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세번째 날이라니ㅠㅠㅠ푸욱 잘자고 아침 먹으러 가는길에 또 한 번 풀사이드 감상에 들어가신다. ​


내내 같은 자리에서 아침식사중. 밥을 먹다가 건너편 테이블에 앉아 식사중인 외국인의 등이 과도한 태닝으로 껍데기가 뱀허물처럼 벗겨진 모습을 보고 경악하며 어쩜 저 지경이 되도록 태웠을까잉하며 혀를 끌끌 찼는데 난 몰랐다 앞으로 나에게 닥칠 일을 ​


어제와 마찬가지로 리셉션에서 옹기종기 기다리다 투어픽업 밴을 타고 도착한 아오낭 해변. 아오낭 해안을 낮에 제대로 보는건 처음인 거 같다 어째?
아침 9시도 채 안되었는데 땡볕이 내리쬐는 그늘 하나 없는 광안리 느낌.


아오낭에서 각종 섬투어가 진행되는 프로세스.
1. 저 앞에 투어회사 픽업 밴들이 우르르 사람들을 내려준다.
2. 4섬인지 7섬인지 홍섬인지 롱테일보트로 가는지 스피드보트로 가는지 예약한 투어에 따라 팻말을 따라간다.
3. 이름과 국적을 앞에 시트에 쓴다.
4. 색색깔 스티커를 가슴팍에 붙이라고 건네준다.
5. 붙이고 그 근처에서 서성이며 기다린다.
5.a. 그 와중에 끄라비 전역에서 인간들을 픽업한 밴들이 끊임없이 도착해 사람들이 스티커를 붙이고 기다린다.
6. 보트에 태울 수 있을만큼의 사람이 모이면 확성기도 없이 홍아일랜드! 스피드보트! 부르면 쭐래쭐래 따라간다. ​


우리 가이드는 어제와 달리 매우 얌전한 아저씨였다. 일정 안내만 차분히 하고 보트크루와 함께 조용히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간다. 

후기를 보니 멀미주의하라고 하길래 멀미약을 미리 먹어야지!라고 생각한 순간 아무거나 리조트 비치백에 때려넣고 오고 정작 멀미약은 안 챙겨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인천공항에서 거금 24000원을 들여 산 멀미약인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멀미할 두려움보다 멀미약을 안 가져온 슬픔이 더 컸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행히 멀미없이 무사히 홍섬까지 도착했다. 꿀렁꿀렁 보트정박하고 내려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갔더니 눈앞에 파라다이스가 펼쳐진다. 우리나라였음 여기까지 카페베네 들어오고 사람들 아무리 하지말라고 해도 코펠이니 버너니 바리바리 싸들고 들어와서 뒤쪽에서 고기구워먹고...낚시해서 바로 매운탕 끓여먹고 회떠먹고 쓰레기 쌓여있고 그랬겠지. 

요즘 산에 갈일이 종종 있는데 거기서도 밖에서 음식을 해먹곤한다. 그냥 간단하게 쓰레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에너지바와 김밥 몇줄만 챙겨가서 먹고 오면 안되나... -ㅠ- 


​내 친구는 물에서 나올줄을 모르고...

나는 한가로이 경치를 감상했다가 친구 따라 들어갔다가 해가 뜨거워서 다시 그늘로 몸을 피했다가...그렇게 두어시간을 보냈다. 사실 난 물고기가 내 옆으로 오는게 넘나넘나넘나 싫어서 일부러 가까이 오면 휘적휘적 첨벙첨벙 걸어갔다. 왜 물고기를 굳이 안경쓰고 들어가서 봐야하죠? 난 그들의 삶의 영역을 존중할테니 그들도 내 물공간..내 personal water bubble을 인정해주고 함께 평화롭게 공존하였으면. 

손가락 팅팅 붓도록 안나올수 있을 정도로 수영과 물놀이를 좋아하고 서핑도 좋아하고 눈 뜨고 물에서도 잘 놀지만 물고기는 싫어서 스노클링은 안하는 모순된 나. 


여기서 열심히 셀카도 찍었는데 다시 보면 그리 행복해보일 수가 없다 ㅋㅋㅋㅋ둘이 아주 그냥 꺄르르 꺄르륵. 

