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만멕 궁전.
어제보다 날씨가 조금 쌍큼! 바람이 선선.
태국의..겨울은.........................좋구나.

여기는 가이드 투어만 허용되고 개인출입금지. 
언어를 들어보아 덴마크인으로 사료되는 가족, 기타등등 사람들과 투어 시작.
덴마크인 딸 둘은 정말 누가봐도 북유럽인! 금발파란눈새하얀피부인데 느무 도도해...
눈빛이 너무 무서워서 사람도 죽이겠어.


사원/왕궁 내에서는 반바지를 입으면 안 된다. 그런데 치마는 되는 이상한 논리.
보자기를 두르니 금세 현지 가이드인 포스



쓸데없이 대문잡고 _-


throne hall 가는 길에 본 방콕으로 수학여행 온 태국 아이들 >_< 아이고 예뻐라







내가 방콕에 사흘동안 있었던 중 본 가장 예쁜 건물! ! !
사람들이 위만멕 궁전만 보고 그냥 가는 듯, 사람들이 많지 않았는데 저택이 너무 예뻐서 가면 좋을 듯하다.

그리고 가이드북에도 나와있는 식당에 갔다.
어딘지 기억이 안나.....
멍충이
태국 전문가 샤무만 졸졸 따라다녔다.
샤무가 조심스레 똠양꿍은 시키지마 숨숨아..라고 했지만 그래도 태국에 왔으니 먹겠다며 시켰는데
나왔는데
한 입 떠먹어봤는데



네 이놈
똠양꿍
이런 맛으로 사람 농락하지뫄!


다른 맛있는 음식들로 놀란 위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여기는 오디지?
갔는데 왜 기억을 못해.....
크다란 백화점.
서울보다 방콕이 훨씬 크단 느낌이 들었다.
정확한 면적은 모르겠다만! 쇼핑몰만큼은 널찍하고 쾌적하다.  


여름 크리스마스.
캐롤 그만 틀어...사방팔방에브리웨어캐롤.....눈이 안 오니 어째 트리와 캐롤로 분위기 내보겠다고.........

부츠에서 정신놓고 쇼핑하다가 정신줄 되찾고
어제와 같은 곳에 맛사지 받으러 갔다.
맛사지사가 복불복이라더니 오늘은 조금 시원찮았으나
내 만성질병 요통을 치유해주셨다. >_<



쏨분 씨푸드.
푸팟뽕가리. 너무 맛있어서 열심히 먹다가 이게 상당히 느끼한 음식이란걸 깨달았다.
샤무와 나 모두 속이 더부룩해져서 이대로는 숙소로 못 돌아가겠다 싶어 좀 걷다가 들어갔다.

4층짜리 건물이었나?
우리가 있는 층에 우리 말고도 옆 테이블에 한국인 남자분 두 명이 있었다.
우리는 요리 두 개 시키고 배불러서 죽을 지경인데 이 분들은 테이블 모자라서 옆에도 놓고 드시더라.
대단해...나도 위가 좀 커봤으면.

그리고 조금 뒤 이 층에 한국인이 네명이나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도착한 한국인 아저씨 단체 여행객들은
이상한 음담패설식 이야기를 늘어놓아 정말 민망해서 죽는 줄 알았음

 
 LUB D 라운지 풍경♥
투피엠 노래 나오길래 막 손짓발짓 어설프게 춤 따라했더니 임슬옹 닮은 직원이 너무 좋아하더라...
한류열풍으로 하나되는 우리



싱하 맥주 맛있어서 너무 마셨어........





19일

분명히 우리는 짜뚜짝 주말 시장을 갔는데! 남긴 사진이 없다.
쇼핑하느라 정신 팔려서 사진 찍을 생각은 하지도 않은 게지.

엄마 도와주러 나온 아주 기특한 꼬마가 커피를 주는 노점상에서 무지무지 달고 맛있는 연유 커피를 쭉 들이키고 쇼핑시작!
갤러리에서 목판에 그린 꽃그림도 사고 싶었는데 우리는 budget traveller인 관계로 다음을 기약.
갤러리 직원의 벨소리가 샤이니의 링딩동었다.
어디서 낯익은 노래가 들리는데 깜짝 놀랬어.

조그맣게 가게를 차린 태국 디자이너의 파우치를 사고 샤무는 거기서 랩탑 가방을 사고,
향초도 사고, 악세서리도 사고. 샤무가 20일이 내 생일이라며 내가 골라놓은 반지 귀걸이를 내가 모르는 새 결제해버렸다. 
이 녀석!!!!! 고마워....♡




여길 지나가는 태국인들은 길을 가다가도 살짝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한다. 신기해.
태국어는 정말 기억이 안 난다. 이 곳 이름도 분명히 시도때도 없이 듣고 보았는데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불교국가 태국 도심에 있는 작은 힌두교 사원.


한국의 가로수길쯤 되는 통로로 갔다.
더운 날씨였지만 우리는 꿋꿋하게 열심히 열정적으로 쇼핑을 해야하니까.
사실 그릇 가게 하나 가려고 이 고생을 했다.
지도 못 보는 나 때문에 샤무 또 고생.




통로에서 걷다가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들어간 카페.
유리잔으로 만든 샹들리에가 너무 예뻤다.
태국인들은 원색을 좋아하는가 보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예쁘다.


20일 아침
맘씨 좋은 택시기사 아저씨 덕에 새벽에 커피를 마시지 않은 상태임에도 기분 좋게 공항 도착.
아침 일곱시에도 수완나폼 공항 카운터는 북적였다.
멀미를 피하기 위해 요깃거리 조차 피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타이거우즈가 액센츄어 광고에서도 내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있는 배고픈 나.







여긴 북극이다!!!!!!


...는 뻥이고
비행기에서 바라본 구름밭.
이 빽빽한 구름밭이 침침한 북유럽 날씨의 주범이다
망할놈들 이 밝은 태양을 너네만 즐기고 있었다니  



17


포르투갈 여행 때처럼 새벽 비행기는 아니라 나름 느긋하게 출발.

이상하게 여기서 여행 갈 때는 인천공항 갈 때만큼 설레지 않다.

인천공항만큼 맵시폭풍인 공항이 아니라 그런 것 같암

 

핀에어 AY(번호까먹음) 헬싱키행 탑승!

허접한 아침/간식을 주길래 낼름 받아 먹었다가 반도 안 먹고 남김.

구름 위로 올라오니 눈 쌓인 벌판마냥 구름이 빽빽하게 운집해 있다.

이 자식들. 네 놈들이 침울한 북유럽 날씨의 주범이었군.

해를 제대로 가렸다.

 


1시간 뒤 하늘 위에서 바라본 핀란드 풍경은 덴마크의 그것과 확실히 달랐다.

높이 솟아오른 침엽수림, 넓디 넓은 호수들!

내려서 615번 버스 탑승.

헬싱키 시내로 가는 길은 좀 실망스러웠다.

특색 없는 시가지.

시내 중심부로 가면 좀 달라지려나 싶었는데 중앙역에 내려서 빙 둘러보아도

별반 다를 게 없다.

-_-

 

마띠네 집에 가기 위해 Kamppi 버스터미널로 갔다.

가서 또 버스를 타고 씽씽.

고속도로를 달리고 섬을 건너니까 상당히 멀리 가는 기분이었는데,

15분 정도 달리니까 마띠가 말한 자기 집 근처 쇼핑몰이 눈에 들어온다.

정류장에서 마띠 만남!!

이렇게 만나니 너무 반가웠다.

내 버디도 아니었는데 여기저기 친구를 잘 심어놓았다……ㅋㅋㅋㅋㅋㅋㅋ



마띠가 사는 곳은 Espoo라고, 분당처럼 헬싱키랑 맞닿아 있는 도시다.

토요일 저녁이라 헬싱키 시내로 나가면 술 취한 인간들이 많다며,

바로 집 옆에 있는 쇼핑몰 지하 슈퍼에 가서 저녁거리를 샀다.

쇼핑몰이 미국 쇼핑몰 스타일로 거대했다.

몰 지하에 슈퍼가 있는데, 이마트 지하 식품 코너 한 두 배 사이즈?

땅덩어리가 넓으니 층을 쌓아올리는 대신 그냥 냅다 넓혀서 지었나보다.
 



마띠가 나 먹으라고 licorice를 샀다……..결국 먹었다…….샹 정말 싫어 이 맛

코펜하겐 대학 오리엔테이션 때도 멋 모르고 집어 먹었다가

혀 끝에 남아있는 맛 없애려고 열심히 맥주를 들이켰더랬지. 

우리나라 김치나 프랑스 치즈가 이 정도로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일 듯?

악악악악


고기 손질에 엄청난 열의를 보이고 있는 마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채를 볶고 고기를 익혀 오븐에 한시간을 넘게 구워 roast beef 완성.

주중에는 일하러 가니까 이렇게 요리 할 시간이 없고, 주말엔 요리해 먹는단다.

 

핀란드인 집에는 사우나가 있나요?

네 있습니다!



샤워실 옆에 바로 떡하니 있는 사우나.

난 사우나를 별로 안 좋아해서 우와-하고 말았는데

사우나 정말 좋아하는 사람 e.g. 엄마가 보면 살고 싶어할 집이 아닐까.

 




18

 

일요일 아침 일찍 헬싱키 시내로 나갔다.

중앙역 티켓 오피스가 일요일에도 열었길래

로바니에미에 갈 때 쓸 핀레일패스를 사고 야간열차도 예약했다.

중요한 일을 끝내서 후련했다.

 




지도 한 장 주머니에 찔러 넣고 무작정 걸어 다녔다.

