤를 봤더니 다른 길로 갔는지 사라졌다. 

 

이번에는 배 내부 구경하기 귀찮아서 짐도 안 맡기고

카페테리아에서 이것저것 아침거리를 사서 에스토니아 돈을 처리하고

그냥 죽치고 앉아 책을 읽었다.

J D Salinger Franny and Zooey를 읽는데,

Franny 파트는 재밌게 읽었으나 Zooey 파트로 가면서 

무식한 나로서는 도대체 이 책이 뭘 말하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종교적인 책인 줄 나는 몰랐네 정말 몰랐네                                        


 

바다를 가르면서 일출을 볼 수 있겠지 싶었으나

나는 잊고 있었다. 내가 북유럽에 있다는 사실을........

구름이 모두 걷히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은 관계로,

나는 어두컴컴한 밤바다가 약간 푸르딩딩한 하늘로 바뀌는 광경만 볼 수 있었다.  

 



헬싱키에도 눈이 많이 내렸다.


유진이가 있는 Jyväskylä로 향하기 전 여행책자에 나와 있는

일본 식료품 가게를 찾아가 컵라면을 사기로 했다.

이걸 사서 로바니에미에 들고 가서 호텔에 포트를 달라고 부탁해서

컵라면을 끓여 먹음으로써 식비를 조금이나마 아끼겠다는 똘똘한 아이디어!



가는 길에 발견한 동상. 
왼쪽의 저것은 인간인가 고릴라인가?  

눈에 파묻혀서 알 수가 없다.
누가 알아내면 저한테 좀 알려주세요.

그러나 애써 찾아간 일본 식료품 가게는 경제가 침체되어서인지 (내 추측일 뿐)
문이 닫혀있고
문에는 핀란드어로 샬라샬라 써 있는데 무슨 뜻인지 알 턱이 없지.

나름 똑똑한 계획 수포로 돌아가다.

 


그 가게 찾는다고 돌아다니다가 배만 더 고파져서
역으로 돌아가 샌드위치에 커피 사 먹었다.

 


이위베스퀼레로 출발!

가는 길에 침엽수림과 눈에 덮여 호수인지 알 턱이 없지만 얼음낚시 중인 사람들로 보아 호수임이 분명한

풍경을 지나치면서 내가 정말 핀란드에 와 있다는 걸 느꼈다. Hyvä!!

 


이위베스퀼레 역에 도착하니 유진이가 친히 마중 나와있었다.

유진이가 자기 살쪘다고 어쩌고저쩌고하더니

오히려 맑은 핀란드 공기 마셔서 그런지 예뻐졌다. 짜식. ㅋㅋㅋㅋㅋㅋㅋ 




유진이가 동네 구경 도서관 구경도 시켜줬다.


버디 시절 계속 들어보았던 이위베스퀼레에 내가 오게 될 줄이야!

참 나. 2005년 가을 라우리랑 마띠가 왔을 때
도대체 쟤네 대학이름 발음은 들어도 들어도 따라하기 어렵다며 갸우뚱했던 기억이 난다.

여기 오니 헬싱키에 비해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았다.

신호도 없고 자전거 도로도 없고 아무렇게나 눈밭에서 타는 게 더 편해 보였다.


약 세네 시간 유진이와 동네 구경하고 시간 때우고,

어느새 헤어져야 할 시간!

작별 인사하는데 괜히 찡했다. 유진아 한국에서 보아 <3



 



탐페레에서 한 시간을 보낸 뒤 로바니에미 행 야간열차로 갈아탔다.

탐페레도 구경하면 좋았겠지만 짐을 낑낑 들고 밤거리를 돌아다닐 여력이 없었다.

탐페레: 이름이 너무 예쁘다.

핀란드 사람들은 땀페레-에 가깝게 발음하고 살짝 끝을 내리는데,

그 억양이 이유 없이 너무 맘에 든다.


 

로바니에미 행 야간열차는 악몽 그 자체였다.

! ! ! !!!!!!!!!!!!!!!!!!

여기서 얻은 교훈: 쓸데없는 데 돈 아끼지 말자.

야간열차 예약할 때 돈 아낀답시고 침대칸 대신 그냥 좌석으로 예약했었다.

처음 탔을 때는 다 괜찮았다.

뒤로 눕힐 수 있는 좌석이고, 의자도 널찍하고, 사람들도 별로 없고.

양치질도 하고 신발도 벗고 파카를 이불 삼아 덮고 눈을 꼭 감고 잘 준비를 했다.


