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세번째 날이라니ㅠㅠㅠ푸욱 잘자고 아침 먹으러 가는길에 또 한 번 풀사이드 감상에 들어가신다.
내내 같은 자리에서 아침식사중. 밥을 먹다가 건너편 테이블에 앉아 식사중인 외국인의 등이 과도한 태닝으로 껍데기가 뱀허물처럼 벗겨진 모습을 보고 경악하며 어쩜 저 지경이 되도록 태웠을까잉하며 혀를 끌끌 찼는데 난 몰랐다 앞으로 나에게 닥칠 일을
어제와 마찬가지로 리셉션에서 옹기종기 기다리다 투어픽업 밴을 타고 도착한 아오낭 해변. 아오낭 해안을 낮에 제대로 보는건 처음인 거 같다 어째?
아침 9시도 채 안되었는데 땡볕이 내리쬐는 그늘 하나 없는 광안리 느낌.
아오낭에서 각종 섬투어가 진행되는 프로세스.
1. 저 앞에 투어회사 픽업 밴들이 우르르 사람들을 내려준다.
2. 4섬인지 7섬인지 홍섬인지 롱테일보트로 가는지 스피드보트로 가는지 예약한 투어에 따라 팻말을 따라간다.
3. 이름과 국적을 앞에 시트에 쓴다.
4. 색색깔 스티커를 가슴팍에 붙이라고 건네준다.
5. 붙이고 그 근처에서 서성이며 기다린다.
5.a. 그 와중에 끄라비 전역에서 인간들을 픽업한 밴들이 끊임없이 도착해 사람들이 스티커를 붙이고 기다린다.
6. 보트에 태울 수 있을만큼의 사람이 모이면 확성기도 없이 홍아일랜드! 스피드보트! 부르면 쭐래쭐래 따라간다.
우리 가이드는 어제와 달리 매우 얌전한 아저씨였다. 일정 안내만 차분히 하고 보트크루와 함께 조용히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간다.
후기를 보니 멀미주의하라고 하길래 멀미약을 미리 먹어야지!라고 생각한 순간 아무거나 리조트 비치백에 때려넣고 오고 정작 멀미약은 안 챙겨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인천공항에서 거금 24000원을 들여 산 멀미약인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멀미할 두려움보다 멀미약을 안 가져온 슬픔이 더 컸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행히 멀미없이 무사히 홍섬까지 도착했다. 꿀렁꿀렁 보트정박하고 내려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갔더니 눈앞에 파라다이스가 펼쳐진다. 우리나라였음 여기까지 카페베네 들어오고 사람들 아무리 하지말라고 해도 코펠이니 버너니 바리바리 싸들고 들어와서 뒤쪽에서 고기구워먹고...낚시해서 바로 매운탕 끓여먹고 회떠먹고 쓰레기 쌓여있고 그랬겠지.
요즘 산에 갈일이 종종 있는데 거기서도 밖에서 음식을 해먹곤한다. 그냥 간단하게 쓰레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에너지바와 김밥 몇줄만 챙겨가서 먹고 오면 안되나... -ㅠ-
내 친구는 물에서 나올줄을 모르고...
나는 한가로이 경치를 감상했다가 친구 따라 들어갔다가 해가 뜨거워서 다시 그늘로 몸을 피했다가...그렇게 두어시간을 보냈다. 사실 난 물고기가 내 옆으로 오는게 넘나넘나넘나 싫어서 일부러 가까이 오면 휘적휘적 첨벙첨벙 걸어갔다. 왜 물고기를 굳이 안경쓰고 들어가서 봐야하죠? 난 그들의 삶의 영역을 존중할테니 그들도 내 물공간..내 personal water bubble을 인정해주고 함께 평화롭게 공존하였으면.
손가락 팅팅 붓도록 안나올수 있을 정도로 수영과 물놀이를 좋아하고 서핑도 좋아하고 눈 뜨고 물에서도 잘 놀지만 물고기는 싫어서 스노클링은 안하는 모순된 나.
여기서 열심히 셀카도 찍었는데 다시 보면 그리 행복해보일 수가 없다 ㅋㅋㅋㅋ둘이 아주 그냥 꺄르르 꺄르륵.