다들 시간에 맞춰 잘 보트에 도착하면 홍아일랜드 라군으로 들어가 한바퀴를 스윽 돈다. 폭풍우가 부는 날씨엔 이곳에서도 사람들을 풀어놓는다고 한다. 이 안에 들어오니 모두 함께 합이라도 맞춘 듯 조용히 경치를 감상했다.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공간. 투어 가이드 아들인지 애기들 몇명이 보트에 함께 따라왔는데 자기들이 더 신나서 배 선미에 서 있다가 가이드가 엄하게 내려오라하니 반항도 하지않고 내려온다. 그냥 앞에 있어도 되는데 ㅎㅎㅎㅎㅎ 


보트로 10여분 정도를 달려 취사가 가능한? 음식섭취가 가능한? 조그만 섬에 우리를 내려주더니 식사를 준비해서 낸다. 어릴 때 엄마아빠 따라 동남아 여행 와서 아일랜드 호핑 투어를 다니면 모래밭에서!!!!!!!!!!!!!! 먼지 날리는데!!!!!!!!!!!!!!! 그릇도 어디다 씻었는지 모르겠는!! 이상한 그릇에! 이상한 음식! 맛없는 음식!!! 이상한 수저로!! 알 수 없는 음식! 먹는거!!! 너어어어무 싫어서 과일 몇개만 주워먹고 말고 계속 뭐 좀 먹으라고 성화인 엄마 잔소리에 입 댓발 나왔던 추억들이 가득한데. 

사람 일은 모르는 일이다. 이런것도 잘 먹고..심지어 이런 아름다운 자연을 더럽히면 안된다는 사명감에 남김없이 싹싹 긁어먹었다 

나 너무 잘컸다 훌쩍  


라스트스탑. 여긴 나무에 달린 자연 그네도 있는 조그만 해변가였다. 가보는 모든 해변이 디카프리오의 비치에 나오는 해변 같았다. 이 근처엔 피피섬도 있어서 그 쪽으로도 투어를 많이 간다. 피피섬 투어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런 작고 평화로운 섬에 온것만으로도 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두번 세번 생각해도 나에게 진정한 휴가는 이런 휴양이 제맛. 난 왜 지난 2-3년동안 도시만 다녀왔는가ㅠㅠㅠㅠㅠㅠㅠㅠ​

아침에 출발한 아오낭 비치로 배가 도착하면 반나절의 아일랜드 호핑이 끝난다. 오백바트 짜리였나 천바트짜리밖에 없어서 팁을 안줬는데 이게 은근 지금까지 내내 마음에 걸리는군... 

​이런 힙한 버스를 타고 우릴 리조트로 데려다 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편한 서비스라니. 도대체 반값으로 예약한 투어서비스로 남는 장사란 말인가? 

지금 사진을 다시 보니 친구 어깨가 이미 익어있었..............우린 정말 몰랐다....................숙소에 돌아오니 내 어깨는 시뻘개져있고 옷을 갈아입는데 넘나넘나 쓰라리고 아프구 따갑고 건조하고.........아침에 그 외국인한테 뭐라할게 아니었어.....................


주말마다 열리는 끄라비 야시장에 가보고 싶어서 슬슬 동네로 걸어나와 투어컴퍼니를 찾아나섰다. 끄라비타운쪽 야시장이라 3-40분을 가야하는 곳인데, 열심히 후기 검색해서 아오낭 출발 가격대는 어느정도 파악했다. 대충 근처에 보이는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 스탠드에 스윽 가서 가격문의를 하기로 하는데, 주인이 화교 아저씨다. 난 여기서 내 친구의 영어 실력에 감탄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이 아저씨가 태국액센트의 중국인 영어로 쏼라쏼라 열심히 뭐라하는데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따따따뗴뗴뗴하는 말을 친구는 완벽하게 알아듣는것이다! 리스닝을하고 완벽하게 가격 협상을 하기 시작하고... 

난 옆에서 가마니 지켜봤다. 고맙다 친구... 

성공적인 협상을 마치고 그 할아버지가 종이를 아끼겠답시고 화이트로 쫙쫙 지워가며 신청서를 작성해준걸 손에 쥐고 그 옆 로띠 스탠드에서 로띠를 사이좋게 먹으며 택시를 기다렸다.  

그렇게 택시? 투어밴을 타고 세 팀 정도를 더 픽업한 후에 달려 도착한 끄라비 야시장! 아주 크고 볼거리가 많다 그래서 내심 여기서 쇼핑을 끝내겠다는 의지로 왔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다. 기념품으로 살만한 물건들도 많지 않고 (depending on what you intended to buy) 정말 로컬들이 장보러 오는 곳 같았다.