다니다보니 헬싱키 대성당이 나와서 열심히 계단에 올라가서 광장도 내려다보고




좀 더 가다 보니 러시아 정교 교회 우스펜스키 사원도 보였다.

너무 언덕에 있어서 귀찮아서 안 올라갔다.  

 



살짝 얼은 바다



할 게 없어서 일단 수오멘린나 섬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 어쩌고저쩌고

러시아 스웨덴 등 외세의 침범에 맞선 요새가 있어서 블라블라

우리나라 강화도 요새랑 비교하면 얼추 들어맞으려나?

네다섯개의 섬이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곳이다.




수오멘린나 가는 페리.
핀란드는 스웨덴어를 공용언어로 사용한다.
근데 수오멘린나가 스베아보르라니. 원어와 너무 다르잖아?

여러분들은 우측 하단 제복입은 사내들을 주목합니다.
덴마크 국방부는 촌스러운 야광 카무플라주 군복 대신 핀란드 군복 같은 맵시폭풍 제복을 지급하라 지급하라
훈남들에게는 훈남다운 옷을 입히라 입히라










수오멘린나의 바람은 코펜하겐 뺨치게 세차다.

굴하지 않고 돌아다녔다.

이런 날에도 관광객은 여전히 많았다.

대포 카메라를 든 외국인 아저씨가 아무도 안 가는 곳에

들어갔다 나왔다 이리저리 돌아다니길래

그 아저씨 가는 곳으로 따라가면서 그 아저씨가 찍은 곳에서 사진 찍고 ㅋㅋㅋㅋㅋ

하지만 내 카메라는 있는 그대로를 담아낼 뿐................그림같은 풍경 따위 없음 허허허ㅓ ㅓㅓ 




여기 저기 구경하면서 놀다 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Café Esplanade라는 좋은 카페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먹었는데

마지막에 먹은 티라미수가 장난 아니게 느글느글거려 토하는 줄 알았다.

헬싱키는 코펜하겐보다 해가 조금 더 빨리 넘어가는 것 같다.

해 지면 내 귀소본능은 더 강하게 발동하기 때문에 숙소로 귀가.

속이 너무 안 좋아서 버스 타기 전에 찬바람 쐬며 빙글빙글 돌아다님.

 




19



Major flaw in my itinerary!!

애초에 itinerary가 있지도 않았다만-_-

알고 보니 모든 미술관 박물관은 월요일에 휴관이었다.

일요일인 어제 미술관에 가고 오늘 수오멘린나 섬에 갔어야 했다. 갓댐잇! 

마띠는 아침 일찍 출근해서 나랑 놀아 줄 사람도 없고!!! 늦잠 자서 일어나보니 마띠는 이미 가고 없었다.



집에 쳐박혀있기도 뭐하고 일단 시내에 놀러 나가야겠다 싶었다.

그리고 오늘의 목표는 탈린행 페리 예약으로 정했다. 정말 거창한 목표다.

실야라인 티켓 오피스를 찾아 이리저리 헤메었다.



지도를 너무 못 읽어서 큰일이다.

핀란드는 스웨덴어를 공용으로 쓰기 때문에 스웨덴어로 지명이 표기가 되어있는데,

그래서 맨처음에 멋모르고 스웨덴어 도로 이름 읽고 다니다가

1) 지도 상에 나와 있는 이름은 이 이름이 아니다,

2) 왜 덴마크어랑 비슷하지?

이상하다 싶어 정신차리고 핀란드어 도로 이름을 따라다녔다.


어떨 때는 스웨덴어 공용 표기가 큰 도움이 되었다.

어줍잖게 덴마크어 주워들은 덕분에 비슷한 단어는 대충 유추해서 알 수 있었다.

 

실야라인 오피스 가서 탈린 행 페리를 예약했다.

핀레일패스가 있어서 50%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행복해. ㅋㅋㅋ

이리저리 구경 다니다가 해가 슬슬 지고 마띠가 퇴근해서 집에 와있겠다 싶을 때 집으로 갔다.


핀란드인들은 덴마크인에 비해 좀 통통한 편인 것 같다.

자전거의 힘인가.

훈남훈녀 비율도 적은 편이고.

이건 마띠가 자기 입으로 그랬다.

뷰티풀 대니쉬 걸즈라며이건 전세계가 인정한듯. 덴마크 훈녀들은 영원히 덴마크 안에만 머물길

 


집에 와서 초인종을 누르는데 한참이 지나도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마띠가 아직 직장에서 안 돌아왔나 싶어 쇼핑몰 구경하며 시간을 때울까하는 참에 문이 열린다.


텔레비전 안테나를 숨기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

마띠네 집에는 커다란 맥이 있어서 거기에 티비 안테나를 연결해서 보는데,

핀란드에서는 티비가 있으면 국영채널 때문인지 매달인가 매년 꽤 많은 돈을 내야 한단다. 

종종 불심검문 차원에서 tv inspector가 나오는데내가 검사하러 나온 사람인줄 알고 안테나를 숨기느라 시간이 걸렸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핀란드인들은 침묵을 어색해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마띠도 그렇다.  
할 말 없으면 그냥 가만히 있길래 나도 가만히 있었다.



! 어쩌다가 한국에서 체육교실 코치를 하는 스웨덴 친구 얘기가 나오면서,

한국에서는 농구하면 키 큰다는 걸 정말 믿느냐, 어떤 코리안 닥터가 지어낸 말이냐 어쩌고저쩌고

닥쳐. 까도 내가 깐다.

ㅋㅋㅋㅋㅋㅋㅋ






 

 

탈린행 10시반 페리를 타러 가야 한다.

출근하려고 나보다 먼저 집을 나서는 마띠한테 인사를 하면서

누가 집주인이고 누가 여행자인지 모르겠는요상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ㅋㅋㅋ

 

서쪽 터미널로 가서 체크인을 하고 거대한 크루즈에 탑승.

배 이름이 슈퍼스타다.

이름 한 번 거하게 유치찬란하다.



배 안에는 레스토랑도 있고 쇼핑몰도 있었다. 다 부질없숴





잠깐 데크로 나가서 발트해를 바라보는데, 오지게 추워서 금방 들어왔다.

어쩐지 데크에 아무도 없다했어.ㅋㅋ...

 

터미널에 내려서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또 지도 한 장 받아 들고

유스호스텔 찾아나섰다.

지도 읽는 실력은 여전히 늘지 않았다.

조금만 헷갈리면 방향감각 상실.


탈린 날씨는 헬싱키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내가 묵는 Oldhouse Hostel에 짐을 풀고 탈린 구시가지 탐험에 나섰다.

굳이 1박 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약 세네시간을 여유롭게 걸어 다니면 웬만한 구석구석은 다 본 셈이다.



시청사 건물이 코펜하겐 시청사 건물과 비슷한 모양이다. 오호. 
 





탈린 구시가지는 중세 모습 그대로를 느낄 수 있었다.


어디선가 흑마를 탄 멜 깁슨or클라이브 오웬st. 갑옷 입은 기사가

영주한테 급한 서신을 전달하기 위해 흙탕물을 튀기며

노새를 끌고 가는 농노 및 동네 사람들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면서 달리고

슈렉이 동네 사람들을 놀래 키려고 숲에서 엉금엉금 기어 나오고 

동네 한 켠 주점에서는 호빗이랑 간달프가 술을 마시고 뛰노는,

실존 인물, 역사적인 사실 및 흐름과는 전혀 관계없는 상상을 하였다.

 

마띠가 추천해준 구시가지 중심에 Olde Hansa라는 유명한 중세 음식점
....옆 Peppersack이라는 곳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몰라. 여기가 더 끌렸다.



메뉴도 중세st

조명도 중세st.



여기도 중세음식점이다.

인테리어도 중세, 서버들도 중세 복장, 음악은 뭔가 뉴에이지-_-였다.

아주 음침하고 촛불로만 조명을 밝히고

테이블도 테이블보도 의자도 투박하고 단순하다.

수프나 음식 모두 맛이 좋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맛있었던 건 HONEYBEER!



Oh            Oh

HONEYBEER

Oh            Oh

 

해리포터에 나온 버터비어가 아니고 허니비어다!

겉으로 보면 그냥 맥주인데, 맛을 보면 달콤하다.

달콤한 맥주가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상당히 달아서, 벌컥벌컥 마시기보다는 음식 중간중간에 홀짝.

 

애피타이저에 메인 요리에 허니비어까지 마셨는데 17유로 밖에 나오지 않았다.

덴마크에서도 핀란드에서도 불가능한 일이 에스토니아에서는 가능하다.

저녁을 먹고 나왔지만, 해는 이미 졌지만, 시간은 그래봤자 다섯시-_-

 








엄마 줄 냉장고 자석을 사고 성벽을 따라 빙 둘러 보았다.

분명히 해가 졌는데, 하늘은 칠흑 같은 어둠이 아니라 검푸르스름한 빛을 띤다.

슈퍼 구경 + 과일 구입을 하기 위해 슈퍼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헬싱키에 비해 물가가 너무 싸다.

에스토니아의 화폐 단위는 Kroon인데, 1유로가 15크룬이다.

나는 약 55크룬, 그러니까 4유로가 좀 안 되는 돈으로 , , 요구르트, gin 한 병까지 살 수 있었다.

슈퍼에서 계산하는 여자애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하긴 오늘 하루종일 돌아다니는데 아시안은 코빼기도 안 보였으니...


호스텔로 돌아와서 Common room에 가니

무뚝뚝한 에스토니아 남자애가 앉아있다.

나 체크인을 도와준 호스텔 스탭 남친인가보다.

전반적으로 에스토니아 사람들은 환상적으로 무뚝뚝했다.



.  