다들 시간에 맞춰 잘 보트에 도착하면 홍아일랜드 라군으로 들어가 한바퀴를 스윽 돈다. 폭풍우가 부는 날씨엔 이곳에서도 사람들을 풀어놓는다고 한다. 이 안에 들어오니 모두 함께 합이라도 맞춘 듯 조용히 경치를 감상했다.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공간. 투어 가이드 아들인지 애기들 몇명이 보트에 함께 따라왔는데 자기들이 더 신나서 배 선미에 서 있다가 가이드가 엄하게 내려오라하니 반항도 하지않고 내려온다. 그냥 앞에 있어도 되는데 ㅎㅎㅎㅎㅎ
보트로 10여분 정도를 달려 취사가 가능한? 음식섭취가 가능한? 조그만 섬에 우리를 내려주더니 식사를 준비해서 낸다. 어릴 때 엄마아빠 따라 동남아 여행 와서 아일랜드 호핑 투어를 다니면 모래밭에서!!!!!!!!!!!!!! 먼지 날리는데!!!!!!!!!!!!!!! 그릇도 어디다 씻었는지 모르겠는!! 이상한 그릇에! 이상한 음식! 맛없는 음식!!! 이상한 수저로!! 알 수 없는 음식! 먹는거!!! 너어어어무 싫어서 과일 몇개만 주워먹고 말고 계속 뭐 좀 먹으라고 성화인 엄마 잔소리에 입 댓발 나왔던 추억들이 가득한데.
사람 일은 모르는 일이다. 이런것도 잘 먹고..심지어 이런 아름다운 자연을 더럽히면 안된다는 사명감에 남김없이 싹싹 긁어먹었다
나 너무 잘컸다 훌쩍
라스트스탑. 여긴 나무에 달린 자연 그네도 있는 조그만 해변가였다. 가보는 모든 해변이 디카프리오의 비치에 나오는 해변 같았다. 이 근처엔 피피섬도 있어서 그 쪽으로도 투어를 많이 간다. 피피섬 투어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런 작고 평화로운 섬에 온것만으로도 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두번 세번 생각해도 나에게 진정한 휴가는 이런 휴양이 제맛. 난 왜 지난 2-3년동안 도시만 다녀왔는가ㅠㅠㅠㅠㅠㅠㅠㅠ
아침에 출발한 아오낭 비치로 배가 도착하면 반나절의 아일랜드 호핑이 끝난다. 오백바트 짜리였나 천바트짜리밖에 없어서 팁을 안줬는데 이게 은근 지금까지 내내 마음에 걸리는군...
이런 힙한 버스를 타고 우릴 리조트로 데려다 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편한 서비스라니. 도대체 반값으로 예약한 투어서비스로 남는 장사란 말인가?
지금 사진을 다시 보니 친구 어깨가 이미 익어있었..............우린 정말 몰랐다....................숙소에 돌아오니 내 어깨는 시뻘개져있고 옷을 갈아입는데 넘나넘나 쓰라리고 아프구 따갑고 건조하고.........아침에 그 외국인한테 뭐라할게 아니었어.....................
주말마다 열리는 끄라비 야시장에 가보고 싶어서 슬슬 동네로 걸어나와 투어컴퍼니를 찾아나섰다. 끄라비타운쪽 야시장이라 3-40분을 가야하는 곳인데, 열심히 후기 검색해서 아오낭 출발 가격대는 어느정도 파악했다. 대충 근처에 보이는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 스탠드에 스윽 가서 가격문의를 하기로 하는데, 주인이 화교 아저씨다. 난 여기서 내 친구의 영어 실력에 감탄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이 아저씨가 태국액센트의 중국인 영어로 쏼라쏼라 열심히 뭐라하는데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따따따뗴뗴뗴하는 말을 친구는 완벽하게 알아듣는것이다! 리스닝을하고 완벽하게 가격 협상을 하기 시작하고...
난 옆에서 가마니 지켜봤다. 고맙다 친구...
성공적인 협상을 마치고 그 할아버지가 종이를 아끼겠답시고 화이트로 쫙쫙 지워가며 신청서를 작성해준걸 손에 쥐고 그 옆 로띠 스탠드에서 로띠를 사이좋게 먹으며 택시를 기다렸다.
그렇게 택시? 투어밴을 타고 세 팀 정도를 더 픽업한 후에 달려 도착한 끄라비 야시장! 아주 크고 볼거리가 많다 그래서 내심 여기서 쇼핑을 끝내겠다는 의지로 왔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다. 기념품으로 살만한 물건들도 많지 않고 (depending on what you intended to buy) 정말 로컬들이 장보러 오는 곳 같았다.
그래도 팟타이와 새우조개 구이로 배채우고 한바퀴 둘러보고~
펄렁펄렁한 시원한 바지 사고~ 코끼리 그려진 민소매도 사고~~
태국 시장 필수 코스 코코넛 아수크림도 먹어주고~~
쇼핑은 내일을 기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