​​

​그래도 팟타이와 새우조개 구이로 배채우고 한바퀴 둘러보고~ 

펄렁펄렁한 시원한 바지 사고~ 코끼리 그려진 민소매도 사고~~ 

태국 시장 필수 코스 코코넛 아수크림도 먹어주고~~ 

쇼핑은 내일을 기약하며.... 




에어콘 수면 모드로 켜놓고 이불 폭닥하게 덮고 자는 것만큼 쾌적한 여름밤은 없다.


아침에 커튼을 촥 열었더니 고양이 두 마리가 아침부터 올라오는 트로피컬 열기를 피해 발코니에 앉아 도망가지도 않고 나를 멀뚱멀뚱 바라본다.

티비 동물농장에 나왔던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에이미인지 하이디 왈, 눈을 지긋이 바라보며 까암-빠악하는 것이 고양이와의 인사법이랬는데 여러 번 해봐도 씨알도 안 먹힌다. 태국 고양이는 손모으고 사와디카하며 깜빡해야 되나요? 눈곱도 안 뗀 추레한 외국인의 인사는 안 받아주나요.

아오낭 시내엔 곳곳에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 센터'라는 그럴싸한 이름의 가판대들이 많은데, 아무 데나 가서 카탈로그를 보며 원하는 투어를 골라서 예약을 하면 된다. 물론 정가대로 예약하면 안되고 생글생글 웃으며 무작정 반값으로 불러본다. 그리하여 어젯밤 아무 데서나 들어가서 반값으로 예약한 정글투어를 하는 날. 나름 표준화된 투어 등록 slip도 있다! 그리고 난 당연히 이렇게 여행기를 쓸 계획이 없었으므로 그 종이쪼가리 사진을 찍었을리가 없다. 하하!


산책길이 정말 평화롭다. 아침부터 정원에 물을 주는 스탭들과 아침인사도 주고받으며 2-3분 가면 따로 떨어져있는 연못가 식당에 도착. ​


우리가 신청한 투어는 8시반에 픽업하러 온다고 해서 아침을 일찍 먹으러 갔더니 사람이 많지 않다. 보통은 조식 레스토랑에 오믈렛 스테이션이 누들스테이션이 있는데 여긴 키친이 따로 있구 메뉴판에서 맘대로 주문할 수 있는 음식 + 부페식이다. 로띠 오믈렛 프렌치토스트 죽 등을 모두모두 주문. 매일매일 로띠로띠! ​


나는 전생에 무슨 착한 일을 했길래 이런 멋진 사진을 찍어주는 벗을 만났나요.

더위에 땀으로 샤워할 것을 대비해 속옷을 넉넉히 챙겨왔는데, 나흘 중 이틀 동안 아침부터 물장구치는 투어를 한 덕분에 수영복으로 대체할 수 있었다.

리셉션에 가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신청할 투어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 와서 뭐라 외치면 쪼르르 따라가면 되는 것이다.

정글투어는 우리 전에 픽업할 사람들이 많았는지 예상보다 20분은 늦게 왔다. 이미 서너자리밖에 남지 않은 꽉 찬 밴과 강렬한 태국영어를 쓰는 깝치는 가이드와 함께.........

아오낭에서 우리를 픽업하고 3-40분 더 간 끄라비타운에서 한두팀을 더 픽업한다. ​


푸켓까지도 꽤나 가까운(?) 끄라비 타운.
By the time our backseat ride in the crowded van with deficient ac almost suffocated me, we arrived in ... none other than HOT SPRINGS!

whaaaa
현지 날씨 35도.
내려준다 온천에. 준다 너희에게 한 시간.

이미 너무 더위를 먹어 아무 생각이 없이 따라가다보니 진짜 노천 온천이 나온다. 유후인이나 우레시노의 그것처럼 뜨뜻한진. 내가. 알 길이. 없다.
발꼬락도 안 담궈 보았으니까! ​


친구와 요 사진을 남기고 나는 부동의 자세로 저 나무 밑에 고대로 앉아있었다. 계단식으로 된 온천엔 태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다들 몸을 담갔다가 아랫단에 있는 계곡까지 다녀오더라.