맛있는 gin을 마시면서 인터넷을 하는데 한글이 안 읽힌다. -_-



인터넷이 깔려 있으면 뭐하누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Common room에 돌아와서 오바마 취임식 CNN 생중계를 봤다.

중계하는데 앵커가 여기 저기 한 일곱 명은 동원된 것 같았다.

앤더슨 쿠퍼 밖에 모르겠숴……………………섹시한 앤더슨 쿠퍼……

Chief Justice Oath 버벅거린 거 갖고 어지간히 뭐라고 해라 거참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지.

Split verb인지 뭐시긴지. (기사 링크: http://www.nytimes.com/2009/01/22/opinion/22pinker.html?_r=1&emc=eta1)

덕분에 문법 공부 recap해서 좋긴 좋다만.

 

내 눈에 들어온 건 미셸 오바마의 연두색 가죽장갑.

미셸 오바마는 앞으로 자기 직장은 그만두는 건가? 그걸 모르겠네.

남편만큼 능력 있는 아내인데 영부인이라는 이유로 내조만 하는 건 재능의 낭비다.

 


샤워하고 방에 들어가니 나머지 침대 네 개도
모두 짐이 올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오늘 이 호스텔 손님은 죄다 이 방으로 쳐넣은듯-_-

신발과 옷으로 보아하니 죄다 남자다.

난 내일 다시 헬싱키로 돌아가는 새벽 페리를 타야 하는 관계로 일단 쿨쿨쿨



탈린 구시가지의 길 이름들이 너무 단순 간결해서 신기해서 찍었다. 
 



 이걸 본 순간 내 머릿속에 먼저 떠오른 건 베르디의 아이다가 아니라
경상도 사투리 아이다.




피크와 톨리--만화주인공 이름으로 삼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이름이다.






21

 

일찍 일어나야한다는 압박감 때문인지 새벽에 한 다섯 번은 깬 것 같다.

벌떡 깨서 시계 보면 12시 반. 3. 3시 20. 4. 5시 45

 




시간 맞춰 일어나 터미널로 향하는 데 밤 사이 폭설이 내렸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을 걷는데, 보통 때였음 유치하게 이리저리 밟고 뛰어다녔을 테지만

짐꾸러미 들고 옷은 다섯 겹 껴입어 뒤뚱뒤뚱 힘겹게 걷고 있자니 그닥 신나지 않았다.

 

어둡고 텅 빈 새벽녘 탈린 거리를 걷는데

동유럽 남자 두 명이 나보고 헬싱키행 페리 타는 터미널이 어디냐고 묻는다.

 


순간 경계했다.

길에는 아무도 없고!!

나는 얼마 전에 본 영화 Taken이 생각났을 뿐이고!!

우리 아빠는 전직 CIA 요원이 아니라서 납치되면 난 그냥 뿅하고 사라질테고!


하지만 이 애들은 그냥 길치였다

나도 터미널로 간다니까 나를 쭐래쭐래 따라오더니

어느 순간 뒤를 봤더니 다른 길로 갔는지 사라졌다. 

 

이번에는 배 내부 구경하기 귀찮아서 짐도 안 맡기고

카페테리아에서 이것저것 아침거리를 사서 에스토니아 돈을 처리하고

그냥 죽치고 앉아 책을 읽었다.

J D Salinger Franny and Zooey를 읽는데,

Franny 파트는 재밌게 읽었으나 Zooey 파트로 가면서 

무식한 나로서는 도대체 이 책이 뭘 말하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종교적인 책인 줄 나는 몰랐네 정말 몰랐네                                        


 

바다를 가르면서 일출을 볼 수 있겠지 싶었으나

나는 잊고 있었다. 내가 북유럽에 있다는 사실을........

구름이 모두 걷히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은 관계로,

나는 어두컴컴한 밤바다가 약간 푸르딩딩한 하늘로 바뀌는 광경만 볼 수 있었다.  

 



헬싱키에도 눈이 많이 내렸다.


유진이가 있는 Jyväskylä로 향하기 전 여행책자에 나와 있는

일본 식료품 가게를 찾아가 컵라면을 사기로 했다.

이걸 사서 로바니에미에 들고 가서 호텔에 포트를 달라고 부탁해서

컵라면을 끓여 먹음으로써 식비를 조금이나마 아끼겠다는 똘똘한 아이디어!



가는 길에 발견한 동상. 
왼쪽의 저것은 인간인가 고릴라인가?  

눈에 파묻혀서 알 수가 없다.
누가 알아내면 저한테 좀 알려주세요.

그러나 애써 찾아간 일본 식료품 가게는 경제가 침체되어서인지 (내 추측일 뿐)
문이 닫혀있고
문에는 핀란드어로 샬라샬라 써 있는데 무슨 뜻인지 알 턱이 없지.

나름 똑똑한 계획 수포로 돌아가다.

 


그 가게 찾는다고 돌아다니다가 배만 더 고파져서
역으로 돌아가 샌드위치에 커피 사 먹었다.

 


이위베스퀼레로 출발!

가는 길에 침엽수림과 눈에 덮여 호수인지 알 턱이 없지만 얼음낚시 중인 사람들로 보아 호수임이 분명한

풍경을 지나치면서 내가 정말 핀란드에 와 있다는 걸 느꼈다. Hyvä!!

 


이위베스퀼레 역에 도착하니 유진이가 친히 마중 나와있었다.

유진이가 자기 살쪘다고 어쩌고저쩌고하더니

오히려 맑은 핀란드 공기 마셔서 그런지 예뻐졌다. 짜식. ㅋㅋㅋㅋㅋㅋㅋ 




유진이가 동네 구경 도서관 구경도 시켜줬다.


버디 시절 계속 들어보았던 이위베스퀼레에 내가 오게 될 줄이야!

참 나. 2005년 가을 라우리랑 마띠가 왔을 때
도대체 쟤네 대학이름 발음은 들어도 들어도 따라하기 어렵다며 갸우뚱했던 기억이 난다.

여기 오니 헬싱키에 비해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았다.

신호도 없고 자전거 도로도 없고 아무렇게나 눈밭에서 타는 게 더 편해 보였다.


약 세네 시간 유진이와 동네 구경하고 시간 때우고,

어느새 헤어져야 할 시간!

작별 인사하는데 괜히 찡했다. 유진아 한국에서 보아 <3



 



탐페레에서 한 시간을 보낸 뒤 로바니에미 행 야간열차로 갈아탔다.

탐페레도 구경하면 좋았겠지만 짐을 낑낑 들고 밤거리를 돌아다닐 여력이 없었다.

탐페레: 이름이 너무 예쁘다.

핀란드 사람들은 땀페레-에 가깝게 발음하고 살짝 끝을 내리는데,

그 억양이 이유 없이 너무 맘에 든다.


 

로바니에미 행 야간열차는 악몽 그 자체였다.

! ! ! !!!!!!!!!!!!!!!!!!

여기서 얻은 교훈: 쓸데없는 데 돈 아끼지 말자.

야간열차 예약할 때 돈 아낀답시고 침대칸 대신 그냥 좌석으로 예약했었다.

처음 탔을 때는 다 괜찮았다.

뒤로 눕힐 수 있는 좌석이고, 의자도 널찍하고, 사람들도 별로 없고.

양치질도 하고 신발도 벗고 파카를 이불 삼아 덮고 눈을 꼭 감고 잘 준비를 했다.


...
나는 야간열차면 좌석 칸도 불을 꺼줄 줄 알았다.

이게 웬걸.

대낮처럼 형광등을 쨍하게 켜놓은 채로 기차는 내내 그렇게 달렸다.

철도가 고르지 못한 건지 기차가 낡아서 그런 건지 차체가 심하게 덜컹거린다.

중간 역에서 몇 명이 타더니 맥주를 마시면서 웃고 떠들기 시작한다.

어떤 인간이 심하게 코를 골기 시작한다.

이렇게 덜컹거리는 기차 소리를 뚫고 칸 전체에 울려 퍼지는

코고는 소리는 내 23년 인생 살면서 처음이다. 코골이 수술 강력추천.

밝고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나 웬만해서 머리 눕힐 곳만 있으면 잘 자는데 이건 아니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지금 생각해도 울화통이 치밀어 올라 사방으로 하이킥을 날리고 싶은 심정. 






 


22일


아침에 로바니에미 역에 내리자마자 매표소로 달려가
헬싱키 행 야간열차 예약을 침대 칸으로 바꿨다.

로바니에미 시내로 가는 길은 역시 텅 비어 있었다.

과연 이 나라 사람들에게는 출근길 지옥이라는 게 존재할까? -_-

 


아침이라 체크인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에
스트레스가 머리 끝까지 쌓였다.

어쨌든 호텔로 들어가서 짐을 맡겨야겠다 싶어 들어가니 이게 웬걸! 체크인이 가능하단다.


방에 들어갔는데 매우 귀여운 사슴 인형이 침대 위에 놓여져 있다.

호텔이 참 센스 있는 기념품을 준비하였다고 생각하며

귀에 붙은 씨티호텔 태그 뒷면을 확인하는 순간
적혀 있는 가격 18유로 + 리셉션에서 구입 가능하다는 친절한 안내문. -_-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바로 곯아떨어졌다.

 

엄마 전화에 깨니까 오후 세시.

오전 아홉시든 오후 세시이든 여전히 어두운 걸 보니, 나 라플란드 온 거 맞구나.

 



저녁 먹으러 밖에 나갔다가 서브웨이 발견!

다른 거 다 필요 없어 서브웨이면 돼!!


샌드위치 사 들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티비 보면서 쉬었다.

CNN에서는 중국 멜라민 파동 관계자들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졌다는 기사가 연신 나왔다.