...
나는 야간열차면 좌석 칸도 불을 꺼줄 줄 알았다.

이게 웬걸.

대낮처럼 형광등을 쨍하게 켜놓은 채로 기차는 내내 그렇게 달렸다.

철도가 고르지 못한 건지 기차가 낡아서 그런 건지 차체가 심하게 덜컹거린다.

중간 역에서 몇 명이 타더니 맥주를 마시면서 웃고 떠들기 시작한다.

어떤 인간이 심하게 코를 골기 시작한다.

이렇게 덜컹거리는 기차 소리를 뚫고 칸 전체에 울려 퍼지는

코고는 소리는 내 23년 인생 살면서 처음이다. 코골이 수술 강력추천.

밝고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나 웬만해서 머리 눕힐 곳만 있으면 잘 자는데 이건 아니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지금 생각해도 울화통이 치밀어 올라 사방으로 하이킥을 날리고 싶은 심정. 






 


22일


아침에 로바니에미 역에 내리자마자 매표소로 달려가
헬싱키 행 야간열차 예약을 침대 칸으로 바꿨다.

로바니에미 시내로 가는 길은 역시 텅 비어 있었다.

과연 이 나라 사람들에게는 출근길 지옥이라는 게 존재할까? -_-

 


아침이라 체크인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에
스트레스가 머리 끝까지 쌓였다.

어쨌든 호텔로 들어가서 짐을 맡겨야겠다 싶어 들어가니 이게 웬걸! 체크인이 가능하단다.


방에 들어갔는데 매우 귀여운 사슴 인형이 침대 위에 놓여져 있다.

호텔이 참 센스 있는 기념품을 준비하였다고 생각하며

귀에 붙은 씨티호텔 태그 뒷면을 확인하는 순간
적혀 있는 가격 18유로 + 리셉션에서 구입 가능하다는 친절한 안내문. -_-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바로 곯아떨어졌다.

 

엄마 전화에 깨니까 오후 세시.

오전 아홉시든 오후 세시이든 여전히 어두운 걸 보니, 나 라플란드 온 거 맞구나.

 



저녁 먹으러 밖에 나갔다가 서브웨이 발견!

다른 거 다 필요 없어 서브웨이면 돼!!


샌드위치 사 들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티비 보면서 쉬었다.

CNN에서는 중국 멜라민 파동 관계자들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졌다는 기사가 연신 나왔다.

이리저리 채널 돌리는데 여기는 미국 프로그램을 참 많이 해준다.

KBS에서 CSI나 프렌즈 틀어주면 이상할 것 같은데...

 

 



 

23

 

눈을 떠보니 아홉시가 넘었다.

아침!!!

아침!!!!!!

아침 먹어야 한다!!!!

 

아침 부페에 연어가 있어서 쌩뚱맞았다. 쌩뚱맞아도 다 먹었다. 킄킄킄

 


체크아웃 후 짐을 맡기고 arctic circle로 데려다 줄 8번 버스를 기다렸다.

한 시간 간격으로 오는 버스라 시간이 많이 남아 시내를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녔다.

 




어디선가 시끄러운 마이크 소리가 들려 가보니
Arctic Lapland Rally 행사가 한참이다.

이쪽 대회 중에서는 상당히 큰 경주인가보다.

이 추운 날씨에 눈밭을 달리는 경주라...수고하슈.

 


마침내 도착한 8번 버스를 타고 산타마을로 향했다.

내가 가서 뭘 보겠다고 북극권으로 가는 건지-_-?

순간 의문이 들었다.

내 몸 속에 잠자고 있던 귀차니즘이 다시 꿈틀꿈틀.


북극권이다, 이건가.

근데 북극에 가면 뭐가 있다고 북극에 가는 거지?

아문센이 들으면 뭐시라! 하며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겠군.

어쨌든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으므로 간다!

어디 저 멀리 북극권 핵심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꼴랑 북극권 경계에 걸쳐져 있는 산타마을 보러 가면서 속으로 이렇게 궁시렁궁시렁.

 





산타마을 도착!


위를 가로지르는 선이 arctic circle 경계선이다.




산타를 만나기 위해 visitors card를 발급받고 들어가서 기다렸다.

방문자 카드를 주길래 정말 이거 뭐 접견하려면 공식절차를 거쳐야하나 싶었다.
이런 생각을 잠깐이나마 했다는 건 내가 아직 어린아이처럼 순수하다는 뜻? 호호호호ㅗ호호호호호홓


가는 길은 꽤 그럴싸하게 Santa
s workshop 모양새 나게 꾸며놓았다.