다시 밴으로 돌아오니 깝치는 가이드가 뷰티풀 코리안이니 내 친구는 잉글리 할 줄 아냐느니 어쩌느니 깝치길래 화장실이나 찾아나섰는데

나는 이 곳에서 내 생애 다시 없을 최악의 화장실을 경험하였다. 이끼 낀 양변기와 이끼로 시커매진 대야에 담긴 물이 있던 shack. 나는 이제 어디서든 살아남을 수 있을거야. 아, 그 화장실을 밤에 다시 가라 그러면 차라리 섭씨 40도에 디펜드 기저귀를 차겠어요.

땀범벅에 낑낑거리며 옷매무새를 갖춰입느라 안나오는 내가 걱정되었는지 친구야 괜찮니? 노래불러줄까? 해줘서 고마워 융융...

이 시점에서 나와 융융이 그 전날밤 아오낭 시내 어느 골목 한 켠에서 옆집 라이브바의 공연을 들으며 신난 매장 아줌마와 계산기를 뚜드려가며 깎아서 구매한 코끼리 무늬의 얇은 wrap을 언급하지 아니할 수 없다.

태국 어디에서나 살 수 있는 (추측컨대) 리넨+비스코스+면 등의 소재가 섞인 나풀나풀한 얇은 천인데, 끄라비 여행 검색 중 발견한 어떤 블로거가 다용도로 쓸 수 있으니 엄청 유용하다고 얘기하지 않았더라면 굳이 몇천원 돈을 주며 이 천을 사진 않았을 것이다.

선스크린 처리는 안되었겠지만... 어딜 가나 그늘 없는 곳에선 햇빛을 가리고 모래사장에선 깔고 앉고 물에서 나와 대충 물기를 닦거나 해변에서 젖은 수영복에 옷을 입기는 찝찝할 때 몸에 홀터넥으로 두르는 등 다용도로 쓸 수 있었다.


몇십분을 더 산속을 향해 달려 도착한 곳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에메랄드풀 & 블루풀. 주차장에 차를 대면 한참 걸어가야 한다. 습한 더위에 1.5킬로는 정말 가혹한 거리다. 거기서 800미터? 정도를 더 숲속으로 들어가면 블루풀이 나온단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까?

난 물론 이미 정신줄을 놓았기 때문에 그런 가치판단을 할 이성이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피리부는 사나이를 따라가는 아이처럼 남들을 따라 일단 목적지가 어디가 되었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겠단 일념으로 가본다. ​


융융이를 선두로 하여 하염없이 숲속을 걷는다.
빽빽한 숲속 나무 그늘이 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
찬조출연 태국 필수템 wrap + 융융이가 막 아무렇게나 써도 예뻤던 융융어머니 협찬 헬렌카민스키 라피아햇 ㅠㅠㅜ존예ㅠㅠㅠㅠ ​


몇분을 걸었을까? 에메랄드풀의 사람들 소리가 이미 하나도 안 들리고 점점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면서 지칠 무렵 이 광경이 나타난다.

노!필!터!
무슨 원리인진 모르겠는데, 아니 무슨 원리인지 안내문에 써있었는데 더위 먹은 내 뇌리에 접수가 안되는 어떠한 원리로 인해 이 고요한 블루풀 옆에서 박수를 짝짝짝 치면 보글보글 버블이 올라온다.

우리 투어에 함께한 몇몇 그룹도 블루풀에 와있었는데, 모두 합세하여 박수치면서 영상찍고 신기해 했다.

사진을 득템하고 수영하러 출발!


지리산 계곡 같은 곳인데 에메랄드색인 느낌?
물놀이는 열심히 했지만 절대 머리는 담그고 싶지 않은 느낌?

여기서 개헤엄을 치며 좀 놀았더니 더위가 가시는 기분이었다.

투어가이드가 시간은 충분히 줘서 주차장으로 돌아와 주스도 한 병씩 사마실 여유까지 있었다.

투어 참가한 사람들이 다들 시간도 잘 지키고 운이 좋았다. 우리는 반나절 정글투어+에메랄드풀 투어 패키지였는데, 참가한 사람들 중엔 코끼리 트레킹과 atv 운전? 도 신청한 사람들이 있어 중간에 잠깐 detour가 있었다. 그들을 내려주려고 들른 곳에서 발견한 마음 찢어지게 아픈 광경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착잡하다. 인간적으로 이런 투어는 하지맙시다.

가이드가 한 팀 한 팀 리조트에 데려다 주는 것으로 반나절 투어는 종료. 블루풀을 보고 친구와 에메랄드풀에서 참방거린 것만으로 가치있는 반나절이었다.