이리저리 채널 돌리는데 여기는 미국 프로그램을 참 많이 해준다.

KBS에서 CSI나 프렌즈 틀어주면 이상할 것 같은데...

 

 



 

23

 

눈을 떠보니 아홉시가 넘었다.

아침!!!

아침!!!!!!

아침 먹어야 한다!!!!

 

아침 부페에 연어가 있어서 쌩뚱맞았다. 쌩뚱맞아도 다 먹었다. 킄킄킄

 


체크아웃 후 짐을 맡기고 arctic circle로 데려다 줄 8번 버스를 기다렸다.

한 시간 간격으로 오는 버스라 시간이 많이 남아 시내를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녔다.

 




어디선가 시끄러운 마이크 소리가 들려 가보니
Arctic Lapland Rally 행사가 한참이다.

이쪽 대회 중에서는 상당히 큰 경주인가보다.

이 추운 날씨에 눈밭을 달리는 경주라...수고하슈.

 


마침내 도착한 8번 버스를 타고 산타마을로 향했다.

내가 가서 뭘 보겠다고 북극권으로 가는 건지-_-?

순간 의문이 들었다.

내 몸 속에 잠자고 있던 귀차니즘이 다시 꿈틀꿈틀.


북극권이다, 이건가.

근데 북극에 가면 뭐가 있다고 북극에 가는 거지?

아문센이 들으면 뭐시라! 하며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겠군.

어쨌든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으므로 간다!

어디 저 멀리 북극권 핵심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꼴랑 북극권 경계에 걸쳐져 있는 산타마을 보러 가면서 속으로 이렇게 궁시렁궁시렁.

 





산타마을 도착!


위를 가로지르는 선이 arctic circle 경계선이다.




산타를 만나기 위해 visitors card를 발급받고 들어가서 기다렸다.

방문자 카드를 주길래 정말 이거 뭐 접견하려면 공식절차를 거쳐야하나 싶었다.
이런 생각을 잠깐이나마 했다는 건 내가 아직 어린아이처럼 순수하다는 뜻? 호호호호ㅗ호호호호호홓


가는 길은 꽤 그럴싸하게 Santa
s workshop 모양새 나게 꾸며놓았다.

음향효과로 삐그덕삐그덕 톱니바퀴 소리도 나고!

유리판대기 깔아서 빙하바닥도 만들어놓고!



20
대 한국인 여성이 혼자 산타 보러 이런 유치한 통로를 지나려니

너무 웃겨서 혼자 허허허허하고 웃어버렸다.

내가 10년 전 산타클로스 믿던 시절  

엄마아빠 손잡고 왔었더라면 오우우우와했을텐데.

10년만 젊었어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산타는 미국인인가? 발음이 상당히 유창했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니 한국 어디에서 왔냐고 묻는다.

그냥 서울이라고 그랬더니, 강북 area냐 강남 area냐고 묻는다.

강남 쪽이라 그랬더니 교보 빌딩 근처냐 코엑스 근처냐고 묻는다.


산타 할아버지... 나라 관련 대사 치느라 어지간히 힘들 듯.

강북이라 그랬으면 명동이나 세종 문화 센터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중간에 사진도 한 방 찍는다.

이렇게 유치한 만남이 끝나고 방을 나오는 데 나도 모르는 새 내 손에는 20유로짜리

산타와 함께 찍은 대형 사진이 들려있었다..  한국가면 보여줄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산타클로스는 시장자본주의자인가? 산타는 돈에 환장한 놈이 분명하다.

그의 office는 물론이고 주변은 죄다 기념품 가게에 레스토랑이다.

동심을 짓밟는 할배 같으니라고.


 
이 곳에서 다시 한 번 서울의 무존재감을 느끼다.







산타를 만나고 카페에서 커피에 빵 조각을 먹고

산타클로스 우체국도 구경하고 기념품도 구경해도 시간이 안 지나간다.

로바니에미 시내에는 더더욱 할 게 없고.

 

조금만 벗어나니 숲이 빽뺵하게 펼쳐져 있길래 숲 속 탐험에 나섰다.




눈이 많이 와 발이 푹푹 빠진다.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호수고 어디가 풀밭이었는지 알 길이 없다.

내가 길을 만들었다. 음하하.





어느 정도 걸어 들어가니 적막한 숲 속에 나 혼자 뿐이었다.

중간에 호수와 오두막집이 나타났다면 Los Amantes del Círculo Polar의 한 장면 같았을 텐데!

그러고 보니 이 영화, 로바니에미와 이 근교에서 촬영했다고 들었다.



너무 깊이 들어가면 또 방향감각 상실할까봐 잽싸게 산타마을 쪽으로 되돌아갔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 발자국 되돌아가면 되는 건데, 그냥 그 적막함이 무서웠던 것 같다.



 

버스를 타고 로바니에미로 되돌아 와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헬싱키 행 야간열차를 타러 기차역으로 향했다.

 

...이렇게 두 줄로 압축될 수 있는 시간이라니 참 허무하다.

기차 타기 전까지 심심해 죽는 줄 알았다.

너무 할 일이 없는 거다!

그닥 특징 없는 시내 중심가는 10분이면 다 둘러 보고,

책도 다 읽고 내 주변에 있는 온갖 활자란 활자는 다 읽었는데도 시간이 좀처럼 가지 않았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을 할 수도 없고 이거 원 참.

 


로바니에미도 그렇고 헬싱키도 그렇고,

핀란드에 있는 내내 일본인 관광객들을 참 많이 보았다.

중국인 관광객은 인구로 따져보았을 때 전세계 어디서든 볼 확률이 높지만

핀란드에서 일본인이라...?

핀란드 철도 사이트에 일본어 페이지가 따로 있는 걸 보아하니 핀란드랑 일본이랑 좀 친한가 보다.

 


밍크 시체를 주렁주렁 매단 러시아 할머니들 단체 관광객들과 함께
야간열차 마침내 탑승!

진작에 침대칸으로 탈 걸 그랬다.

매표소 아저씨가 2층 침대로 예약해줘서 더 널찍하고 좋았다.



아래칸에는 탐페레로 가는 핀란드인 할머니가 탔다.

Conductor와 이야기를 하는데 탐페레 어쩌고 저쩌고하면서아저씨가 할머니 침대 옆에 알람시계 맞춰주는걸 보고

눈치로 탐페레에서 내린다는 걸 알았다.

 



식당칸에 가서 gin 한 잔을 마시고 싶은 욕구를 누르고
푹 잘 잤다.





 

핀란드에서의 마지막 날!

개운하게 일어나 8 37 중앙역에 도착.


락커에 짐을 넣어두고 마켓 광장에 갔다가 그 규모에 실망하고


내가 라플란드에 다녀온 사이 헬싱키 대성당 앞 계단을 뒤덮어버린 눈에 놀랐다.

선진국답게 눈이 오면 째깍째깍 치울 줄 알았는데,
여기는 눈이 한 번 오면 엄청나게 오니까 그냥 치울 의지를 상실하나보다.
차도고 보행자 도로고 할 거 없이 질퍽질퍽.



근처 카페에 가서 커피와 크ㅎ와상을 먹고 마지막 헬싱키 탐험에 나섰다.



아무리 볼 거 없는 도시라고 해도 맘만 먹으면 볼 게 생긴다.

오늘은 가기 전에 못 본 미술관 박물관 교회 등을 구경하기로 했다.



시내 중심에 멋지게 자리한 아테네움 박물관. 
세계 최초로 여성 참정권이 주어진 나라답게 여성 예술가들의 작품활동도 활발. 
특별 전시회로 일본 초기 사진 작가들의 흑백사진 전시회가 있었다. 



좀 멋있는 국회의사당. 청렴도 1위.
남녀 평등에 청렴한 정치인에 똑똑한 국민들에...도대체 못난게 없는 좀 부러운 핀란드. 
20세기 초까지 외침에 시달린 역사는 우리랑 상당히 비슷한데 우린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우리나라 국회의사당은 격투장인데 흑흑흑 

국회의사당에서 좀 더 걸어가보았다. 


조용한 헬싱키 동네를 지나가면 나타나는 암반-_- 
템펠리아우키오 교회다. 
지붕 위 아주 조그만 십자가 만이 교회임을 나타내준다. 



암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잘 살린 아름다운 내부. 
음악 감상하고 나왔다. 

키아스마 현대 미술관으로 갔다. 
주요 볼거리가 죄다 도보 10분 거리에 몰려 있는 헬싱키. 
키아스마에서는 현재 활발한 활동 중인 한중일 작가 작품들을 모은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다.


박준범 작가의 2006년 작 Occupation.
사람들이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나는 GS25가 반가워서 바라본다. 

tkarkrrlaqkq ajrrh tlvdj............................



요코 오노의 작품.  




키아스마 중앙에 커다랗게 걸린 작품은 서도호 작가의 것!!!
현대미술사 레포트로 서도호 작가의 전시회 감상문을 써냈었는데.....
하튼 엄청난 헛소리를 썼다는 것 밖에 기억이 안 남
그리고 나는 학점포기를 했다







마지막 날이라고 이것저것 사고 또 이것저것 먹느라
카드를 몇십번은 긁은 듯.

아라비아 무민 머그컵이랑 아리카 장식품 다 싹쓸이해오고 싶었다.

다음 달 카드값 빠지면 난 정말 파산!

난 유로화가 밉다! 코펜하겐 물가는 헬싱키의 새발의 피였다!




오자마자 일기 다 썼다
힘들어 죽겠다
오기로 다 썼다



23

 

 

새벽에 일어나 미리 싸놓은 짐을 후닥닥 챙겨 집을 나섰다.
새벽 공기를 마시며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_-
노레포트 역 근처 골목길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공항 행 메트로를 탔다.