음향효과로 삐그덕삐그덕 톱니바퀴 소리도 나고!

유리판대기 깔아서 빙하바닥도 만들어놓고!



20
대 한국인 여성이 혼자 산타 보러 이런 유치한 통로를 지나려니

너무 웃겨서 혼자 허허허허하고 웃어버렸다.

내가 10년 전 산타클로스 믿던 시절  

엄마아빠 손잡고 왔었더라면 오우우우와했을텐데.

10년만 젊었어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산타는 미국인인가? 발음이 상당히 유창했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니 한국 어디에서 왔냐고 묻는다.

그냥 서울이라고 그랬더니, 강북 area냐 강남 area냐고 묻는다.

강남 쪽이라 그랬더니 교보 빌딩 근처냐 코엑스 근처냐고 묻는다.


산타 할아버지... 나라 관련 대사 치느라 어지간히 힘들 듯.

강북이라 그랬으면 명동이나 세종 문화 센터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중간에 사진도 한 방 찍는다.

이렇게 유치한 만남이 끝나고 방을 나오는 데 나도 모르는 새 내 손에는 20유로짜리

산타와 함께 찍은 대형 사진이 들려있었다..  한국가면 보여줄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산타클로스는 시장자본주의자인가? 산타는 돈에 환장한 놈이 분명하다.

그의 office는 물론이고 주변은 죄다 기념품 가게에 레스토랑이다.

동심을 짓밟는 할배 같으니라고.


 
이 곳에서 다시 한 번 서울의 무존재감을 느끼다.







산타를 만나고 카페에서 커피에 빵 조각을 먹고

산타클로스 우체국도 구경하고 기념품도 구경해도 시간이 안 지나간다.

로바니에미 시내에는 더더욱 할 게 없고.

 

조금만 벗어나니 숲이 빽뺵하게 펼쳐져 있길래 숲 속 탐험에 나섰다.




눈이 많이 와 발이 푹푹 빠진다.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호수고 어디가 풀밭이었는지 알 길이 없다.

내가 길을 만들었다. 음하하.





어느 정도 걸어 들어가니 적막한 숲 속에 나 혼자 뿐이었다.

중간에 호수와 오두막집이 나타났다면 Los Amantes del Círculo Polar의 한 장면 같았을 텐데!

그러고 보니 이 영화, 로바니에미와 이 근교에서 촬영했다고 들었다.



너무 깊이 들어가면 또 방향감각 상실할까봐 잽싸게 산타마을 쪽으로 되돌아갔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 발자국 되돌아가면 되는 건데, 그냥 그 적막함이 무서웠던 것 같다.



 

버스를 타고 로바니에미로 되돌아 와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헬싱키 행 야간열차를 타러 기차역으로 향했다.

 

...이렇게 두 줄로 압축될 수 있는 시간이라니 참 허무하다.

기차 타기 전까지 심심해 죽는 줄 알았다.

너무 할 일이 없는 거다!

그닥 특징 없는 시내 중심가는 10분이면 다 둘러 보고,

책도 다 읽고 내 주변에 있는 온갖 활자란 활자는 다 읽었는데도 시간이 좀처럼 가지 않았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을 할 수도 없고 이거 원 참.

 


로바니에미도 그렇고 헬싱키도 그렇고,

핀란드에 있는 내내 일본인 관광객들을 참 많이 보았다.

중국인 관광객은 인구로 따져보았을 때 전세계 어디서든 볼 확률이 높지만

핀란드에서 일본인이라...?

핀란드 철도 사이트에 일본어 페이지가 따로 있는 걸 보아하니 핀란드랑 일본이랑 좀 친한가 보다.

 


밍크 시체를 주렁주렁 매단 러시아 할머니들 단체 관광객들과 함께
야간열차 마침내 탑승!

진작에 침대칸으로 탈 걸 그랬다.

매표소 아저씨가 2층 침대로 예약해줘서 더 널찍하고 좋았다.



아래칸에는 탐페레로 가는 핀란드인 할머니가 탔다.

Conductor와 이야기를 하는데 탐페레 어쩌고 저쩌고하면서아저씨가 할머니 침대 옆에 알람시계 맞춰주는걸 보고

눈치로 탐페레에서 내린다는 걸 알았다.

 



식당칸에 가서 gin 한 잔을 마시고 싶은 욕구를 누르고
푹 잘 잤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