그나저나 도대체 비지니스 모델이 어떻게 되고 수익구조가 어떻길래 돈이 남는 거지?


우린 바로 풀사이드로 직행.
어제 체크인하면서 우리에게 컴플리멘터리 바우처를 몇 장 줬는데, 덕분에 망고주스와 과일 플래터를 신나게 시켜먹었다.

융융은 물놀이를 안 한지 어언 십년이 넘었대서 리조트에 왔지만 물놀이하기 싫어하면 어쩌지 내심 걱정했는데.. 그녀는 물밖으로 나올줄을 몰랐다....... 근래에 퇴근길에 회사근처로 다닌 수영클래스가 주효했던 것인가... 너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해 융융

둘이서 쉬면서 아 너무 좋다 아 너무 좋다를 3907번 정도 말한 것 같다.



자알 쉬었으니 먹어야 할 차례 아니겠는가.
리셉션에 트립어드바이저 끄라비 맛집 1위 예약을 부탁했더니 우리가 간 주간에 그 집이 휴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지만 굴하지 않고 맛집 2위 식당 + 거기까지 갈 툭툭서비스까지 예약 완료!

​​​​


사실상 노천 식당.
비닐 테이블보에 테이블마다 위에 선풍기가 탈탈 돌아가고 모기 퇴치 스프레이가 친절히 놓여있고 파리가 떠날 줄을 모르는 식당.


그러나 모닝글로리 볶음 + 킹프라운 튀김 + 팟타이꿍 + 얌운센 + 똠얌꿍 + 밥 + 싱하를 2만원에 먹을 수 있는 곳.


사랑해요 정글키친...
그다음날 혹시나 다른 곳이 덜 맛있을지 모르니 안전빵으로 여길 재방문하고 싶었으나 공교롭게도 여기마저 다음날부터 휴무였으니 우린 운이 참 좋았다.

리조트로 배뚜들기며 돌아와
트립어두바이저 1위 마사지샵으로 가는 택시를 불렀다.


이렇게 택시 색깔이 힙해도 되는 걸까?


아오낭 시내 완전 반대편 언덕배기에 있는 마사지샵.
솔직히 기대 하나도 안했는데 언니 손맛 대박. 한시간동안 속으로 대박대박대박..을 외쳤다. 진짜 말도 안된다. 그 선생님 성함이라도 알아올걸... ​


갈 땐 택시를 탔지만 오는 길엔 쇼핑거리 구경 겸 슬슬 걸어서 해변가로 내려왔다. ​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망고주스도 사먹고 로띠도 사먹고. 한국에 있을 땐 매운거 먹었다고 탈 나고 한여름에도 아이스를 못 마시고 따뜻한 음료만 먹는 나인데, 여기선 뭘 먹어도 거뜬.

그러나 역시나. 한국 오자마자 뒤늦게 물갈이를 하는 바람에 거기 가서 먹으려고 산 정로환을 뒤늦게 열심히 먹어야했다. ​



맥도날드 앞에서 출발하는 반사이나이 툭툭 셔틀을 타고 숙소로 가는 행복한 두번째날.



구정 연휴에 런던-파리를 다녀왔다.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문화-식도락-커피를 즐기겠다고 

눅눅한 겨울 유럽 비바람을 맞아가며 빨빨 돌아다녔더니 영 휴가를 다녀온 것 같지가 않은 것이다.  


자고로 휴가라 함은 유년기 시절부터 동남아 리조트 풀사이드에서 

나무늘보처럼 하루종일 늘어져 독서-낮잠을 반복하는 부모님 옆에서 놀다가 

등껍데기 까지도록 땡볕 아래 물속에서 참방거리다 오는 것이었는데 

요근래는 혼자 떠나보겠다고 나대다보니 결국 샌프란 런던 빠리 등의 도시만 방문하게 되었다. 


동남아 리조트를 가려면 누군가를 꼬드겨야했고 레이다에 나의 사랑스러운 친구가 들어왔다. 

이케요케조케 독채리조트 팟타이가삼천원 이케요케조케 등의 감언이설로 그녀의 재가를 받아내고

친구가 근 10년 동안 한 번도 물놀이를 해본 적이 없다 + 파란바닷가와 싸고 맛있는 먹거리를 둘다 즐기려고 한대서 

회사 상사분의 태국인 친구가 강추한다는 끄라비로 4월 짧은 휴가 낙찰. 