새벽에 다들 조용히 가는데 크리스티안스하운역에서였나?
새벽 파티를 마친 청소년들이 술에 취해 메트로 안이 떠나가라 이야기를 나눈다.
모닝 커피도 못 마시고 졸려 죽겠는데 시끌시끌하니 너무 짜증이 났지만,
세상에서 제일 건드리기 싫은 사람들이 있다면 무모한 10대들.
가만히 있었다.




TAP Portugal
항공편을 타고 리스본으로!!
6시 50
비행기라 텅텅 빈 채로 떠날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좌석 거의 전체가 다 찼다.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한 대니쉬들이 많은가?
겨울엔 추우니까 어디 남부로 여행을 떠나볼까? 스페인? 모로코? 포르투갈? 그래 포르투갈 고고


배가 고파서 기내식을 주는데 기내식을 먹었다! 내가 기내식을 먹었다!!!
주는 커피도 넙죽 다 받아먹었는데 속이 멀쩡한걸 보면 어지간히 배고팠나 보다.



리스보아 공항에서 Aerobus를 타면 시내까지 2-30분이면 간다.

리스본의 아침은 여느 나라 아침과 별 반 다를 바 없었다.
막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내가 묵은 Travellers House Praca del Comercio 광장을 따라 이어지는 보행자 도로 바로 중간에 위치해 있다.


Praca del Comercio 광장에서 Rua Augusta로 이어지는 곳. 웅장한 아치!


트래블러스 하우스………이 곳은 감히 호스텔계의 릿츠칼튼이요 힐튼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짱짱짱.
대니쉬 표현을 빌리자면 정말 hyggeligt한 곳이다.
내 거실이 이랬으면 좋겠다.


친절한 스탭 클라우스가 여기저기 구경을 시켜줬다.



체크인을 마치고 트램 28번을 타고 알파마 지역으로 향했다.
Alfama
는 구시가지인데 가파른 언덕을 따라 오밀조밀 골목이 끝없이 이어진다.
원래 카스텔로에 올라가려면 중간에 내렸어야 했는데
트램 기사아저씨가 운전하는 거 구경하다가 거의 끝까지 가버렸다.
덕분에 동네 벼룩시장 구경 잘 했다.






통통배 같은 귀엽고 낡은 트램.





트램 타고 내려오다가 중간에 전망좋은 곳이 있길래 내려서 간식을 사먹었다.
덴마크 물가에 익숙해져 있다가 포르투갈에 오니 눈이 뒤집어진다.
 
엄청나게 맛있는 빵과 향 좋은 에스프레소를 엄청난 가격에 맛 볼 수 있는 곳이다.

오마이갓갓갓갓. 천국일세.

역시 사람은 잘 먹고 봐야돼.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빛,
딱 적당한 가을 날씨에 행복했다.
잎이 시들긴 했지만 야자수가 있는 풍경에 놀랐다. 야자수라니 야자수.

 


리스보아 카드 48시간 짜리를 구매했기에
카드 본전을 뽑기 위해서 열심히 트램을 애용했다.
트램 타고 시내 서쪽 벨렝 지구로 이동.



거대한 기념비 Padr
ão dos Descobrimentos도 보고





Mosteiro dos J
éronimos 들어가서 바스코 다 가마의 무덤도 보았다.
 생화가 올려져 있었다.






수도원 내부의 정교하고 아름다운 복도를 거닐었다.





하지만 내가 이것만 보려고 벨렝 지구까지 멀리멀리 왔겠냐고.
트램 타고 꾸벅꾸벅 졸면서 여기까지 왔겠냐고 내가.............아니지


!


목적은 단 하나= Past
éis de Bélem.
Past
éis de nata를 먹기 위해 내가 왔다 내가 왔다 다다다다다다다

여기 빠스테이쉬가 제일 맛있고 제일 유명하단다.


여기서 처음 나따를 맛보고,
그 뒤로 1주일 동안 디저트 샵만 보이면 들어가서 나따 내놓으라고 했는데
역시 이름값을 한다. 빠스테이쉬 드 벨렝의 나따가 최고였다.
달달한 나따와 씁쓸한 에스프레소의 환상적인 조화.

 




다시 시내로 돌아와서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서 시내 전경을 구경하고,



아무 생각 없이 거닐다가 메트로 역이 보이길래 메트로를 타보기로 했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크리스마스 트리 불 켜지는 거 보려고 parque 역까지 갔다.
지하철 역 표지판이 너무 작아서 지나치기 쉽다.
저 소심한 M..................


크리스마스 트리는...불 켜지기 전에는 그냥 세모뿔 철사 뭉치인데
노래에 따라 조명이 이리저리 바뀐다.
조금 촌시럽지만 크리스마스니까 다 용서해주겠다.

비디오를 찍어놓았으니 시간이 나면 올려야징.



시내 중심의 Rua Augusta를 따라 이렇게 조명을 켜놓았다.

또 거닐다가 메트로 역을 찾아서 숙소 근처로 돌아와 여행 책자에 소개된
채식 식당에서 배부르게 먹어보려고 했으나
크리스마스라 문을 닫았네? ^^^^^^샌드위치로 저녁 해결.


숙소로 돌아와서 엄마에게 장문의 이메일을 쓰고,
티비 룸에서 몇몇 아이들이 세븐을 보고 있길래 같이 봤다.
음 아무리 봐도 브래드 피트는 별로야...




 

24

아침에 일어났더니 맞은 편에 아시안 여자애가 있다.
마사라는 일본 여자인데 지금은 독일 담슈타트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그냥 이라고만 해서 회사원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담슈타트 어떤 씨어터에 속한 무용수였다!
씨어터 웹사이트에서 마사가 출연한 현대무용 작품 비디오도 보았다.

 


옆 방에는 한국인 주리언니가 있었다.
주리 언니 외에도 한국인들을 많이 만났는데,
코펜하겐에 있는 6개월 보다 포르투갈에 있는 1주일 동안
한국인을 더 많이 만난 듯한 기분. ㅋㅋㅋ

아침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둘은 오늘 벨렝 지구로 간다고 했다.
, 트래블러스 하우스에서는 직접 스크램블 에그와 토스트를 만들어서 갖다 준다.
갖다 준다!!!!!!!!ㅋㅋㅋㅋㅋㅋ호스텔계의 릿츠 칼튼이라니까.





아침 일찍 신트라로 향했다.
기차 타고 교외로 나가는 길에는 그닥 볼거리가 없었다.
주거지역이라 그런지 아파트가 많았다.


도착하자 마자 페나성에 가는 버스에 탔는데, 내가 너무 아침 일찍 왔나?
아저씨가 나만 태우고 바로 출발한다.

짜증나게 리스보아 카드는 적용이 안 된다. 나 이거 왜 샀니-_-



페나 성은 멀리서도 보일 만큼 산 꼭대기에 위치해 있었는데,
버스는 구불구불 대관령 뺨치는 가파른 길을 올라간다.
아저씨의 급커브 과속운전이 상당히 한국스러워서 정감있었다.

어느 정도 올라가니 숲이 울창하게 솟아 빛을 가려 버스 안이 어두컴컴해졌다.
중간에는 자전거로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보였는데 조금 안쓰러웠다.



전화로 어쩌고저쩌고 수다 떠는 매표소 아저씨 앞에서
한참을 뻘쭘하게 서있다가 표를 사고 성으로 입장.
아침 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하니 참 좋다.

그렇게 일찍 출발한 것도 아닌데 사람이 별로 없다. 난 부지런해 호호호호호호







페나 성은 1840년대에 독일 건축가에 의해 지어졌다고 한다.
정말 독특한 모습을 지닌 성인데, 키치하다는 표현 외에 딱히 설명할 길이 없다.
금색, 분홍색 삐죽삐죽 올라와있는 탑들과
포르투갈 특유의 azulejo가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으면서 공존한다.
내부는 포르투갈 왕족이 살던 모습 그대로를 보존해두었는데, 탐나는 가구와 물건들이 참 많았다.

포르투갈 왕족 사전엔 여백의 미가 없나보다.
벽은 무조건 사진과 그림들로 채워져 있고
각종 장식품들과 테이블 의자 등의 가구들이 다 하나씩 공간을 메워놓았다.


내부는 안타깝게도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방 앞에 팻말이 있었는데 모르고 카메라 꺼냈다가 직원이 노우 까메라!!!
이래서 완전 깜짝 놀랐다. 미안하다긔 몰랐긔

 




멀리 무어인의 성까지 있었는데, 난 까보 다 호까에 가고 싶어서 
입구로 돌아와 버스를 타고 신트라 역 앞 정류장에 도착했다.
열두시쯤 되었는데, 이제서야 신트라역에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와
내가 아침에 탔던 버스에 우르르 올라탄다. 다 어디서 뭐하다 이제 왔나염 

시간표를 보니 까보 다 호까 행 버스는 한 시간 뒤에서야 온다.
역 앞 까페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햇살을 맞으며 간단한 샌드위치와 에스프레소.


남쪽으로 내려오니 사람들에게서 좀 더 따뜻함이 느껴진다.
덴마크 사람들은 친절하고 정중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차가움이 느껴지고,
포르투갈 사람들은 뭐랄까, 좀 더 다가온다고 해야 하나?
한국인만큼의 정이 느껴지는 건 아니지만 좀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다.
내가 근데 왜 갑자기 이걸 쓰고 있지?
, 친절한 카페 주인이 생각나서 쓴다.





한 시간이 지나고 까보 다 호까 가는 버스가 왔다.
내 또래로 보이는 다른 관광객들 몇 명도 같이 탔다.
처음에는 바깥 풍경에 우우 아아아하고 보다가 이내 질렸다.


시골 마을 버스를 타고 이리저리 구불구불 가다가
질려서 미쳐 버릴 지경에 다다랐을 때 마침내 유럽의 최서단 까보 다 호까에 도착.



탁 트인 곶에는 등대 하나, 투어리스트 오피스 하나, 레스토랑 하나가 전부인데,
그것도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다 닫혀있다.
 



바다밖에 없당.



사람들은 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어느새 중국인 관광객 한 무리가 와서 호까 곶 전체가 북적인다. 
떠들면서 막 담 넘어서 절벽까지 내려가서 사진도 찍는다. -_-



큰 의미는 없지만나름 유럽 최서단에 왔는데 증명사진 없으면 좀 억울할 것 같아서,
같이 버스 타고 온 남자애 한 명이 옆에 지나가길래 부탁해서 나도 내 사진을 찍었다.



음...최서단에 왔다는 거 빼고는 할 게 없는 곳이었다.
금세 질려서 나는 다시 정류장으로 돌아가 버스를 기다렸다

뉘 집 개인지, 점박이 개 한 마리가 어슬렁 어슬렁 줄도 없이 돌아다닌다.
한 번 불러봤더니 정말 귀찮아하는게 눈에 보이는데,
그래도 어슬렁어슬렁 다가와서 내가 쓰다듬게 냅둔다.

이 멍멍이 정체는 무엇인가.-_-



개랑 놀고 있는데 그 사진 찍어준 애랑 걔 친구가 왔다.
나는 오지라퍼니까 말을 걸었다
둘 다 뭔가 펠레 마르티네즈를 연상시키는 잘생긴 얼굴이어서 
말 걸었다고는 말 못해. ㅋㅋㅋㅋㅋㅋㅋㅋ
브라질에서 왔단다.
그러고 보니 브라질 관광객들도 참 많은 것 같다.
한 명이랑 계속 얘기하는데, 얘가 갑자기 하는 말이-_- 자기 친구가 나한테 관심 있다고 그런다.
그걸 대놓고 얘기하니까 그 책 읽고 있던 애는 얼굴이 빨개지고-_-
 
뭐 이런 수줍고 귀여운 아이가 다 있지? ㅋㅋㅋ


얘네들은 더 멀리 있는 카스까이쉬 해변으로 간다고 했고, 나도 해변에 가고 싶었지만
굴벤키언 박물관에 가고 싶어서 빠이빠이했다.




신트라로 돌아와서 다시 시우 역으로 오는 기차를 타고 시내로 돌아왔다.
다시 메트로를 타고 굴벤키언까지 가는 길은 험난했다.
지도를 이렇게 못 읽을 줄이야.
방향 감각을 상실하여 반대로 올라가다가
한참 뒤에 반대 방향이었다는 걸 깨닫고 돌아가 겨우겨우 박물관을 찾았는데…………………
………
크리스마스 이브니까..……………………………….닫았다………샹


내가 카스까이쉬 해변을 포기하고 왔건만!!!!!해변에서 노을도 볼 수 있었을 텐데!!!!!
샹 굴벤키언 이 숑키야 크리스마스에만 닫으면 되지 이브에는 왜 닫는데 왜 왜 왜 말해봐 왜???????????????

제대로 헛탕쳤다.
리스보아 카드 가이드에는 크리스마스에만 닫는다고 써있었거늘.


Elavador Santa Jusca lighted up for the new year 

 


투덜투덜거리면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맥도날드 사먹었다.

포르투갈은 맥도날드도 싸구나. 세트메뉴 5유로.

유로화 환율 비싼 줄 모르고 덴마크 물가에 비하면 뭐든지 싸니까 햄볶아요..


맥도날드에서부터 나보고 무슨 사하라 버거가 맛있다며 말 걸던 흑인 할아버지를
숙소 돌아가는 길에 또 만났는데 하도 헛소리를 해서 짜증나 죽는 줄 알았음.

악수하고 헤어지려는데 손 잡고 안 놓는다. 아 식빵.......이상해-_-



돌아와서 마사와 주리 언니가 있길래 이야기를 나누다가
중국인 아이들이 합류했는데 시끄러워 돌아버리는 줄 알았음.


미국 영어, 중국어, 이탈리아어 = 세계 3대 시끄러운 언어.
죄다 태어날 때부터 성악을 배우나언어 자체가 너무 우렁차다.
영국 호주 쪽과 달리 미국 캐나다 애들도 그냥 언어 자체가 시끄럽다.


중국 여자애 한 명이 조낸 시끄럽게
자기가 한국어 일본어 불어 스페인어 할 줄 안다는데 개뿔이...
하나도 제대로 못하면서 옆 사람 붙잡고 아는 단어만 계속 말하고 앉아있다.
자기가 한국 드라마 많이 보는데
자막 없이도 알아들을 수 있다면서 계속 생각나는 단어를 나열한다.
구만해…….시끄러워서 자려고 들어갈 때 보니 일본 남자애가 붙잡혀 있다. ㅋㅋㅋㅋ




 

25

 




메리 크리스마스!

마사와 주리 언니와 함께 아침 일찍 카스텔로로 향했다.
정식 명칭은 Castelo São Jorge, 리스보아 어디에 있든 동쪽 산꼭대기를 쳐다보면 우뚝 솟아있는 성이다.

포르투갈 도착 첫 날 원래 이 곳에 가려고 트램 탔다가 정처없이 떠돌게 되었었지. ㅋㅋㅋ
크리스마스에 연 곳은 이 곳 밖에 없는 지라 마침 잘 됐다 싶어 갔다.


촌스러운데 계속 보다보면 정드는 azulejo 장식. ㅋㅋㅋ



나와 함께 한 댄서 마사언니와 3개월 째 (!!!대단대단) 유럽 여행 중인 주리 언니.



나의 비율이 확연히 드러나는 정직한 사진


이리저리 골목을 돌고 돌아 오르막길을 열심히 등반 (?) 하니 마침내 눈 앞에 카스텔로 입구가 나타났다.

 




리스보아에 있는 내내 적당히 선선한 날씨를 만끽하며
햇살 넘치는 거리를 걷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너무 좋았다.



마사와 주리언니는 이미 다녀온지라 나 혼자 성을  탐방 했다.



이리저리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동서남북에서 리스보아 전경을 보았다.
성 중간에 웬 공작새가 걸어다닌다. 가까이 가도 안 피한다.




내려오면서 알파마 지역 예쁜 오래된 골목길을 보면서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널어놓은 빨랫감 구경도 했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밖에 빨래를 많이 널어놓는다.
잘 보면 주거하는 사람들의 연령대와 취향 파악 정도는 시간 문제가 아닐까.


그리고 건물 테라스에는 산타클로스가 난간을 타고 올라가는 장식을 자주 볼 수 있다.
처음 봤을 때는 산타클로스가 대롱대롱 목 매달려서 죽은 모습 같아서 흠칫 흠칫 놀랬다.
나의 정신세계는-_-




대성당에도 잠깐 들어갔는데,
방송국에서 카메라를 동원해 크리스마스 예배를 녹화하고 있었다. 생중계였으려나?
클라우스 말로는 포르투갈 인구의 대다수가 카톨릭이라던데,
방송국에서 예배를 방송할 정도라면 알만하다.



어슬렁 어슬렁 시내로 내려와서 다른 골목길을 탐방하며 점심 먹을 곳을 찾는데,
5만원짜리 여행책자 ㅋㅋㅋㅋㅋ에 소개된 치킨집이 눈 앞에 나타났다!!!
통닭집인데 무슨 조리법이 유명하다나 어쩐다나.
여기서 치킨 한 마리를 사들고 맥도날드에 들려 감자튀김 두 통을 사서 숙소로 돌아와 점심을 해결했다.
정말 맛있었다 냠냠.

마사는 다시 담슈타트로 돌아가야 해서 작별인사를 하고 페이스북으로 연락을 주고받기로 했다.

 

나머지 시간은 주리언니와 다른 한국인 소연언니와 함께
트래블러스하우스 라운지에서 포근하게 보냈다. 책도 읽다가 수다도 떨다가.



크리스마스라서 다 문 닫아서 애들이 하나 둘씩 호스텔로 돌아온다.
트래블러스 하우스에서는 매일 저녁 이벤트를 여는데,
크리스마스 저녁은 해피아워라 맥주를 무제한으로 드링킹했다.

스탭들이 돌아다니면서 맥주잔을 체크하다가 다 마시면 바로 채운다. ㅋㅋㅋㅋㅋ
덴마크 드링킹 컬쳐로 단련된 몸이라 맥주를 열심히 마시며 해피아워 본전을 확실히 뽑았다.

안드레아스라는 이탈리아 남자애와 (이 아이는 이탈리아인이라고 하기에 놀랍도록 조용했다!!!!)
이야기를 나눴는데, 지금 포르투에 교환학생으로 와 있다고 한다.
건축을 전공하는데, 포르투의 건축 교육 과정이 아주 유명하다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제 중국 여자애한테 붙잡혀있던 일본인 코스케와도 수다 수다 수다.

티비 룸에서 Zoolander 시청. 승리의 벤 스틸러, 언제 봐도 안 질리는 개유치한 영화.


8
개월 째 세계 여행 중인 호주 남자애가 모로코에서 싸게 구입한 각종 영화 디비디 해적판을 갖고 있길래
다 같이 유주얼 서스펙트를 보다가 너무 졸려서 자러 감.





 

26


28
일 날 리스본 마지막 밤은 다른 호스텔에 예약을 해놓은 상태였는데,
Traveller's House가 좋고 편해서 그 곳을 취소하고 28일도 여기로 오기로 했다.