장거리 비행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직항이 없다는 것이 치명적이었으나 

경유해도 60만원 초반대의 가격대와 

꽤나 괜찮아보이는 리조트가 얼리버드로 일박에 10만원 이내로 예약이 가능했다는 점이 매우 매력적이었다. 


이른 아침 비행기로 출발하느라 부스스한 몰골로 향한 동네 공항버스 정류장에서 출장가시는 부장님을 딱 마주치고

공항행 고속도로에서 불타오르는 자동차 한대 때문에(?) 잠깐 서행하였으나 

무사히 인천공항 도착. 


그다음주 황금연휴를 앞두고 누가 굳이 먼저 휴가를 가겠어? 라는 생각은 큰 오산. 

공항은 엄청나게 붐비고 방콕 가는 편 타이항공 수속줄은 엄청나게 길었다. 

나에겐 비장의 카드...나는야 스타얼라이언스 골드회원이지...  (SG타고 조벅 세 번 다녀오면 바로 가능)

패스트트랙 줄로 신속한 수속은 가능했으나 비행기표 클라스가 너무 낮아 적립이 전혀 안된단다. 

마일리지 적립조차 없는 싸구려 표여...잘 썼다... 고마웠다... .......


마음에 담아두었던 젠틀몬스터 선글라스를 잽싸게 구매하려...했으나 

붐비는 매장에서 온갖 모델을 다 써보며 시간을 낭비하고 어리바리하고 느린 수습직원의 결제를 기다린 후

버버리....디올..........등을 구경하며 탕진의 꿈만을 간직한채 탑승동으로 향했다. 



라운지에서 친구와 pre inflight breakfast를 위한 컵라면을 한 그릇 노나먹고 30분도 채 못쉬고 탑승했다. 


스카이팀보다 스타얼라이언스가 쪼오끔 더 낫다는 생각이 드는게, 

스타얼라이언스는 골드회원이 될 수 있는 threshold가 굉장히 낮기도 하고 

동반 1인 라운지 무료이용 등 쪼렙 골드회원을 위한 혜택도 꽤나 풍부하다.

뭐...생각해보면 빠른 수속 줄 - 수속 priority tag - 탑승 전 라운지 이용 같이 

한 10분에서 길게는 30분 덜 기다리는 그따위 혜택 때문에 탑승 횟수 채우고 마일리지 쌓는건데 

그 따위...그 따위 혜택을 누리기 시작하면 너무 편하고 좋은 것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비행기가 출발하자 우리는 그제서야 가서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둘다 검색해 본 내용이 비슷했다. 심지어 검색해본 블로그도 비슷하고. 

약 10분간의 치열한 고민과 논의 끝에  

맛있는 걸 많이 많이 먹고 

정글투어 반나절 / 홍섬투어 반나절 / (나만) 클라이밍 반나절 을 하기로 했다. 


....친구에게는 패기넘치게 난 이번 여행을 다시 블로그에 올리려고 해! 라고 말했으나 

집->공항->라운지->탑승까지 찍어놓은 사진이라곤 매장에서 이상한 선글라스 껴보고 쌩쇼한 모습밖에 없어 

너는 파워블로거는 커녕 블로거가 되려면 멀었다는 타박을 들어야했다. 넘나 맞는 말인 것..  

방콕에 도착해서야 사진을 찍기 시작. 


국내선 터미널로 이동하니 내가 알던 으리으리한 수완나폼 공항이 아니다. 

푸드코트와 작은 매장, 부츠 등이 전부. 

시간도 많으니 이래저래 구경. 

태국은 나름 이번이 세번째인데 그 유명한 콘파이는 처음 먹어보았다. 맛있는데 느끼하고 달다 

설탕 많이 때려부은 콘스프를 녹인 후 튀기면 이런 맛일 것 같고 두 번은 못 먹겠다. 

타이실크 라운지 이용이 가능해서 여기서 1시간반 정도 뭉갰다. 

국내선쪽 라운지인데 정말 쾌적하고 조용했다. 구체적인 전경 사진없음....................................................


   퐝퐝 터지는 와이파이로 29cm 쇼핑을 하기 시작할 정도로 지루해질 무렵 

탑승 시작. 

손모아서 인사하는 모습이 서역인들에게는 얼마나 이그조틱하고 유니크해보일까. 

아시안 컬쳐~ 

국내선 에어버스320 같은 조그만 비행기는 게이트도 제대로 못 얻나보다. 

시속 10키로의 버스를 타고 활주로까지 이동한다.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불어오는 더운 바람에 열대 나라에 온 것을 제대로 실감했다.  


고작 한시간반 이동 거리인데 이런 간식 + 설탕물인 믹스드후르츠 주스를 노나준다. 

동남아에 왔다가 피자에서도 고수향이 나서 아무것도 못 먹었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들었는데

이 스낵을 먹으니 그게 무슨 뜻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는 고수를 씹어먹는 친구와 함께 다니다보니 깻잎..까지는 아니지만 점점 익숙해져가는 향이다. 

Sliver of last sunlight of the day! 

해질녘에 끄라비에 도착했다. 끄라비 인터내셔널 에어포트라지만 보이는 건물 한동이 전부다. 


내렸더니 유심칩 판매스탠드는 다 철수했고

아오낭시내까지 가는 퍼블릭택시 600바트 티켓을 구매한 후 

출국장에서 택시택시! 거리는 알 수 없는 사람들을 뿌리치고 밖으로 나왔다. 

내가 생각하는 택시의 모양은 위에 TAXI라고 쓰여있는 승용차인데 그런 택시는 전혀 보이질 않네? 

내가 티켓을 들고 당황하여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또 어떤 아저씨가 다가와 택시택시~한다.

 

유니폼도 안입고...아무것도 알 수가 없어서 노~ 아임루킹포 택시 하니까 자기가 택시기사 맞단다. 

알고보니 끄라비는 모든 택시or이동수단이 스타렉스같은 밴이었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놓이지 않아 밤길을 달리는 밴 안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내 핸드폰으로 적의 정수리를 내려치고 안전벨트를 끌르고 벗과 함께 탈출할테다라고 마음 먹으며 숙소까지 왔다. 


사와디카~와 함께 건네받은 리조트 웰컴드링크. BUTTERFLY PEA FLOWER TEA! 

달달하고 시원하고 청량한 이 맛에 반해 매일 아침 조식코너에서 한 잔씩 시원하게 들이켰다.  


내가 묵은 반사이나이 리조트는 30여개의 독채로 이루어진 아늑한 숙소고, 

아오낭시내에서는 툭툭으로 한 5분 정도 떨어져있다. 

조용하고 깔끔하다. 

우린 주중을 이용한 미니 비수기에 온지라 

가족단위 여행객은 거의 없어 (= no kids. yay!) 평화로운 조식과 평화로운 풀사이드 휴식을 즐길 수 있었다. 


이 포스팅을 올리면서 생각해보니 트윈베드도 아니고 킹사이즈 베드를 쓰면서 

이불싸움도 없었고 코골이도 없었고 이갈이도 없이

굉장히 편안하게 서로 숙면을 취한 것 같다...는 내 착각일까?  


난 리조트의 이런 친환경적인 패키징이 정말 좋다. 

도마뱀도 주의하라고 했는데 우리가 묵은 코티지에서는 못 봤다. 

예전에 묵었던 나트랑 아나만다라에서는 밤에 귀가해서 불을 팟 켜면 

티비 뒤 열기를 즐기던 겍코가 후다닥 천장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ㅋㅋㅋ 


대충 옷을 갈아입고 정기적으로 출발하는 툭툭을 타고 아오낭 시내로 향했다.

5분 정도 걸었는데 땀이 비오듯 흐른다. 여긴 모두가 땀을 비오듯 흘리니 이상하지도 않다. 


아직 어디 무엇이 있는지 모르니 정처없이 해변가를 걷다가 

배도 고프니 아무 데나 들어가자고 하며 열심히 호객행위하는 아재를 따라 

la casa italian 레스토랑을 들어갔다. (??????) 


참으로 이상한 곳이었다. 

간판은 이탈리안이고 화덕까지 갖춰져 있으나 메뉴는 타이퀴진인 주인과 알바생들이 인도인인 곳.

맛은 뭐. 배도 고프니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  


고양아 너도 덥지. 


편의점에서 유심칩을 사고

그 다음날 떠날 정글투어와 홍섬투어를 소비자권장가격에서 50%를 깎아 예약하고 (진짜 뿌듯) 

또 길가다 호객행위에 넘어가 발마사지를 1시간 받고 

20분 정도 걸어걸어 숙소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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