친절한 스탭들♥
말도 잘 통하고 애들이 (몇 살인지는 모르겠지만-_-) 귀엽다.
 
호스텔에서 일하는 애들보면 물질적인 욕구에는 관심이 없고
정말 인생 즐기면서 흘러가는대로, 한량처럼 여행하고,
다른 여행자들 만나고 돕는 낙으로 즐겁게 사는 것 같다.
배낭여행하다보면 이런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시야가 넓어지고 다시 한 번 내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체크아웃을 마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2008년 리스본의 오전 풍경. 
1908년에도 이 모습 그대로였을 것 같다.  



광장 앞 카페 Suiça에서 또 나따와 에스프레소를 먹고.ㅋㅋㅋㅋ

포르투로 갈 버스를 타려고 터미널로 갔다.
동행은 호스텔에서 만난 주리언니와 소연언니.
다들 일정이 제각각인데, 묘하게 포르투 출발하는 일정이 다 같아서 함께 했다.



↑내 앞에 있었던 속눈썹 컬링 제대로였던 남자애-_-
포르투로 가는 고속버스에는 사람이 꽉 차 있었다

자리는 좁고, 출발 10분전에 좌석을 사서 맨 뒷자리라
멀미할까봐 걱정했는데 아주 잘 자고 잘 먹고 잘 갔다.

난 역시 외국 체질인가
...차멀미도 뱅기 멀미도 외국에서는 안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포르투에 가까워 지면서 하늘에 구름이 가득했다.
세시간 반 동안 달려 갔더니 포르투는 음침하고 쌀쌀하다.
30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데, 이렇게 날씨가 다를 수 있나?



골목길은 한국 달동네 수준으로 가파르고 험난한데,
리스본  구시가지 알파마 지구를 한 세배로 불려놓은 것 같았다.





다른 호스텔에 예약한 주리 언니와 조금 있다 만나기로 하고
나와 소연언니는 Oporto Poets Hostel을 찾아 갔다.

도저히 못 찾겠다 싶어서 길 가던 아줌마 한 명한테 물어봤더니
그 아줌마가 다른 할아버지를 붙잡고 물어보고 그 할아버지가 골목길로 우리를 안내하더니 다른 아줌마 아저씨 할머니한테 물어보고 그 할머니가 우리를 데리고 그 길을 알려주는데 지나가던 청년이 우리를 지켜보다가 다시 헤매니까 멀리서 알려주고 마침내 호스텔을 찾았는데 처음에 만났던 그 할아버지가 우리가 잘 들어가나 지켜보고 있었다.

조금만 더 헤매었으면 동네 사람 전부 다 나설 뻔 했다. ㅋㅋㅋㅋㅋㅋㅋ

 



호스텔 리셉션 애한테 포르투 호스텔들은 다 이렇게 산기슭 구석탱이에 쳐박혀 있냐고 물었더니 
껄껄 웃으면서 그렇다고 한다. 산에 지어진 도시다.
 

짐을 대충 풀어놓고 주리언니와 합류하려고 길 따라
상 벤또 역 쪽 광장으로 내려가는데 뒤에서 어떤 남자애가 우리에게 말을 건다.

이하 그 아이가 붙잡고 우리에게 한 헛소리:
음 너희들의 대화를 방해해서 미안해 내 얘기를 잠깐 들어주겠니 나는 리스보아에서 왔는데 우리 부모님이 이제 나를 더 이상 돌보지 않기로 했어 그들은 그들의 삶을 살꺼고 나는 이제 내 삶을 찾아야 돼 나는 아티스트야 음악을 만들고 음악을 자주 감상해 나는 얼굴도 반반하고 옷도 잘 입는데 지금 돈이 없어서 5유로를 모으려고 해 나 5유로 모으는데 조금만 보태지 않겠니?


 

그냥 구걸을 하기 위해 우리를 붙잡고 이 청년은 한 3분 동안 헛소리를 했다

포르투......첫인상부터 너무 어두침침한데 인상이 갈수록 안 좋아진다.



주리언니와 만나서 Bonjardim 거리로 갔다
이 거리에 포르투 서민들이 즐겨 찾는 식당 몇 군데가 여행책에 소개되어 있다.




Lameiras 였나? 하는 식당에 들어갔는데 우리나라 동네 국밥집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친근한 내부.
인테리어에 전혀 신경쓰지 않은 듯한 테이블, 의자, 메뉴, 천장 한 켠에 달려있는 티비마저 모두 친근했다.



야채 수프 + 무슨 그레이비소스 같은 소스를 뿌린 감자와 로스트 비프
+
포트 와인 반 병을 6유로에 배부르게 먹었다.
아이 러브 포르투갈...



 

가는 길에 과일 가게에 들러 사과를 몇 개 사는데
가게 밖에서 어떤 남자애 둘이서 아리가또 니하오 이러면서 간다. 뭥미-_-

두오로 강변으로 향하는데 지도를 봐도 길을 전혀 몰라 밤길을 걷다가
우리도 모르는 새 매우 음침하고 위험해 보이는 골목길로 들어갔다.

그런데 아까 우리보고 니하오 아리가또하던 남자애 둘이 뒤에서 또 인사를 한다.
언니 둘은 무시하고 가는데, 나는 무모했던 건지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건지,
별로 해를 끼칠 것 같은 사람들이 아닌 것 같아서
나는 아리가또 니하오 아니고
한국인인데 다리 보러 가려고 한다. 어디로 가야하남?
이러고 말을 걸었다.


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골목길을 빠져 나와 다시 큰길에 들어섰는데,
얘네들이 우리가 방금 지나온 길이 마약 중독자들도 많고 위험한 곳이라고 일러준다.

같이 산책하자고 치근덕거리던 포르투 건축학과 학생들
...그래도 덕분에 그 길을 잘 빠져 나왔다.



음침해보이는 골목길. 저기에서 drug junkie라도 마주쳤다면 ㄷㄷㄷ 





 

다리에 오르긴 했는데 강 건너 가이아 지역은 너무 어두컴컴하고 날씨는 점점 추워진다.
주리언니, 소연언니와 밤길을 둘러보는데 왜 이렇게 조용한지 모르겠다.








지도 펼쳐보고 있는데 어떤 미친년이 우리 놀래킨다고 소리를 꺅 질러서 기분 잡쳤다.
뒤에다 대고 미친년 웃기냐 재밌냐 이러고 소리를 지르긴 했는데 그래도 분을 삭히지 못했다.
포르투...좀 정신 이상한 사람들이 많은 듯. ㅋㅋㅋㅋㅋㅋ

주리언니와 작별인사를 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는 냉골.
조명이 너무 음침하고 숙소가 전체적으로 춥다
하지만 산기슭에 있다 보니 전망이 끝내준다.
담요에 이불까지 덮고 푹 잘 잤지만, 벽에 등을 기대면 냉장고에 들어간 기분이었어.

 



27
.


가파른 골목길을 따라 슈슈슝 내려간다.
이런 길 따라 마을버스가 잘도 다닌다.

날씨는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아침을 먹고 소연언니와 두오로 강변으로 갔다.
가는 길에 그 전날 우리가 들어갔던 골목길을 지났는데, 낮에 보니 하나도 안 위험해 보인다.


그 골목길로 들어가지 않고 조금만 더 내려가면 강가가 나타난다.




건물에 웬 여자의 나체가-_-



비가 후두두두두둑 내린다.

허허 날씨 한 번 거참 코펜하겐스럽군!   

이제 익숙한 날씨지만 포르투갈에서 이런 날씨와 맞닥뜨릴 줄이야. _







강가를 따라 폰테 베키오에서 본듯한 오래된 건물들이 주욱 늘어서 있다.

몇백년 된 건물들일까? 유네스코 문화 유산 지정 구역이라 정말 아주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그래도 깨진 유리창은 좀 갈지...-_-



강가 건너 가이아 지역에 있는 와이너리들. 영국 회사가 대거 들어와 있다.
샌드맨, 크로프트 등등등


 



소연언니와도 작별인사를 하고 나는 Guimar
ães행 기차표를 끊었다.
기마라이쉬는 포르투갈 왕조가 시작된 곳이고, 10세기에 지어진 성이 아직도 있다고 한다.
날씨 때문에 우울해져서
귀찮아서 안 가려고 하다가
포르투에서 더 이상 할 일이 없어 가보기로 했다.




아름다운 상 벤토 역 내부.
여기도 Azulejo 장식이 화려하다.



또 나따와 에스프레소 한 잔을 하며 기차를 기다렸다.
흠....
이 나따가 그 나따가 아니여... 파스테이쉬 드 벨렝의 나따가 제대로인데!
아 입에 침이 고인다.



 

한시간 정도 열차를 타고 기마라이쉬에 도착했다.

15세기 때부터 시작된 매년 여름에 열리는 축제가 유명하다던데,

그래서 그런지 역 앞에는 호텔 체인 몇 곳도 보였다.

시내를 걷는데 사람들이 없다.

도대체 다 뭐하나요-_-...크리스마스 휴가에는 집 밖으로 나오지를 않으시나요...

 

포르투갈에서 한 가지 느낀 점은

사람들이 아주 고개가 돌아갈 정도로 나를 쳐다본다는 것이었다.

아시아권 여행자들도 꽤 많던데, 그래도 아직 동양인의 얼굴은 생소한가 보다.

아니면 내가 정말정말정말 신기하게 생겼거나........

기마라이쉬에서도 동네 아줌마 아저씨 처녀 총각들이
나 혼자 씩씩하게 걸어 다니는데 옆에서 뚫어져라 쳐다봐서 민망했다.

 


기마라이쉬 시내 중간 성벽에 떡하니 써있는 글귀.
여기에서 포르투갈이 탄생했다---? 뭐 그런 뜻.


기마라이쉬의 건물들은 전반적으로 베이지색, 오트밀 색깔이라 그런지
분위기가 한 톤 가라 앉은 느낌이었다

사람들도 차들도 잘 없다보니,
성 따라 오래된 골목길을 걸으면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몇 백년 된 건물이 그냥 이렇게 아직도 무심하게 서 있다니.  

 


기마라이쉬 성 올라가는 길에 있던 수도원 벽의 azulejo 장식.


카스텔로 드 기마라이쉬 가는 길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가파른 경사 언덕길이었다.

체력의 한계를 느끼며 헥헥거리며 올라가는데

왜 나와 아무 관련도 없는 포르투갈 왕조의 성을 보겠다며 이 고생을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너무 웃겨서 실실 웃으면서 걸어 올라갔다.





사람이 아무도 없어 혼자 성 안을 누볐는데,

성에서는 어느 한 켠에서 중세 기사가 coat of arms 깃발을 들고 나타날 것 같았다.

문득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 타임라인이 떠올랐다. 영화도 재밌었는데 그 소설..



 

기마라이쉬에서 포르투로 돌아와서
Serralves
공원까지 가보려고 했는데 이미 해는 넘어갔고 비는 엄청 오고,
치즈랑 토마토 사먹으려고 했는데 슈퍼는 안 보이고!!!

가는 길에 FNAC이 보이길래 들어가서 영어 책 두 권을 샀다.
가격이 어찌되었든 덴마크 보다는 싸다는 걸 알기에. ㅋㅋㅋ

슈퍼 결국 못 찾고 맥도날드로 들어갔다. 1주일 동안 맥도날드를 두 번이나 먹다니.
상하이 스파이스 치킨 버거도 없는 유럽 맥도날드는 이제 싫어! 싫어!!
해피밀을 먹을까 하다가 그 박스에 담아주는게 조금 쪽팔려서 관뒀다. ㅋㅋㅋ

포르투 맥도날드내부는 매우 고급스럽고 널찍하게 꾸며져 있었는데,
카운터를 가리고 보면 아르누보식 까페라고 해도 믿을 법했다.

 




다시 추운 숙소로 돌아와 이불로 꽁꽁 싸매고 책을 읽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방이 참 어두컴컴하다. ㅋㅋㅋㅋ



소연언니는 떠나고 도미토리 침대 여섯개가 다 찼는데, 나 빼고 죄다 아저씨들이었다.

퀘벡에서 온 아저씨
뉴질랜드에서 온 아저씨
일본에서 온 건축가 아저씨
독일에서 온 아저씨
... 차라리 나랑 동갑이면 말이라도 통하지...음 재미없어.




 

 

28


리스본으로 아침 일찍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포르투에서 볼 건 다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정적으로 리스본에 돌아가 맑은 날씨를 느끼고 싶었다
썬 썬 썬 아이 니쥬 썬 마이 썬 썬
 

일찌감치 일어나 씨리얼을 퍼먹고 있는데
여기에도 중국애들 한 무리가 있었다. 시끄럽게 부엌을 누비기 시작한다.
모두들 함께 먹으려고 세팅해 놓은 오렌지 주스를 자기 병에 담고, 빵을 잔뜩 챙기고...
이건 굳이 중국인이 아니더라도 눈살이 찌푸려질 일이었지만,
애들이 또 시끄럽게 떠들다 보니 이렇게 나의 편견은 더더욱 깊어지고-_-

 



아침을 잽싸게 먹고 짐 챙기려 들어갔는데 도미토리에 아저씨 냄새가 물씬
남자 형제 있는 집 사람들은 다 알듯..그 방문 열고 들어가면 확 느껴지는 아저씨 냄새.
-_-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저씨 냄새 짱


 


체크아웃을 마치고 버스 터미널 쪽으로 걸어갔다. 
이틀 동안 포르투와 기마라이쉬의 가파른 언덕을 걸어다녔더니 허벅지가 뭉쳤다. -_-
체력부족이 아니라 언덕 때문이라고 믿고 싶지만
...포르투 애들은 잘 다니는 걸 보니...체력 부족 맞는듯.


 


걸어가는데 이게 웬일?

리스본에서 만났던 일본인 코스케가 멀리 보인다. ㅋㅋ
이런 우연이 다 있나? 괜히 반가웠다.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여행 마저 잘 하라며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포르투야 안녕!! 잘 있어!!
리스본으로 출발!

햇살 가득한 리스본을 꿈꾸며 버스를 타고 가는데, 남쪽으로 갈수록 구름이 낀다.

장난_-?
리스본에 도착했더니 이제 여기도 구름이 잔뜩 끼고 보슬비가 내린다.

식빵...ㅋㅋ... ㅋㅋ.ㅋ....ㅋ.ㅋ...ㅋ...ㅋ.....




투덜거리면서 트래블러스 하우스로 다시 돌아갔더니
클라우스와 다른 이름 모르는 큐트한 포르투갈인 스태프 애가
나를 알아보고 웰컴백하고 반겨준다.
앞으로 날씨가 계속 이 모양일 거라고 한다.
햇빛을 쬐며 리스본 시내를 누빌 거란
나의 기대는 와장창창 깨져버렸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다시 리스본 탐험에 나섰다.

숙소 근처 디저트 가게에 들어가서 나따두개를 사들고 우걱우걱 먹으며 고고!

 



오늘의 목표는 저번에 헛탕 쳤던 망할 굴벤키언 뮤지엄.
일요일은 무료개방이라 덜 억울했다.
굴벤키언이라는 아르메니아인 재벌/컬렉터의 컬렉션을 모아놓은 곳인데,
포르투갈의 현대 예술가들 작품이 많다.
Souza-Cardoso
라는 작가의 작품들이 인상 깊었다.



굴벤키언 박물관 내부에는 정원도 있다.
날씨가 맑았으면 좀 더 밝고 좋았을 텐데, 하튼 날씨가 문제.


감상을 마치고 미술관 내부 카페테리아에서 저녁을 해결했다.
나따는 빼놓지않고 사먹었다. 냠냠.
여기서도 7유로에 디저트까지 곁들여서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허허. 남부 에우로파는 Budget traveler
의 천국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는 리스본의 마지막 밤이고 소화도 시킬 겸
지하철을 타는 대신 한 5-6 정거장 되는 거리를 걸어 내려 왔다.



사진에서 메트로 표시를 찾아보세요.
........ 강철 아끼니? 뭘 저렇게 조그맣게 만들어놓았는지.-_-



리스본 시내 중심 대로를 따라 있는 건물들은 상당히 세련되었고 거리가 정말 깔끔하다.
내 마음대로 남유럽의 빠리라고 여기겠다.
ㅋㅋㅋ아니지 이렇게 말하면 리스본이 섭섭해할 듯. 빠리는 너무 더러워. 
리스본은 깔끔하고 전반적으로 세련된 도시다.



엄마 줄 냉장고 자석 하나 사들고 숙소로 왔더니
아래 벙크 쓰는 애가 벌써부터 자려고 누워있다.
조심조심하며 내일 체크아웃하기 위해 짐을 챙기는데 코까지 골면서 잔다.


여자애가 방이 떠나가도록 코를 드르렁렁렁 고는 걸 보니,
눈을 반쯤 뜨고 자는 내 잠버릇 정도 받아줄 남자는
이 세상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쌩뚱맞게 이 생각이 왜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ㅋㅋㅋㅋㅋ



 

라운지로 내려오니 라운지는 뉴 멤버로 가득하다.
책 좀 읽다가 스위스에서 온 애엄마와
미국에서 온 모히칸 머리를 한 여자애와 수다 좀 떨다가 빈둥거렸다.


오늘은 무비 나이트란다. 근데 이게 웬일-_-
내가 크리스마스에 본 Zoolander를 틀어준단다.
의도치 않게 이런 유치하고 사랑스러운 영화를 크리스마스 휴가 때 두 번이나 보다니,
쥬랜더를 앞으로 내 공식 크리스마스 영화로 삼아야겠다. 나홀로 집에 꺼져





 

29



어제 모닝콜을 신청했는데 뱅기 시간 때문에 긴장했는지 시간 맞춰 눈이 떠졌다.
그냥 계속 누워있었는데, 스탭 한 명이 방에 들어 오더니,
나를 안 깨우고 아래 칸 여자애를 깨우고 나간다. 아래칸 코골이 여자애 지못미...
ㅋㅋㅋㅋㅋㅋ한 5분 뒤에 뭐가 잘못 되었다 싶었는지 다시 들어와서 그제서야 나를 깨운다.


 

아침 버스를 타고 공항.
게이트에서 탑승하려고 줄을 서 있는데 여기저기서 익숙한 덴마크어가 들려온다.
남은 유로 잔돈을 써버리겠다고 마카다미아 쪼꼬 한 박스를 샀는데
가격 못 맞춰서 동전을 깨기는 커녕 5유로짜리 지폐 하나만 더 쓰고 말았다.

후아.
내 크리스마스 휴가가 이제 끝났구나.
예산보다 돈이 엄청 굳어서, 나름 알차게 여행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이제 다음 여행지는 어디로? 키루나? 트롬쇠?

칙칙한 하늘과  어두컴컴한 코펜하겐 시내, 블론드 아이들.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새해를 맞이하여 여기저기서 폭죽소리가 쿠콰콰쾅 들린다. 
오늘부터 벌써 이러면 새해에 Rådhuspladsen 쪽에 나가면 볼만 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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